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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aun SHK Apr 28. 2019

#8 이탈리아 라벨로 - 풍경

그리스 신 속 신들은 올림포스 산의 황금궁전에서 인간 세계를 내려다보았습니다.

그리스 사람들 생각엔 고귀한 신들이라면 당연히 높은 곳에 위치하여 인간 세계를 굽어 본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스 신들이 2019년에 다시 나타난다면 어디로 자리를 잡을까요.

집무를 하는 곳은 맨해튼에 위치한 마천루 빌딩의 꼭대기층이 될 것 같지만, 거주하는 곳은 왠지 이곳 이탈리아 라벨로가 될 것만 같습니다.


하늘과 가까운 곳에 머무르는 신들이라면, 높은 곳에 위치하며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라벨로를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라벨로는 산 중턱에 위치한 도시입니다. 버스를 타고 굽이굽이 산자락을 올라가야 합니다. 하지만 가는 길은 연신 감탄을 연발하느라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절벽과 바위로 멋을 낸 이탈리아 남부 산악지형에 감탄하고, 꼬불꼬불 좁은 길을 능숙하게 운전하는 버스기사의 솜씨에 또 한번 감탄합니다.

버스에 탄 사람들의 얼굴들은 밝아 보입니다. 날씨까지 화창하게 인사하니 만족스러운 표이 가득합니다.

라벨로는 사실 도시라기보다는 자그마한 마을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곳의 아름다운 경관을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굽이굽이 이곳까지 방문합니다.

 

지금까지 거쳐왔던 카프리섬, 포지타노, 아말피도 대단히 아름다운 곳들이지만 라벨로는 높은 산 위에서 바다를 조망하는 풍광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조금 색다릅니다.

여름휴가를 떠날 때 요즘은 국내냐 해외냐를 두고 고민하지만, 10여년 전만 해도 산이냐 바다냐를 두고 고민하던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푸르른 녹음이 주는 상쾌함과 짙푸른 바다가 주는 청량함은 우열을 가리기 어렵습니다.


라벨로는 두 가지 매력을 모두 가지고 있는 마을입니다.

초록 유니폼을 입은 나무들과 형형색색 꽃들이 우리를 반겨줍니다. 그리고 짙은 녹음에 둘인 채 아말피의 푸른 바다를 굽어볼 수 있습니다. 산속에 위치하다 보니 바다와 직접 맞닿은 것은 아니지만 탁 트인 시야에 담긴 카프리빛 바다와 아말피 해안이 눈을 행복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라벨로에는 아름다운 정원을 가진 빌라 루폴로 (Villa Rufolo) 있습니다.

라벨로에 온다면 이 아름다운 정원을 꼭 방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알록달록하게 단장한 수많은 꽃들이 방문객들을 반겨줍니다. 이렇게 높은 산 중턱에 정원을 만들고 가꾼 이유는 명확해 보입니다. 이 곳에서 내려다보는 경관이 너무나 아름다워 별장을 짓고 싶었을 테고, 그 건물에 어울리는 정원을 또 만들고 싶었을 것입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앞으론 짙푸른 바다가 펼쳐지는 곳,

옆으론 녹색의 나무와 풀들이 인사하고 눈길 닿는 곳엔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있는 곳,

빌라 루폴로 정원은 라벨로의 아름다움을 함축적으로 담아놓은 장소입니다.


우리는 새로움을 위해서 여행을 떠납니다. 낯선 공간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처음보는 음식들을 맛보며 일상의 짐들을 잠시 벗어놓습니다. 하지만 새로움이 주는 즐거움도 감흥이 떨어질 때가 있습니다. 낯선 공간과 상황에 적응하느라 지쳤을 수도 있고 혹은 빡빡한 일정을 따르느라 피로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에게 여행 속 휴식을 주는 것은 차분하게 우리를 어루만져 주는 자연경관입니다.


아말피코스트 여행 중 자연 속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싶다면, 이 곳 라벨로를 빼놓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포지타노의 흥겨움과 왁자지껄함에 크게 웃음 짓고 왔다면,

잠시 라벨로의 한적함과 편안함에 조용히 미소짓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공중에서 지표를 비스듬히 내려다 본 모습을 '조감도(bird's-eye view)'라고 부릅니다. 높은 산에서 꽃과 나무에 둘러싸인 채 바다를 비스듬히 굽어보는 모습을 '벨감도'(Ravello-eye view)라고 부르고 싶어 집니다.


다음에는 클래식 음악축제가 열린다는 라벨로 페스티벌 기간에 꼭 다시 와보고 싶어 집니다. 그때 다시 '벨감도'라는 말을 떠올리며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렇게 라벨로에서의 짧지만 인상깊었던 일정을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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