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haun Oct 12. 2020

실리콘밸리의 스머프 마을, 넷플릭스.




자본주의를 위한 사회주의





그곳은 아마도 스머프 마을.

최근 넷플릭스의 대표 리드 헤이스팅스가 발간한 '규칙 없음'이 화제다. 책의 외형은 벽돌 책으로 위장하고 있지만 읽어보면 막힘없이 술술 읽혀 내려가는 이해하기 쉬운 책이다. 처음 책 두께를 보고 '무슨 할 말이 이렇게도 많을까?' 의문을 가졌지만 실제로 읽어보니 다른 조직문화 서적보다 좀 더 자세하게 자신들의 문화를 소개하고 있었다. 실제 조직문화를 정착시키면서 실수와 성공 사례를 구체적으로 얘기하고 있고, 넷플릭스가 시작되고 글로벌 회사로 자리를 잡을 때까지의 과정, 그리고 앞으로 글로벌 조직문화를 어떻게 유지하고 발전시킬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자유와 책임을 강화함으로써 그들만의 유연한 조직문화를 구축했다고 말한다. 그들이 말하는 조직문화의 핵심 키워드는 자유와 책임이다. 조직문화를 소개하는 다른 서적들보다 그 설명에 깊이가 있다. 하지만 글을 읽어 내려갈수록 자본주의 안에 사회주의라는 다소 흥미로운 생각을 하게 됐다. 예전에 재미있게 봤던 개구쟁이 스머프라는 만화가 있다. 호주의 한 작가가 개구쟁이 스머프는 사회주의 공동체를 상징하다고 말하면서 스머프는 사회주의를 상징하고 가가멜은 자본주의를 상징한다는 루머가 떠돌았지만, 원작자인 페요의 아들은 '스머프의 근본적인 목적은 아이들을 즐겁게 하는 것이고, 아버지는 일체 정치에 관심에 없었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나 또한 개구쟁이 스머프는 아이들을 즐겁게 한 작품성 높은 만화로 기억한다. 그럼에도 넷플릭스의 조직문화에서 스머프 마을과 유사한 부분을 찾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실리콘밸리의 넷플릭스와 스머프 마을에는 어떤 유사점이 있을까?




비범한 동료들이 곧 훌륭한 직장이다.

스머프 마을에는 총 82명의 스머프들이 살고 있다. 스머프 마을의 연장자이며 리더인 파파스머프가 있고, 유일한 여자 스머프인 스머페트, 잘난척하지만 실제로 아는 게 많은 똘똘이 스머프, 힘이 가장 센 덩치 스머프, 그림 잘 그리는 화가 스머프, 뚝딱뚝딱 모든 것을 잘 만드는 편리 스머프 등 82명의 스머프들은 주특기가 전혀 중복되지 않는다. 스머프 각각은 스머프 마을의 스페셜리스트들이다. 넷플릭스의 '규칙 없음'에서는 조직의 인재 밀도를 높이라고 강조한다. 실력 없는 직원 2명을 해고하고 그 돈으로 실력 있는 스타 1명을 영입하라고 조언한다. 스머프 마을은 인재 밀도가 높은 편이다. 겹치는 주특기가 없으니 그럴 만도 한다. 스머프 마을의 82명의 스페셜리스트들은 스머프 마을이라는 조직을 위해 헌신한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의 주특기를 활용해 마을을 위해 팀플레이를 한다. 넷플릭스는 2001년 인터넷 버블이 꺼지고 위기를 맞는다. 그 여파로 120명 직원 중 1/3을 해고한다. 120명 직원 중 80명의 유능한 인재를 추리고 나머지 평범한 인재 40명을 해고한다. 해고 사태를 맞이한 후 오히려 능률은 더 올랐다고 말한다. 재능 있는 사람 80명이 평범한 40명이 섞인 120명 보다 더 능률을 높였다고 말한다. 리드 헤이스팅스는 로비의 안내요원부터 고위 임원진에 이르기까지, 해당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성과를 올리면서도 협동 능력이 탁월한 직원들로 넷플릭스를 채우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고 말한다. 바로 스페셜리스트이면서 팀플레이에 능한 스머프들이다.




넷플릭스에 가장 이득이 되게 행동하라.

