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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aun SHK Mar 16. 2019

#6 이탈리아 아말피 - 결혼식

아말피의 결혼식

포지타노를 떠나 방문한 곳은 아말피입니다. 아말피는 포지타노만큼 관광객들이 붐비지는 않습니다.


보통은 애써 찾아가는 곳이라기보다 일정이 여유로울 때 잠시 거쳐가는 마을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대신 교통편은 많은 편이라 수많은 페리들과 버스들이 수시로 아말피를 오고 갑니다.

아말피는 포지타노와는 다른 매력이 있는 곳입니다. 포지타노가 번잡함과 소란스러움으로 가득한 반면 아말피는 상대적으로 여유롭습니다. 그리 큰 마을은 아니지만 구석구석 매력이 있는 곳입니다.

아이들이 방파제 쪽으로 내려가 바위 사이에서 물고기를 잡으려고 합니다. 물이 맑아 물고기들이 육안으로도 보입니다. 한 어르신이 그 모습들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손주를 바라보는 할아버지인지 그냥 지나가는 동네 어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혹은 나처럼 약간 심심한 관광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한 건 이런 일상의 소소함은 포지타노보다는 아말피에서 더 자주 보인다는 점입니다.




아말피 중심에는 성안드레아 성당이 있습니다.

성당을 구석구석 구경하고 돌아 나오려던 찰나 예배당에서 결혼식이 시작되는 모습이 보입니다.

이 아름답고 고풍스러운 성당에서 결혼식이라니. 예상치 못한 이벤트를 보갑작스레 설렘이 듭니다.

따사로운 아말피의 햇살이 스며드는 가운데

신부 측 들러리들이 입장합니다.

그리고 신부가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입장합니다. 아름다운 성당에서 더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은 신부였습니다. 잠시 후 훈훈하고 훤칠한 신랑이 등장하고 성당 결혼식이 거행됩니다.


가족과 친구들 가까운 지인들만 참석한 결혼식인 것 같습니다. 마침 예배당에 있던 사람들은 운 좋게 결혼식 장면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수백 년의 역사가 담긴 성당 안에서 결혼이라는 이벤트를 할 수 있었던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성당의 특별한 허가가 필요했는, 아니면 까다로운 요건 없이도 누구나 결혼식을 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결혼하시는 분들은 어디서 오신 분들인지, 왜 아말피의 성당을 결혼식 장소로 선정한 것인지도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궁금증을 뒤로한 채 성당을 빠져나왔습니다,

잠시 후 식을 끝내고 계단을 내려오는 신랑과 신부가 보입니다. 가까이 가서 다시 보고 싶졌습니다. 이렇게 낭만적인 장소에서 결혼식을 마친 신랑 신부의 모습을 한번 더 눈에 담고 싶었습니다.

이 날 아말피의 슈퍼스타는 결혼식을 올린 커플이었습니다. 아말사람들의 관심을 한껏 받으며 식을 마치고 나왔습니다.

사진 촬영을 위해서였는지 아말피 거리를 얼마 동안 걸어 다녔는데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혼식 당사자들 뿐만 아니라 지나가다가 구경하던 관광객들에게도 기억에 남을 만한 결혼식이었습니다.



결혼은 두 개의 세계가 만나는 일입니다.

상대방의 현재뿐만 아니라 과거의 추억, 미래의 꿈까지 함께 옵니다.

기쁨과 행복만 오는 것이 아니라 슬픔과 고난도 함께 옵니다.

한 사람을 제대로 만나는 일은 그 사람의 일생 전체를 만나는 일입니다.


우리가 노력한다고 해서 상대방의 세계를 완벽히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새로운 세계를 온전히 받기 위해서는 나의 세계를 내어주어야 합니다.

나의 자리를 양보하고 새로운 세계가 들어설 수 있게 마련해야 합니다. 각자의 희생과 양보가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랑도 쉬운 일은 아니고 연애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결혼은 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남녀의 만남에는 끊이지 않는 갈등이 있습니다. 결혼식을 한다는 것은 그 고난과 갈등을 감내하고 새로운 출발을 함께 한다는 서약을 하는 것입니다. 결혼 이후에 또 다른 시련과 갈등이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을 모두 감내하겠다는 서약을 지인들 앞에서 공표합니다. 


그 결단에 이르기 위한 용기와 확신을 존중합니다. 친구나 지인들의 결혼식은 크고 화려하진 않더라도 아름다웠으면  좋겠습니다. 그 용기와 결단에 대한 서약은 충분히 아름다운 장소에서 할 만합니다.


결혼이라는 큰 결정을 내린 두 세계의 만남을 언제나 축복합니다.

말피에서의 멋진 커플이든, 결혼을 앞둔 내 친구이든

그 쉽지 않은 용기와 결단은 늘 존중하고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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