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투 더 퓨처
어렸을 때 명절 연휴동안 TV에서 방영하던
<백 투 더 퓨처> 시리즈를 참 재밌게 봤습니다. 지금처럼 영화감상 플랫폼이 다양하지 않던 시절에는 연휴에 공중파에서 방영하는 특선영화의 시청률이 꽤나 높았습니다.
이제 방송을 접하는 루트가 다양해지면서 영화를 보려고 TV 앞에 옹기종기 모이는 일은 없어졌습니다. 각자 취향에 맞는 영화를 스마트폰으로 시청하거나 재밌는 영상 콘텐츠를 찾아 유튜브를 탐색하면 됩니다.
얼마 전 <백 투 더퓨처> 시리즈 영화를 다시 봤습니다. 어린시절 TV 앞에 앉아 보던 느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즐겁고 좋았습니다.
배우들의 능청스럽고 코믹한 연기, 참신한 소재와 아이디어들이 어우러져 오락영화의 진수를 오래간만에 느꼈습니다.
주인공은 1985년을 기준으로 30년 전의 과거와 30년 후의 미래를 왔다 갔다 합니다. (1편에서는 과거로 이동하고, 2편에서는 과거와 미래를 왔다 갔다 합니다. 3편의 배경은 19세기 서부시대)
1편에서는 과거로 시간여행을 합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어린 시절 모습과 만난다는 설정이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어린 시절의 어머니와 로맨스 기류가 형성된다는 이유로 국내에서는 1년간 상영보류되기도 했습니다.)
2편에서는 미래와 과거를 왔다 갔다 하는데, 30년 후의 미래를 예측한 부분들이 흥미롭습니다.
신발끈 자동조절 신발, 시카고 컵스의 월드시리즈 우승 (2015년으로 예측했지만 실제론 2016년에 우승)은 예측과 비슷하게 실현되었습니다.
반면 하늘을 나는 자동차, 사이즈 자동조절 의류 등은 아직 실현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흘러야 할 것 같습니다.
독특한 발상과 소재,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짜임새 있고 흥미진진한 구성, 배우들의 능청스럽고 천연덕스러운 연기들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명작은 언제 봐도 명작인가 봅니다.
타임머신
타임머신은 SF영화의 팬이라면 누구나 열광하는 소재입니다.
미래로 가서 자신의 미래 모습을 살짝 보고 올 수 있다면 , 혹은 과거로 가서 과거의 잘못된 선택이나 실수를 바로잡을 수 있다면 상상만 해도 흥미진진합니다.
미래로 날아가 엿본 나의 미래가 예상과는 달리 실망스러울 수도 있고, 과거로 돌아가서 행한 나의 행동이 나비효과가 되어 현재 상황이 뒤죽박죽 바뀌게 될지도 모릅니다.
위험하고 예측할 수 없지만 그만큼 흥미롭고 매력적인 상상입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간다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이동한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신가요.
많은 재산과 명예를 얻으려고 할 수도 있고, 지금과는 전혀 다른 전공을 택하여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다채롭고 특색 있는 경험으로 가득한 삶을 선택할 수도 있고, 가족이나 연인과 보다 많은 추억을 쌓는 선택을 할 수도 있습니다.
건강에 좀 더 신경을 쓰기 시작했을 수도 있고,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언어를 배우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혹은 놓친 사람을 다시 잡기 위해 노력할 수도 있고, 그때와는 다른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수도 있습니다.
타임머신을 탄다면 아마 가보지 않은 길을 걷고, 그때와는 다른 선택을 하고 싶을 것입니다. 시간여행을 가서 굳이 동일한 경험을 반복하고 싶지는 않을테니까요.
갈망했지만 얻지 못했던 것,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것들, 놓쳤지만 다시 붙잡고 싶은 것들, 우리는 가슴속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시간여행을 할 것입니다.
시간여행과 욕망
과거로 시간여행을 가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현재와는 다른 상황에 대한 욕망입니다. 지금과 다른 길에 대한 갈망이고, 지금 누리거나 느끼지 못하는 것에 대한 열망입니다.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든, 경험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든 우리가 원하는 것은 현재에 결핍되어 있거나 충분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에 대한 결핍과 불충분으로 과거로 돌아간다면 현재는 다시 완벽히 만족스럽고 충만해질까요.
현재의 부족함과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다른 선택을 했다면, 가보지 않은 또 다른 길들이 보이지는 않을까요.
현재
시간은 한 방향으로만 흐릅니다. 과거로는 돌아갈 수 없고, 미래는 알 수 없습니다.
과거에 대한 아쉬움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늘 우리 곁에 있습니다.
과거를 반성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마음이 인간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왔지만, 과거와 미래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현재로의 몰입을 방해합니다.
현재도 오래 전엔 불투명한 미래였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아련한 과거가 될 것입니다.
과거, 현재, 미래는 하나로 연결된 흐름입니다.
현재의 모습을 바꾸고 싶어서 과거의 어느 때로 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래의 나는 또 다른 선택을 위해 현재의 순간으로 오고 싶어 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지금 현재는 미래의 내가 절실하게 시간여행해서 오고 싶어하는 또 다른 과거일지도 모릅니다.
현재의 순간과 감정들에 충실하며 지금 이 순간을 더 살피고 보듬어야겠습니다.
오늘 나의 하루는 미래의 내가 간절히 오고 싶어하는 순간일 수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