내가 가장 유사하다고 생각한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넷플릭스에 가장 이득이 되게 행동하라.' 바로 조직을 위해 행동하라는 것인데, 대부분 조직은 조직 우선주의를 강조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조직은 조직을 위한 일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자신을 위한 이기주의다. 라인 가르기, 파벌 만들기 사일러 효과와 같은 현상들은 대부분 대기업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이다. 이들은 조직을 위한다고 포장하지만 대부분 자신을 입지를 위한 이기주의다. 그들은 이기주의에 가담하지 않는 사람은 같은 조직이라도 적으로 간주하는 모순적인 상황을 유발한다. 하지만 스머프 마을에서는 이런 파벌주의, 라인 가르기 현상이 없다. 오직 스머프 마을의 평화를 위한 결정과 선택만이 있다. 스머프들은 상호 보완적인 관계다. 각자 주특기로 서로를 보완하며 팀플레이를 한다. 그들은 정말 조직을 위해 행동한다. '넷플릭스에 가장 이득이 되게 행동하라'의 핵심은 개인이 회사 비용을 쓸 때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것인지 조직에 이득이 되는 것인지 생각하라는 것이 핵심이다. 가령 출장을 갈 때 비즈니스를 탈지 이코노미를 탈지 조직을 위해 생각하라는 것이다. 이기주의 조직은 2~3시간 거리도 비즈니스를 타겠지만 조직을 생각하는 조직은 이코노미를 탈 것이다. 하지만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새벽 비행기를 타고 오전 미팅을 해야 한다면 이코노미를 탈지 비즈니스를 탈지 생각해봐야 한다. 이코노미를 타고 새벽 비행의 피곤함으로 오전 미팅을 망친다면 그건 조직을 위한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지극히 상식적인 부분이 핵심이지만 대부분의 조직은 회사 비용을 공돈으로 생각한다. 쓰지 않으면 사라지는 아까운 비용으로 말이다. 다시 스머프 마을로 돌아가 보자. 스머프 마을은 마을 위한 리소스를 개인의 사사로운 탐욕으로 소모하지 않는다. 사사로운 탐욕으로 마을의 리소스를 사용하면 항상 가가멜을 공격을 받는다. 매회 에피소드는 개인이 아닌 조직을 위한 선택이 맞다는 교훈으로 끝을 맺는다.




자신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말하라.

스머프 마을은 토론이 매우 자유로운 편이다. 토론은 파파스머프의 주도로 진행되지만 스머프들의 발언을 막거나 어느 누구에게도 핀잔을 주지 않는다. 그들은 그런 토론을 통해 조직에 가장 이득이 되는 결정과 선택을 한다. 파파스머프는 도덕과 윤리로 조직에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스머프들을 이끈다. 넷플릭스도 마찬가지다. 넷플릭스에서는 직원들이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고 진실되게 말하기를 바라고 또 그렇게 교육시킨다. 누구도 그들의 솔직함과 진실함에 보복하거나 핀잔주지 않는다. 그것이 조직에 이득이 된다면 말이다.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도 일반 직원들에게 솔직하고 진실된 피드백을 받고 그것이 조직에 이득이 되는 것이고 합리적이라면 일반 직원들의 피드백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들 또한 정직을 강조한다.




스머프 마을, 그곳은 유토피아인가?

이쯤이면 내가 넷플릭스의 조직문화를 동경하거나 높게 평가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전혀 그런 생각이 없다. 내가 높게 평가하는 것은 그들의 사고방식이다. 넷플릭스는 자신들이 성장할 수 있는 그들만의 문화를 구축했고 아직도 그것을 개선하고 있다. 남이 한 방식을 똑같이 따라 한다고 해서 그들과 같아질 수는 없다. '규칙 없음'은 그들의 방식이지 모두가 적용할 수 있는 방식은 아니다. 내가 높게 평가하는 것은 '규칙 없음'을 만들어낸 사고방식이다. 넷플릭스의 조직문화에서 전제로 하는 것이 인재 밀도, 즉 최고의 인재일 때 그들의 방식에 성과가 있었다고 말한다. 이 또한 함정이다. 실무 능력이나 개인의 인성이 최고의 인재들로 구성되어야 자유와 책임이 빛을 낸다는 것이다. 그들의 논리는 업계 최고의 실무능력과 인성을 가진 인재에게 자유 권한을 부여해야 그들이 주체적으로 성과를 낸다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책임 또한 그들의 몫이다. 자유와 책임이라는 것이 합리적이며 진보적인 이미지를 주지만 그 자유와 책임은 개인이 아닌 온전히 조직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혁신적인 기업의 조직문화가 자본주의를 위한 사회주의로 변해 가는 것이 흥미롭다. (사회주의가 나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진심으로 흥미로움을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말하는 대부분의 성과가 결과론적 해석이라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정말 그들이 다소 사회주의 조직문화로 성공을 이루어 낸 것인지, 시장 흐름에 맞는 비즈니스 수익모델을 구축해서 성공한지는 명확하지 않다. 나는 후자에 좀 더 의미를 두는 편이다. 넷플릭스의 성공요인은 조직문화보다는 DVD 대여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로 수익 모델을 전환하여 시장의 흐름을 탄 것이 좀 더 지배적이라 볼 수 있다. 그 가운데 '규칙 없음' 조직문화는 시장에 좀 더 유리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말할 수 있다. 조직문화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지는 않는다. 비즈니스 모델은 시장이 만들어낸다. 넷플릭스는 운이 좋은 스트리밍 시장의 퍼스트 무버다.

매거진의 이전글 Fashion and Trend.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