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17> - 전쟁 한가운데로

휴머니즘, 그리고 평화를 기원하며

by Shaun SHK

줄거리

영국군 병사 스코필드와 동료 블레이크는 최전선에 있는 아군 부대에 공격 중지 명령서를 전달하는 임무를 부여받습니다.

아군 부대가 예정대로 공격했다가는 적군의 함정에 빠져 1,600여 명의 부대원이 몰살당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부대에는 블레이크의 친형도 있습니다.

아군을 구해내기 위해, 블레이크 친형의 목숨을 지켜내기 위해 반드시 공격 중지 명령을 전달해야 합니다.

통신선이 끊어진 상황에서 명령서를 전달하는 짧은 여정을 그린 이 영화는 전쟁의 지극히 단편적인 상황만을 보여줍니다.

전쟁이 왜 일어났고, 전쟁 양상이 어떻게 바뀌었으며, 그래서 전쟁이 어떻게 끝맺었는지는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짧고 지극히 개인적인 임무 수행에서 우리는 1917년의 제1차 세계대전의 비인간성과 끔찍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휴머니즘

전쟁상황은 말 그대로 참혹합니다. 돌격 명령에 참호를 뛰쳐나와 적진으로 돌진한 군인들은 반나절도 되지 않아 시체로 널브러집니다.


총에 맞아 쓰러지고 포탄에 맞아 찢겨나가고, 쓰러진 시체 위에 다른 전우의 시체가 쌓입니다.

철조망에 걸쳐진 시신, 구덩이에 빠져있는 시, 모두 한때는 누군가의 소중한 자식이었고, 사랑받는 연인이었고, 우애 깊은 친구였습니다.


수많은 자식, 연인, 친구들은 그렇게 허망하게 전장에서 스러져 갑니다.

감탄을 자아내는 연출력과 촬영기술 덕분에 관객들은 잠시 1917년의 어느 날, 참혹한 전쟁터 한복판에 서 있는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영화가 전쟁의 비인간성과 허무함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닙니다.

주인공 스코필드의 짧은 여정엔 휴머니즘이 있습니다.

전우와의 우정, 전우를 잃었을 때의 비애, 이름모를 아기를 위해 건네 우유, 아군이 몰살당하지 않도록 미친 듯이 뛰어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전장 한복판에서도 빛나는 휴머니즘 그 자체입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전투 상황에서 주인공의 공격 중지 명령서는 어쩌면 의미 없는 명령이 될지도 모릅니다.

다음날에는 또 다른 전령이 나타나 총공격으로 고지를 탈환하라는 명령서를 가져다 놓을지도 모릅니다.

생사의 기로를 오가며 전달하는 명령서지만, 하루가 아니라 반나절 만에 뒤집힐 수 있는 명령서였을 수도 있습니다.


올바른 판단인지도 확신할 수 없는 명령에 따라 수많은 군인들이 죽고 또 죽습니다.

전쟁 한 복판에서 한 개인의 노력은 허망한 먼지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터에 나온 군인들은 각자의 임무를 수행합니다.

죽음의 공포와 현실의 참혹함에 때문에 두려움이 몰려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옆에 있는 전우를 지켜주고, 상급자로부터 하달받은 임무를 수행합니다.


비록 체스판의 말이 되어 전쟁놀이의 희생양이 될지도 모르지만,

목숨 걸고 전달한 명령서가 불과 반나절만에 뒤집힐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코필드와 같은 병사들은 묵묵히 임무를 수행합니다.


전쟁은 비인간적이지만 전쟁 속에서도 인간성은 스러지지 않고 빛납니다.

임무에 대한 책임감, 동료에 대한 전우애, 이름모를 아이에 대한 인류애지.

휴머니즘은 인간성과 대척점에 있는 전쟁영화 속에서 더 여실히 드러납니다.


평화를 기원하며

각종 핵무기와 대량살상 무기들로 인해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면 인류 전체가 절멸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핵무기의 등장으로 이제 함부로 대규모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예전과 같이 땅따먹기나 패권쟁탈 때문에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면 승자 없는 인류멸망 상황이 닥칠지도 모르니깐요.


하지만 인류 역사에는 언제나 예상을 뛰어넘는 비이성적 판단을 하는 권력자들이 있어 왔고, 앞으로도 또 나타날 것입니다.


비록 우리는 전쟁을 선동하는 권력자의 출현은 막을 수 없을지 모르지만, 시스템을 통해 온 인류가 세계대전의 소용돌이로 빠지는 일은 막을 수 있습니다. 한 개인의 광기는 국가 단위의 시스템에서 걸러내고, 한 국가의 과오는 전 세계적 단위의 시스템을 통해 제어할 수 다면 말입니다.


인간 개개인은 여전히 나약하고 불완전니다. 하지만 평화를 염원하는 인류가 만들어낸 시스템 인간의 불완전함을 효과적으로 보완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적인 전쟁 방지 공감대가 형성되고 초국가적인 평화 유지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1917년의 세계대전과 같은 비극은 막을 수 있 것입니다.


20세기 초중반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이 인류 역사에 기록될 마지막 어리석음으로 남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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