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으로 맺어지기 직전의 미묘한 관계에 대해 흔히 '썸을 탄다'라고 합니다.
얼마 전 오 헨리 단편선을 도서관에서 잠시 읽었습니다.
단편 중에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소위 '썸을 타다가' 틀어진 상황에 관한 작품도 있었습니다.
아래는 그 단편을 아주 간략하게 요약한 내용입니다.
(보다 정확한 스토리, 전체 내용 확인은 오 헨리 단편선 '사랑의 심부름꾼' 편을 참조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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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 한 여자가 앉아 있습니다.
그 앞을 한 남자와 남자의 짐을 든 심부름꾼 꼬마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두 남녀는 서로에게 호감을 품다가 어긋나고 말았습니다.
여자는 남자에게 호감을 갖고 좋은 관계를 만들고 싶었지만 남자의 모습에 실망한 상태입니다.
남자는 오늘 다른 도시로 떠나기 위해 기차역으로 가는 길입니다.
남자는 해명할 기회도 없이 갑자기 여자와의 관계가 틀어진 것이 답답합니다.
그 여자가 마침 공원에 앉아 있습니다. 남자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말을 걸고 싶습니다.
하지만 여자가 ‘자기에게 말을 걸지도 말고, 편지를 써서 보내지도 말라’고 이야기 한 터라 고민을 합니다.
잠시 생각하더니 심부름꾼 꼬마를 시켜 대신 말을 전달하도록 합니다.
꼬마가 쪼르르 달려가 여자에게 남자의 말을 전달합니다.
나에게 말을 걸지도 말고, 편지를 써서 보내지도 말라고해서 이렇게 전달합니다.
나에게 그 어떤 해명할 기회도 없이 이렇게 끝나게 된 것이 너무나 답답합니다.
남자의 말을 전달받은 여자는 답변을 전달합니다.
나도 처음에는 당신에게 호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날 파티장 뒷뜰 온실에서 한 여인을 으스러지도록 껴안고 있는 당신의 모습을 바라보고는 더 이상 당신과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졌습니다.
꼬마가 전달해 준 여자의 답변을 받고 남자는 잠시 생각에 잠깁니다. 그러고는 무언가 생각난 듯 주머니에서 편지 한 통을 꺼냅니다.
그리고 심부름꾼 꼬마를 통해 전달합니다.
편지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남자에게-
그 날, 나의 딸이 뒷뜰 온실에서 심장발작을 일으켰는데 선생이 아니었다면 정말 큰일날뻔 했다오.
선생이 쓰러지는 내 딸을 받아주지 않았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해주지 않았다면, 지금 딸의 생명은 어떻게 되었을지 모를 일입니다. 어떻게 이 감사의 뜻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쓰러진 여인의 아버지 OO 드림-
남자는 그날 파티에 참석했다가 온실을 거닐던 여인이 갑자기 쓰러지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다행히 남자의 도움으로 온실에 있던 여인은 위급한 순간을 넘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멀리서 본 여자의 눈에는 그 남자가 다른 여인을 격렬하게 안고있는 듯이 보였습니다.
남자가 전달한 편지를 차분히 읽어 내린 여자에게 심부름꾼 꼬마가 묻습니다.
뭐라고 전달할까요?
소년을 쳐다보던 여인의 눈이 갑자기 아름답게 빛나더니 얼굴에는 미소가 퍼져나갑니다.
저 벤치에 계시는 분에게 말씀드려 줘.
그녀가 수줍은 듯이 웃으며 말합나다.
내가 만나 뵙고 싶어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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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의 단계가 연인으로 넘어가는데 방해가 되는 것 중 하나는 ‘오해’입니다.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실제의 마음과는 다르게 해석하는 경우죠.
연인관계라면 서로 오해를 풀기위해 만나서 자세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썸의 단계에서는 그렇지 못합니다.
상대방의 마음이 식은 것으로 판단하고 자연스레 멀어지는 길을 택합니다. 그렇게 썸은 끝나고 연인으로 이어질 뻔한 인연은 아무런 관계도 아닌 상태로 돌아가게 됩니다.
두 사람이 연인으로 맺어지기 위해서는 혹시나 생길지 모르는 오해들을 이겨내야 합니다.
오해를 풀지 못하면 썸은 차갑게 끝나버리고 연인이 될 뻔한 사이는 더 어색한 남남이 됩니다.
썸의 단계는 쉽게 깨지거나 끝나버릴 수 있습니다. 아직 서로 간의 신뢰와 결속이 충분하지 않으니 작은 방해요소에도 크게 흔들립니다.
상대방의 행동을 오해할 수도 있고, 사소한 말 한마디 때문에 편견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런 방해요소에 흔들리지 않을 때 비로소 두 사람은 연인으로 맺어지게 됩니다.
한 커플이 탄생하기까지 무수히 많은 썸들이 생겨났다 사그라듭니다.
사랑을 오래 유지해 나가는 것도 어렵지만
새로 사랑을 시작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매번 썸만 타다가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은 사람에게 말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그거 원래 시작부터 어려운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