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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aun SHK Jan 11. 2019

<퍼스트맨> - 감정과 성향

1960년대의 우주개발은 미국과 소련의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이었습니다. 누가 먼저 우주개발을 하고 누가 먼저 달에 첫 발을 내딛는지는 국가의 자존심이 걸린 중대한 프로젝트였습니다. 자유진영의 미국과 공산진영의 소련은 우주를 배경으로 냉전을 벌인 셈입니다. 영화는 우주경쟁시대 속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내디딘 닐 암스트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사실 이 영화는 <그래비티>처럼 우주공간을 둥둥 떠다니는 체험을 선사하지도 않고, <인터스텔라>처럼 과학적 상상력이 시각적으로 현란하게 펼쳐져 있지도 않습니다. 1960년대 미국 우주개발의 정점이었던 아폴로11호의 달 착륙을 닐 암스트롱의 시각에서 담담하게 그릴 뿐입니다. 여기에는 국가나 이념보다 그저 묵묵히 임무를 수행해 나가는 한 인간의 삶이 도드라집니다. 마지막 달착륙 순간이 극적이라고 느꼈다면, 그 감동은 국가적 목표달성의 쾌감 때문도 아니고 한 개인의 영웅적인 활약상 때문도 아닙니다. 내적 시련을 이겨낸 한 인간으로서의 성장이 오롯이 느껴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주연을 맡은 라이언 고슬링의 눈빛 연기는 인상 깊습니다. 우수에 찬 눈빛 속에는 슬픔과 그리움 등 인간의 감정이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불안감, 두려움 등의 흔들리는 감정을 제거하고 오로지 임무수행만을 생각하는 태도가 주인공의 눈빛만으로도 완벽히 표현됩니다. 인간적인 감정들을 제거하고 묵묵하게 임무를 수행해 나가는 모습은, 역설적이게도 그가 한 인간으로서 느끼고 있을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죽음에 대한 공포를 생각해보게 만듭니다. 내적갈등을 겪으면서도 내색하지 않는 태도가 관객에게는 더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린 딸의 죽음, 거듭된 동료의 사고사 등 감정적 변화가 크게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겪지만, 그의 내면은 지나칠 정도로 담담합니다. 지나치게 담담한 그의 태도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주위 사람들의 거듭된 상실 속에서 무너지지 않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방식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닐이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예민했다면 냉철한 분석력과 명확한 판단력이 필요한 달 착륙 미션에 부합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가 쉽게 상념에 사로잡히고 상실감과 혼란감을 느꼈다면 제미니 프로젝트와 아폴로 프로젝트는 실패로 끝났을지도 모릅니다. 



감정을 쉽게 잘 표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감정표현이 잘 이뤄지는 사람들은 보통 활력있고 솔직한 사람을 비쳐지기 때문에 주위사람들로부터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은 쉽게 다가서기 어렵다거나 관계에 벽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말을 듣게될 수도 있습니다. 솔직함과 진정성이 많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평을 받을 수도 있겠죠. 


 


영화 속 닐은 후자에 해당하는 인물입니다.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주위사람들은 그와의 관계형성에서 벽을 느끼게 됩니다. 가장 친밀한 관계를 맺을 아내와 자식과의 관계에서도 거리감이 느껴집니다. 동료들의 죽음을 접하고 생사를 넘나드는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아내에게는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고 담담한 태도로 일관합니다. 귀환하지 못할 가능성 때문에 정부에서 담화문까지 미리 작성해 둔 아폴로 11호의 출발 직전에도, 닐은 자식들에게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음에도 아무런 감정이 비쳐지지 않습니다. 아내의 채근과 분노가 아니었다면 두 아들의 얼굴도 보지 않고 집을 떠났을 것입니다. 이렇게 지나칠 정도로 감정을 숨기는 사람이 있다면 주변사람들은 거리감과 불편함을 느낄 수 밖에 없겠죠.


하지만 한편으로는 닐이 감정의 동요를 억제할 수 있는 능력이 탁월했기 때문에 성공적인 임무수행이 가능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동료의 거듭된 죽음을 접하면서 느꼈을 공포감과 상실감, 딸을 먼저 앞세울 수 밖에 없었던 아버지로서의 슬픔과 한, 그리고 미지의 영역으로 처음 나아가면서 느꼈을 두려움과 불확실성. 평범한 인간이라면 체험할 수 없는 극도의 부정적 감정들을 극복하려면 감정을 억제하는 방어기제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위기의 순간이나 돌발상황에서 최선의 결과를 만드는 것은 불안정한 감정이 아니라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태도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그러한 감정통제가 있었기 때문에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딛는 업적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주위에서 당신을 어떤 사람으로 평가할지 모르겠습니다. 감정을 잘 표현하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고, 감정을 억제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느 쪽이든 그 나름의 장단점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특별히 양쪽에 우열관계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여기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성향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시켜 나만의 정체성과 색깔을 뚜렷하게 만들어나가는 것입니다. 사람의 성격과 성향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합니다. 반대되는 성향을 가지기 위해 스트레스 받을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스스로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파악하고, 자신의 성향에서 장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 것을 더욱 탄탄하게 다져나가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성격에 강점과 약점이 있다면, 약점을 보완하려는 것보다 자신의 강점을 강화시키는 것이 더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부정적인 피드백으로 부족한 부분을 교정을 할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피드백으로 장점인 부분을 빛나게 만드는 것입니다. 전구에 묻은 작은 얼룩과 먼지들을 닦아내는 것보다는, 스위치를 찾아 그 불을 밝게 빛나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나와 우리도 강점을 찬란히 펼쳐보이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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