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 당신은 어떤 소원을 빌고 싶으신가요

소유지향적 소원 vs 관계지향적 소원

by Shaun SHK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일요일 아침에 <디즈니 만화동산>를 보려고 눈곱도 떼지 않고 TV 앞에 쪼르르 달려가 앉았던 기억이 납니다.

80년대생이라면 어린 시절 추억을 소환하는 기분으로 이번 실사영화를 봤을 것 같습니다. 애니메이션과는 같은 듯 다르지만, 가볍게 볼 수 있는 오락 영화로서는 충분했습니다.

알라딘의 가장 큰 판타지적 요소는 3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요술램프의 존재입니다. 주인공인 알라딘은 3가지 소원을 빌고, 램프를 훔친 악당 자파도 3가지 소원을 말합니다.

소원이 실현될 때마다 판타지적 재미를 충족시키며 극의 전개가 드라마틱하게 변화합니다.


자파의 3가지 소원

자파의 첫 번째 소원은 국왕(술탄)이 되는 것입니다. 이 소원을 통해 만년 2인자의 자리에서 벗어나 국왕을 제치고 1인자에 오르게 됩니다.

두 번째 소원은 강력한 마법사가 되는 것입니다. 마법의 힘으로 반대세력들을 제압하고 본인의 의지대로 왕국을 끌고 나가려고 합니다.

그리고 세 번째 소원은 가장 강력한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요정 지니보다 더 강해지려고 마지막 소원을 빌게 됩니다.


알라딘의 3가지 소원

알라딘의 첫 번째 소원은 왕자가 되는 것입니다. 덕분에 알라딘은 수많은 보물과 신하들을 이끌고 자스민을 찾아갑니다.

알라딘이 왕자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수많은 신하를 거느리고 엄청난 보물을 가지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공주와 결혼하려면 자신의 신분이 반드시 왕자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니가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것은 들어줄 수 없다고 하니, 결혼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자 소원을 사용한 것입니다.

두 번째 소원은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에 급하게 사용하게 되고, 마지막 남은 세 번째 소원은 램프의 요정 지니를 위해 사용합니다. 램프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몸이 되고 싶은 지니를 위해 마지막 소원을 쓴 것입니다. 자신의 바람이 아닌 친구의 소망을 위한 소원입니다.




소유지향적 소원 vs 관계지향적 소원


자파의 소원은 소유지향적입니다. 국왕(술탄)이라는 지위를 가지기 위해 첫 번째 소원을 빌었고, 막강한 마법을 쓰는 능력을 가지기 위해 두 번째 소원을 빌었습니다. 그런데 자파의 소원을 통해서는 사람의 마음이나 관계를 얻지는 못합니다.

첫 번째 소원으로 국왕이 되었지만 경호대장의 충성심까지 얻지는 못합니다.

두 번째 소원으로 강력한 마법사가 되지만 자스민을 포함한 주변 사람 마음을 원하는 대로 바꾸진 못합니다. 능력은 얻었지만 관계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반면 알라딘의 소원은 관계지향적입니다.

자스민 공주와의 사랑(결혼)을 위해 첫번째 소원을 빌었고, 자유로운 몸이 되고 싶어하는 지니를 위해 마지막 소원을 빌었습니다.

물론 알라딘의 소원은 그것 자체로 관계를 가져온 것은 아닙니다. 관계형성을 위한 초석을 다지는 정도였습니다. 그런 면에서 자파 소원럼 원하는 바를 즉각 이뤄내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해하고, 원을 통해 한걸음 가까워진다는 점에서 분히 혜로운 선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가 소원을 빈다면

요술램프가 생긴다면 소유지향적 소원을 빌게 될까요, 관계지향적 소원을 빌게 될까요. 아마 대부분은 소유지향적 소원을 빌게 될 것 같습니다.


관계지향적 소원은 사람 대 사람의 문제이기 때문에 요술램프의 힘으로도 어떻게 해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니조차도 사랑에 빠지게 하는 것은 안 된다고 하니 말입니다.


소유는 내가 가지고 있기만 하면 됩니다. 재산이든 능력이든 내가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소유는 완성됩니다.


하지만 관계는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으로 형성되는 것이라 보다 복잡합니다. 나의 재산이 늘어나고 지위가 높아지더라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여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사람과의 관계는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하나씩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별도의 노력을 기울여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소원을 빈다면 보다 뚜렷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소유지향적 소원을 빌게 될 것입니다.


소유가 관계보다 더 나아서가 아니라 소유지향적 소원이 단순하고 명쾌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얻고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보다 고차원적인 문제입니다.

3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요술램프가 있더라도 사람의 마음을 얻기는 힘들다고 생각하니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많은 돈과 재산을 얻는 것도 대단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고 관계를 형성하는 것 또한 대단한 일입니다.


돈과 재산이 많은 부자는 눈에 띄는 보석이지만, 사랑과 우정이 많은 사람은 어렵게 찾아봐야 하는 진귀한 보석니다.


이런 면에서 알라딘은 진흙 속의 진주가 맞는 것 같습니다. 스민과의 랑과 지니와의 우정을 모두 얻어낸 사람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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