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은 여러 번 사용하고 입어도 높은 만족도를 줍니다. 명작은 오랜 시간이 지나서 봐도 깊은 감동을 줍니다.
많은 명작들이 있지만 볼 때마다 마음을 흔드는 영화 중 하나는 <쇼생크탈출>입니다. TV 채널을 돌리다 보면 영화채널에서 참 많이도 방영해줍니다. 여러 번 봤던 영화지만 눈과 귀는 어느샌가 화면에 고정되어 있습니다.
감옥이라는 폐쇄된 공간 속에서 삶, 자유, 희망의 의미를 깊이있고 흥미롭게 펼쳐 보입니다.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와 몰입감 있는 연출, 그리고 모든 억압된 감정을 일시에 터뜨리는 카타르시스까지 영화에 가득 담겨 있습니다.
영화에는 다시 봐도 질리지 않는 인상 깊은 장면들이 많이 나옵니다. 그중 하나가 죄수들이 지붕 보수작업을 하는 장면입니다.
앤디와 동료들은 5월의 어느 날, 내리쬐는 햇살 아래서 지붕보수 작업을 합니다.
묵묵히 작업을 하던 앤디는 교도관이 하는 대화를 우연히 엿듣게 됩니다.
재산을 상속받게 되었는데 세금 때문에 남는 게 거의 없을 것이란 교도관의 불평이었습니다.
대화 내용을 귀 기울여 듣던 은행원 출신 앤디는 무언가 결심한 표정을 짓습니다.
그리고 용감하게 교도관 곁으로 다가가 말을 건넵니다.
당신 부인을 믿으시나요?
당신 부인이 당신을 배신하지 않을 거란 확신이 있나요?
앤디의 도발적인 질문에 교도관은 불같이 화를 내며 그를 옥상 밖으로 밀어 버리려고 합니다.
옥상 끝에 이르러 앤디가 다급히 질문의 이유를 말합니다.
왜냐하면 부인을 믿는다면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고) 3만 5천불을 다 가질 수 있거든요.
앤디는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침착하게 이유를 설명합니다.
6만불까지는 부부간 증여에 세금이 부과되지 않기 때문에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을 수 있다고 알려 줍니다.
침착한 앤디의 설명에 교도관의 화가 조금씩 누그러집니다.
앤디는 차근차근 절세 방법을 설명하고 자신이 변호사 비용 없이 모든 서류 작업을 해주겠다고 합니다.
대신 자기 동료들에게 맥주 3병씩만 줬으면 좋겠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덧붙입니다. 감옥에서 가장 악명 높은 교도관을 상대로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용기 있는 제안을 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다음 화면에서 앤디의 동료들이 옥상 위에서 시원한 병맥주를 마시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결국 교도관은 앤디의 조언과 서류 작업에 대한 대가로 그의 제안을 들어주었습니다.
가장 불 같은 성격을 가진 교도관으로부터 3병씩의 맥주를 받은 동료들은 행복한 표정입니다. 햇살 아래 시원한 병맥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는 이 순간만큼은 더 바랄 것이 없어 보입니다.
앤디는 멀찌감치 떨어져 동료들이 맥주를 마시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봅니다.
동료가 다가와 맥주 한 병을 건네지만 앤디는 술을 끊었다며 웃으며 거절합니다.
그리고 앤디는 여유롭고 행복하게 쉬고 있는 동료들을 바라봅니다.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흐뭇한 표정입니다.
동료 레드가 앤디의 마음을 추측하는 독백이 나옵니다.
사람들은 앤디가 교도관의 환심을 사려고 그랬다고 생각할 수 있다.
혹은 동료들과 더 친해지고 싶어서 그랬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생각엔 앤디는 아주 잠깐이지만 평범했던 자신으로 돌아가고 싶어서 그랬을 것이다.
(I think he did it just to feel normal again...if only for a short while. )
I think he did it just to feel normal again...if only for a short while.
앤디는 억울한 살인누명으로 은행원에서 죄수가 된 신분입니다. 앤디 입장에서는 박탈된 평범함에 대한 그리움이 누구보다 컸을 것입니다. 5월의 따뜻한 햇살 아래 야외에서 맥주를 마시는 모습은 수감생활의 모습이기보다 평범한 일상 속 풍경에 가깝습니다. 앤디는 그런 모습을 보며 꿈에 그리던 평범한 일상을 다시 느껴보고 싶었을 것입니다.
앤디를 Feel normal again 하게 만든 것은 시원한 맥주가 아니었습니다. 동료가 건네는 시원한 맥주는 술을 끊었다며 웃으며 거절했습니다. 악명높은 교도관에게 용기 내어 요청한 것은 맥주 3병씩이지만 그가 진정 원했던 것은 맥주를 마시며 쉬는 동료들의 모습입니다. 그가 바란 것은 여유와 휴식 속에 소박한 행복을 느끼는 동료들을 지켜보는 일이었습니다. 앤디를 Feel normal again 하게 만들어 준 것은 평범한 일상의 모습이었습니다.
Feel normal again
우리는 일시적으로 normal하지 못한 상황을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의지와 상관없이 원치않은 상황이나 환경에 놓일 때도 있고, 극심한 스트레스에 녹초가 되어 쓰러지는 날도 있습니다.
앤디를 잠시나마 위로하고 위안을 준 것은 여유롭고 행복하게 맥주를 마시는 동료들의 모습이었습니다.
힘든 하루를 보낸 우리를 위로하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게 만들어주는 것도 사람입니다.
회사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녹초가 된 부모라면 집을 들어서자마자 반겨주는 아장거리는 아이의 발걸음에 다시 미소 짓게 됩니다.
타국에서 홀로 지내며 고국에 대한 진한 향수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가족과의 따뜻한 통화에 깊은 그리움을 달래게 됩니다.
힘든 수술을 마치고 병상에서 회복을 기다리는 사람이라면 만화책과 과자봉지를 들고 방문해 준 장난기 가득한 친구들의 왁자지껄함에 고마움을 느낍니다.
군대에서 힘든 훈련을 치르는 군인이라면 주말에 면회 올 여자친구의 존재가 고생스런 시간들을 버텨낼 수 있게 만듭니다.
힘든 여건과 상황 속에서 우리를 다시 평범하게 만드는 것은
누군가의 발걸음,
누군가의 목소리,
누군가의 떠들썩함,
누군가의 존재 그 자체입니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다양하지만, 우리를 따뜻하게 위로하고 다독여주는 것은 대부분 사람입니다.
지치고 힘든 날 우리에게 힘이 되어 주는 것은 내 손에 들린 최신 스마트폰이 아니라 스마트폰 너머로 전해지는 따뜻한 목소리입니다.
고향이 그리운 이유는 단순히 내가 떠나온 곳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곳에는 여전히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일상의 책임과 무게에 짓눌려 살아갑니다. 어느 날은 그 무게가 평범한 일상을 무너뜨릴 것만 같습니다.하지만 사람과 온기가 있어서 위안을 얻고 또 하루를 살아갑니다. 우리를 다시 Feel normal again 하게 만드는 것은 대부분 사람입니다.
그들의 발걸음이 고맙고, 그들의 목소리가 고맙고, 그들의 떠들썩함이 고맙고, 그들의 존재 자체가 고마울 따름입니다.
나도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주는 사람, 존재만으로도 위안이 되어주는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 내가 무엇을 더 가졌는지보다 내가 몇명을 더 위로해주었는지가 더 중요했으면 좋겠습니다.
힘든 일이 있을수록 서로가 서로에게 위안이 되어
Feel normal again 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