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승자독식의 게임입니다. 승리한 쪽은 권력을 쟁취하고 패배한 쪽은 빈 손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All or Nothing의 게임이다 보니 각 후보 진영에서는 최고의 전략을 펼치기 위해 머리를 싸맵니다. 상대 진영의 공격에는 적절히 반격과 대응을 해줘야 하고 상대의 약점과 허점을 찾아 맹공격해야 합니다. 선거의 주된 프레임이 어디에 놓이는지, 대중의 눈과 귀가 어떤 이슈에 집중되는지에 따라 승부의 추는 수시로 왔다 갔다 합니다.
때로는 승부를 위해 합법과 불법을 오가는 일이나 비도덕적인 일들을 감행하기도 합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허위정보가 유포되기도 하고 페이크 뉴스가 사람들에게 진실인 것처럼 전파됩니다. 혼돈의 선거게임에서 마지막에 남는 사람은 오직 당선자뿐입니다. 당선자만이 권력을 틀어쥐고 그간의 진흙탕 싸움에서 벗어나옵니다. 이제 깨끗한 수트로 갈아입고 위엄 있게 권력의 맛을 느끼면 됩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영화는 미국 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을 배경으로 합니다. 주인공인 스티븐(라이언 고슬링)은 유능한 홍보담당자로, 유력한 민주당 차기 대선후보인 모리스(조지 클루니)의 선거캠프에서 일하게 됩니다. 모리스는 스티븐과 캠프 사무장 폴(필립 세이모어 호프먼)의 활약으로 경선에서 차기 대통령으로 입지를 굳혀나갑니다.
승부처인 오하이오 경선에서 사건이 벌어집니다. 경쟁후보 선거캠프의 사무장이 스티븐을 몰래 회유하려고 합니다. 경쟁후보인 풀먼 선거캠프로 넘어 올 생각이 없냐고 스티븐에게 제의한 것입니다.
스티븐은 제안을 거절했지만, 상대후보 선거캠프와 접촉했다는 이유로 몸 담고 있던 모리스의 선거캠프에서 해고당합니다. 당황한 스티븐은 영입제의를 했던 풀먼의 선거캠프로 옮기려고 하지만 역시 퇴짜를 맞습니다. 애초에 풀먼 선거캠프에서는 스티븐을 데려올 마음이 없었습니다. 스티븐이 경쟁후보 측과 접촉한 사실을 퍼뜨려서 의리를 중시하는 모리스 선거캠프에서 해임당하도록 큰 그림을 그렸을 뿐입니다.
스티븐은 상대방 진영의 전략에 휘말려 선거 캠프에서 쫓겨난 신세입니다.
오갈 데가 없어진 스티븐은 이제 자신의 생존을 위한 전략을 세웁니다. 후보자 모리스의 부도덕한 사생활을 약점 잡아 모리스와 직접 거래를 제의합니다. 스티븐은 모리스에게 20대 인턴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폭로하지 않는 대가로 선거 캠프 사무장에 앉혀 달라고 요구합니다.
결국 스티븐은 선거 캠프 해고자 신분이었다가 하루아침에 캠프 사무장으로 발탁됩니다.
후보의 당선을 위해 홍보전략을 짜던 스티븐이었지만, 결국 마지막엔 자신의 생존을 위한 전략을 극적으로 성공시킵니다.
영화는 수많은 전략과 전술, 배신과 타협이 난무하는 선거판 이면의 진흙탕 싸움을 맛깔나게 묘사해 냅니다.
진흙탕 싸움에서 살아남은 스티븐의 미래는 어떨까요.
당선자에게 임명권이 있다면 캠프의 주요 인사들을 중요한 임명직 자리에 앉혀 놓게 됩니다. 스티븐과 같은 공헌자들은 소위 개국공신으로서 높은 권력의 자리에 임명될 것입니다.
홍보담당 일을 했으니 홍보수석이나 대변인이 될 수도 있겠지만, 캠프 사무장이었으니 비서실장이 더 어울려 보입니다. 이제 스티븐에게도 권력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스티븐처럼 힘들게 권력 가까이 가게 된 사람일수록 보상심리를 특히 경계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자신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생각하다 보면 응당의 보상을 받고 싶어 질 수도 있습니다. 스티븐처럼 Nothing의 상태에서 All을 얻은 경우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권력에 보상심리가 결합되면 주어진 권한들을 남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고생의 대가로 최대한의 이득을 취하고 싶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렵게 권력을 차지했다는 사실이 권한을 남용하고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것을 정당화시킬 수는 없습니다. 선거의 승리는 전쟁의 승리가 아니기 때문에 전리품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당선을 위해 힘쓴 측근들은, 자신의 후보자가 자신의 국가를 위해 일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에 만족해야 합니다.
정치나 국정운영은 한 명의 당선자로만 이뤄질 수 없습니다. 선거 당선자 주위에는 수많은 측근들과 조력자들이 있습니다. 권력에 가까이 있게 된 사람들도 당선자만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당선자인 모리스뿐만이 아니라 최측근 실세인 스티븐도 겸손하게 초심을 잃지 않을 필요가 있습니다.
어렵게 얻은 자리일수록 더 겸손해지고,
힘들게 차지한 힘일수록 더 조심히 사용되어야 하는 법입니다.
스티븐은 온갖 술수가 난무하는 선거판에서 목표한 바를 이뤄냈습니다.
그 험난했던 상황을 어떻게 극적으로 극복했는지보다는, 왜 그 모든 것들을 견뎌내면서 목표를 이루려고 했는지를 다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험난한 과정을 이겨냈으니 이득을 취하겠다는 보상심리보다는, 시련에도 불구하고 왜 그 자리에 올라가려고 했는지 그 초심을 기억한다면
조금 더 투명하고 신뢰할 만한 정치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권력에 가까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여기까지 올라왔는지 보다는
왜 여기까지 올라오려 했는지를 늘 생각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