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haun SHK
Nov 12. 2019
#1
컴퓨터나 노트북을 오래 사용하다 보면 여러 가지 폴더들이 많이 만들어집니다.
시간이 지나면 불필요한 폴더들을 깨끗이 정리합니다.
가장 깔끔하게 정리하는 방법은 폴더 자체를 완전히 삭제해 버리는 방법입니다.
다만 삭제할 수 없거나 삭제해서는 안 되는 폴더들은 다른 이름으로 저장해서 다시 저장공간 구석에 남겨 둡니다.
영영 다시 열어볼 일이 없을 수도 있고, 아주 가끔 찾아볼 수도 있지만 그 폴더는 삭제되지 않고 남아 있습니다.
#2
첫사랑을 만나 백년해로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누구나 이별을 경험합니다.
이별은 누구에게나 아프고 쓰라립니다.
짧은 인생에 기쁘고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면 좋으련만, 야속한 인생은 이별을 통해 배우라고 합니다. 잘 이해되지는 않지만 인생에는 상실과 아픔을 통해서만 성숙해지는 부분이 있나 봅니다.
나이가 들면서 점차 이별에 익숙해질지 몰라도 이별 후는 언제나 아픕니다.
다 아문 듯했는데 아프기도 하고 이제는 안 아플 줄 알았는데 쓰라리기도 합니다.
누군가의 잘못이든 누구의 잘못도 아니든
이제는 따져볼 이유도 없고, 더 이상 이야기할 상대도 없습니다.
남은 것은 함께 보냈던 기억들을 정리하는 일입니다.
#3
이별 후에 남은 기억은 하나의 폴더로 남겨집니다.
사랑하는 동안엔 추억의 파일들이 계속해서 생겨나는 폴더였지만, 이별과 동시에 폴더 속 시간은 멈춰집니다. 이별의 폴더에는 더 이상 추억의 파일들이 쌓이지 않습니다.
사람의 기억은 컴퓨터 폴더를 끌어다가 휴지통에 버리는 것처럼 삭제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에겐 컴퓨터가 폴더를 깔끔하게 삭제하듯 기억을 능수능란하게 차단하고 정리할 수 있는 능력이 없습니다.
삭제가 되지 않는 이별의 폴더들은 저장공간 한쪽에 다른 이름으로 저장해 놓습니다.
어떤 이름으로 각자의 마음 깊숙이 저장할지는 각자의 몫이고 각자의 자유입니다.
누군가는 상대방이 너무 지긋지긋했는데 이제 속 시원하다는 뜻으로 저장해 놓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끝나버린 상황에 안타까움을 담아서 저장해 놓을 수도 있습니다.
각자 어떤 이름으로 이별의 폴더들을 저장을 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 어떤 이름으로 저장해도 상관은 없습니다.
다만 그 지울 수 없고 멈춰버린 폴더들이 나쁜 이름보다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저장되는 경우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함께했던 시간이 아프고 불행한 기억이 아니라,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으로 기억될 수 있는 연애를 더 많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이별을 했더라도 한때는 가장 빛나던 눈빛을 보냈던 사람이고 가장 따뜻한 손길을 내밀었던 사람이라고 기억하는 연애를 더 많이 했으면 합니다.
이별의 폴더에는 더 이상 추억의 파일들이 만들어지지 않고, 시간도 흐르지 않습니다.
가끔씩 추억을 찾기 위해 폴더를 열어볼 수도 있고, 영영 열어볼 일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비록 이별이라는 끝을 본 연애일지라도, 그 이별의 폴더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저장할 수 있는 연애를 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