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은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그것을 이해하는 것에 있다. 생각을 이해해야 그 생각에 대한 의견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생각을 이해해야 생각이 '같다'거나 '다르다'거나의 의견을 줄 수 있다. 우리는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이해시키는데 많은 공을 들여야 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내 생각이 전혀 다른 생각으로 상대방에게 전달될 수 있게 때문이다. 나는 생각을 전달할 때 말로만 전달하기보다 흐름을 간단하게 그린다거나 참고할 만한 이미지 또는 키워드를 정리해 생각을 공유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래야 비로소 내 생각이 오해 없이 상대방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언어의 커뮤니케이션
시각의 커뮤니케이션
우리는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음성과 문자 2가지를 사용한다. 말하고 듣고, 쓰고 읽고, 이를 통틀어 언어라고 칭한다. 언어로 대화하고 정보와 지식도 기록한다. 이렇게 언어로 각자의 생각을 전달한다.
하지만 디자인을 시각 언어라고들 하지 않나? 그렇다 문자가 아닌 이미지도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하나의 언어이다. 우리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있어 이 부분을 너무 쉽게 간과하고 만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일하는 조직의 문화가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구두로 소통하는 조직이 있고, 문서로 소통하는 조직, 시각적으로 소통하는 조직이 있다. 구두 즉, 언어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조직에서 시각적 자료를 활용하려고 하면 번거롭게 그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냐고 불평을 늘어놓고 시각적 자료를 활 요하는 조직에서 구두로만 커뮤니케이션을 하면 말로는 잘 가시화가 안된다는 피드백을 듣게 된다. 이렇게 커뮤니케이션은 여러 가지 방식이 있지만,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는 어떤 조직이든 논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하나로 통일해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아이디어를 언어의 교환으로 소통한다.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와 엘리자베스 웨흘링은 이러한 언어의 교환이 물건 옮기기와 비슷하다고 얘기한다.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행위가 대화자 사이에서 물건을 서로에게 보내는 것과 같다.' 물건으로서 서로에게 아이디어를 보내려면 그릇이 필요하다. 그래서 '낱말'을 아이디어를 운반하는 그릇으로 개념화한다. 그렇게 아이디어를 낱말 속에 넣은 뒤 수신자에게 보낸다.
그러나 이러한 낱말을 서로 다르게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그 과정에서 오해가 발생하고, 커뮤니케이션 오류가 생겨난다.
예를 들어 클라이언트가 "우리 제품의 콘셉트는 럭셔리(luxury)다."라고 했을 때 디자이너는 럭셔리의 이미지를 대화로만 인지해서 시각화할 수가 없다. 개인의 가치관, 성향, 경험에 따라 럭셔리로 연상되는 이미지는 각자 모두 다르다. 즉 사람마다 생각하는 럭셔리의 이미지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본인의 연상 이미지를 상대방에게 왜곡 없이 전달해야 한다. 나는 예전에 클라이언트 시안 리뷰에서 "제가 생각한 이미지와 다른데요..."라는 피드백을 수없이 들었다. 사전에 서로 연상하는 이미지를 동일하게 공유했다면 적어도 '다르다'는 피드백을 듣진 않는다.
앞서 말한 낱말의 소통은 오류를 범하기 쉽다. 연상되는 이미지가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하지 않았던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설명하지 말고 보여줘라.
서로 보는 것이 다를 때는 같은 것을 볼 수 있게 이미지를 제시해라. 설명하는 것보다 보여주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에 더 수월하다. 누군가 사과를 묘사한다. "사과의 색은 초록색이고 군데군데 약간의 상처가 있어, 크기는 야구공보다는 약간 크고, 꼬다리의 줄기는 갈색이야. 아주 조금만 하게 베어 먹은 흔적이 있고 그 흔적의 색이 약간 갈색으로 바랬어." 그냥 차라리 그런 사과의 이미지를 검색해서 보여주는 것이 더 빠르다.
방향을 잃지 않고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지도가 필요하다.
이미지 또한 마찬가지다. 생각하는 이미지를 상대에게 방향을 잃지 않고 전달하기 위해서는 이미지 지도가 필요하다.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이미지 맵이 필요한 이유이다. 프로젝트 진행 시 핵심 키워드를 추려내고 그것을 대표하는 시각 자료를 모아 이미지 맵을 만들어 목표 이미지를 설정한다. 프로젝트 구성원은 모두 이미지 맵을 통해 목표 이미지를 공유한다.
목표 이미지를 명확히 정리한 맵과 목표와 전혀 반대인 맵, 총 2가지 맵을 만드는 것도 좋다. 전혀 반대인 이미지 맵은 우리가 경계해야 하는 이미지로 설정하면 더 좋다.
커뮤니케이션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이미지 맵을 적극 활용하라.
내가 생각하는 것을 상대방도 동일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시각을 활용해 커뮤니케이션하라!
서로의 목표 이미지를 통일시켜라!
참고도서
나는 진보인데 왜 보수의 말에 끌리는가?
조지 레이코프, 엘리자베스 웨흘링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