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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의 목적
정보를 인지하는 방법에는 보는 것과 듣는 것, 크게 두 가지로 이루어진다. 보는 것은 또 문자와 그림으로 나뉜다. 문자가 없던 시절에는 모든 기록을 그림으로 기록했고 문자가 발명되고 나서 그림과 문자를 섞어가며 사용했다. 그림은 문자 이전 인간이 정보를 기록하고 전달하는 가장 원초적인 도구였던 셈이다. 지금 같은 디지털 시대에 그림 즉, 이미지는 디지털 서비스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콘텐츠를 표현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나는 넷플릭스의 콘텐츠를 PC, Tablet, Mobile 디바이스를 모두 사용하여 소비한다. 그러던 중 넷플릭스에서 이미지를 사용하는 방식이 다른 OTT(Over The Top) 서비스들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 넷플릭스는 이미지를 어떻게 사용할까?
넷플릭스는 Mobile 서비스에서 세로 비율의 이미지를 사용한다. 그리고 별도의 비디오 제목이나 설명 등을 나열하지 않는다. 비디오의 제목은 세로 비율의 이미지에 포함되어 있다. 비디오 제목은 공식 포스터에 사용하는 타이틀 디자인을 그대로 사용한다. 배급사에서 받은 공식 리소스를(타이틀, 이미지) 가지고 최대한 공식 포스터와 동일하게 디바이스 별로 재가공을 한다. 넷플릭스의 비디오 커버 이미지의 구성은 크게 세 가지, 작게는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크게 세 가지는 타이틀, 캐릭터 그리고 그 영화의 핵심 키 스토리, 작게는 타이틀과 캐릭터 두 가지로 구성된 이미지를 사용한다. 타이틀 디자인은 문자인 동시에 그림이다. 제목과 영화의 감정을 동시에 전달한다. 캐릭터는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의 정보를 담고 있고, 키 스토리는 영화의 소재를 짐작하게 한다. 타이틀, 캐릭터, 키 스토리 이 세 가지가 넷플릭스가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이미지 정보의 구성이다.
앞에서 말한 이미지의 구성은 PC, Tablet, Mobile 서비스 모두 동일하다. PC 디바이스에서는 가로 형태의(16:9 와이드 비율) 이미지를 사용한다. PC 디바이스에서는 마우스 롤 오버 액션이 있다. 커버 이미지에 마우스 롤 오버를 하면 16:9의 동일한 비율로 비디오 미리보기가 실행된다.
Tablet에서는 세로 형태의 이미지를 사용한다. 영화 포스터의 비율과 동일하다.
Mobile에서도 세로 형태의 이미지를 사용한다. Tablet과 마찬가지로 영화 포스터의 비율과 동일하다. Tablet과 Mobile은 디바이스 특성상 롤 오버 액션이 없기 때문에 미리 보기 기능이 없다.
넷플릭스는 공식 포스터 또는 배급사에서 제공해주는 타이틀과 이미지로 PC용 이미지와 Tablet, Mobile 총 두 가지 커버 이미지를 제작하는 것 같다. Tablet, Mobile은 같은 이미지를 사용한다.
공식 포스터든 공식 포스터가 아닌 이미지를 사용하든 넷플릭스는 디바이스에 맞게 최대한 매력적이게 이미지를 가공한다. 그리고 영화의 공식 타이틀 디자인을 동일하게 사용해 별도의 제목을 노출하지 않고 텍스트의 양을 최소화했다. Mobile 디바이스의 화면을 왓챠와 비교하면 이미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다. PC, Tablet 디바이스의 화면도 마찬가지로 이미지의 비중이 크다.
넷플릭스는 다른 서비스들에 비해 PC, Tablet, Mobile 디바이스 모두 이미지의 점유율이 굉장히 높다. 넷플릭스는 시각정보를 밀도 있게 사용하여 사용자와 커뮤니케이션한다.
넷플릭스 굉장히 많은 비디오 콘텐츠를 서비스한다.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 엄청난 양의 비디오들을 서비스한다. 그런 비디오의 커버 이미지를 하나하나 가공해서 사용하는 것이 굉장히 많은 리소스를 유발할 수도 있다. 각 배급사 담당자에게 비디오 타이틀 이미지와 사용할 포스터의 이미지 등을 수습받아야 한다. 그것도 별도로 레이어가 분리된 형태로 수급받아야 하고 또 그것들을 디바이스에 맞게 가공해야 한다. 커버 이미지가 난이도 높은 작업은 아니다. 이미지 리소스만 수습받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업이다. 다만, 그 양이 너무 방대할 뿐이다. 물론 커버 이미지를 따로 제작하는 아웃소싱 업체를 쓸 수도 있다. 그것 또한 아웃소싱 비용이 발생한다. 과연 커버 이미지에 그만큼 투자할 이유가 있을까? 넷플릭스는 왜 커버 이미지를 리소스를 들여가며 가공하는 것일까?
넷플릭스는 왜 저렇게 할까? 나는 넷플릭스의 서비스를 소비하면서 넷플릭스가 마치 영화관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온라인의 경험에 오프라인의 경험을 생각나게 한다. 또 아날로그의 기억은 디지털에 대한 거부감을 최소화시키고 좀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 그런 경험을 느끼게 하는 요소 중에 영화 포스터를 떠올리게 하는 커버 이미지가 큰 역할을 한다. 이화여대 최선영 교수 연구팀은 ‘넷플릭스 미디어 구조와 이용자 경험’이라는 연구에서 “넷플릭스 화면의 극장 메타포는 온전히 스크린에 몰입하는 극장 경험을 유도하고 인지적 편안함도 향상한다”라고 설명한다. 나는 넷플릭스의 서비스 화면에 들어서면 마치 예전 DVD 대여점에 들어서 영화를 고르는 경험과 비슷함을 느낀다.
넷플릭스는 아마도 그 사용자 경험을 위해 그렇게 까지 하는 것이 아닐까? 사용자 경험을 설계한다는 것은 사용자에게 거창하고 대단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 기존 오프라인의 단순한 경험을 활용해 마치 그것과 비슷한 경험을 느끼게 해 편안하고 친근하게 사용자의 인식에 다가가는 것이 더 핵심일지 모른다. 아마도 그것이 넷플릭스가 남들은 신경 쓰지 않는 커버 이미지에 비용을 투자하고 재가공하는 이유라 생각한다. 넷플릭스는 사용자에게 단순한 비디오 스트리밍 제공 서비스가 아닌,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디지털 스트리밍 영화관으로 인식되길 바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