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를 쓰는 행태와 그 의미에 대한 생각
6년 전에 해외로 출장 갈 일이 많았어요. 좋은 식당을 가면 잊지 않고 기록하고자 구글맵에 타임캡슐에 담아 두듯 언제 꺼낼지 모르지만 사진과 함께 일기를 써서 넣어두었어요.
그런데 잊고 있던 나의 타임캡슐이었는데 얼마 전 알림이 왔어요.
아무 생각 없이 작성한 글이었는데 다른 사람에게 도움 되다니. 무슨 일일까요?
사람들의 본질적인 행동이 궁금해져서 인문학적 관점에서 먼저 찾아봤어요.
리뷰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그 역사는 입소문에서 먼저 나왔어요.
어느 마을에 하나의 대장간이 있어요.
망치를 사려면 그 집을 가면 되죠. 망치는 거기서 사면 되는 거니까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대장간이 여러 집이 생기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망치를 구매하기 전에 주변에 물어보거나,
아니면 구매한 사람이 주변에 먼저 좋은 점을 이야기해 주죠.
최 씨 대장간에서 만든 망치가 좋더라,
손잡이 나무가 더 튼튼하더라,
손잡이 잡는 디자인이 좋더라 등
여기서 우리는 여러 대장간이 생기면서 입소문이 중요하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근데 우리는 누가 물어보면 나의 경험을 솔직하게 해 줍니다. 대장간에서 물건사고 커미션을 받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물론 여리꾼이라고 커미션을 받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시장에 가면 뭘 사야 할지 모를 때 탐색 과정을 도와주는 사람이 있었어요. 요즘은 알고리즘에서 광고 추천이 이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우리 인간의 본능 중에 이타심이 있습니다.
진화 심리학 관점에서도 우리는 타인을 도우려고 하는 본능적인 욕구가 있어요.
응답하라 시리즈에서도 음식 한다면 이웃집에 나눠주거나, 마을에서도 일손이 필요하면 모두 힘을 모으는 게 모두 같은 맥락이에요. 이러한 행태가 현대 사회화 되면서 이웃(마을)과는 소통은 없어지고 온라인으로 소통이 이전하게 되었죠.
재화 중에서는 경험재에 해당하는 게 리뷰가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요,
특히 실용적이거나 유용한 정보면 더 공유하고, 다른 사람에게 필요하다면 언제든 화두가 될 수 있어요.
조나버거, 컨테이저스: 전략적 입소문 (문학동네, 2013), 5장 실용적 가치의 법칙.
*경험재(經驗財, experience good)란 경험을 하기 전에 가치를 평가하기 어려운 재화를 말해요.
대표적으로 디지털 콘텐츠, 식당, 화장품 등 써봐야 알 수 있는 재화 - 위키피디아
그래서 당근 같은 서비스에서 우리 동네 게시판 운영 방식을 예시로 볼 수 있는데요.
‘펌’하려는데 어느 미용실이 잘해요? 와 같은 질문이 바로 경험재를 구매하기 전에 확인하고 싶은 거죠.
내가 도움을 줘서 상대방이 만족하거나 좋아한다면, 정보를 공유한 본인도 기분이 좋고 만족할 수밖에 없어요. 누가 시켜서 하는 행동이 아니라 진심의 마음에서 행동하기 때문이에요. 따라서 리워드를 주는 것보다 퀄리티 좋은 정보와 따뜻한 마음이 담긴 양질의 글을 작성합니다.
인간의 본성과 행태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데요.
세상이 바뀐다고 해도 환경이 바뀌고, 인간의 본성은 그대로 남아있어요.
갑자기 이야기 논리가 다른 흐름으로 빠지는 것 같은데요.
예를 들면, 사랑하는 사람이 보고 싶고 생각나는 본성이 시를 쓰거나, 편지를 써서 보내고, 또는 연락하던 게 지금은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등으로 환경이 바뀌었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인간의 그 마음은 동일하죠.
아래의 그래프는 왜 사람들이 온라인 리뷰를 남기는지에 대해서 조사한 내용인데요.
리워드보다 남들에게 결정하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는 게 가장 높은 응답을 받은 게 눈여겨 볼만한데요.
온라인에서 리뷰를 쓰는 이유를 6가지로 정리해 본다면 다음과 같아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다. (스토어 리뷰에 올라오는 부분)
사람들과 함께 제품을 개선하고 싶다. (좋아하니까 애정을 가지고 말하는 부분)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길 원한다.
집단의 구성이 되고 싶어 한다. (옛날 마을, 공동체와 같은 맥락)
4번과 마찬가지로 공급자 및 다른 사용자에게 의견을 보여주고 싶다
온라인이라도 사람의 마음은 변치 않아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 되고 싶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물론 리워드나 보상받기 위해 리뷰를 작성하는 경우도 있지만, 진짜 진심에서 작성하는 이유를 찾는 방향으로 글을 작성했어요.
하지만 온라인 환경으로 바뀌면서 오프라인과 달라진 점이 있는데요.
위 6개의 내용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걸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이 뽑을 수 있어요.
피드백과 상호작용이에요.
즉, 내가 작성한 내용이 도움이 되었는지, 전달이 되었는지, 개선하는데 반영이 되는지 모두 피드백이나 상호작용이 필요한 행동들인 거죠.
위의 대장간의 예시처럼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줬을 때 그게 얼마나 도움 되었는지 알 수 있어야 해요.
그래야 본인도 만족하고, 기분이 좋아지는 하나의 경험으로 완결이 되죠.
하지만 온라인에서 작성한 리뷰는 단방향의 소통이라서 완전한 경험이 될 수 없죠.
즉, 사용자가 남긴 리뷰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된 걸 알 수 있어야 완성된 하나의 경험으로 만들 수 있어요.
여긴 또 인간의 본능인데요, 사람은 상호작용이 일어나면 더 관심이 가는데요.
예를 들면 간단하게는 누군가가 나를 쳐다보고거나, 이름을 부른다면 인지하고 관심을 이끄는 것처럼요.
인스타그램에 좋아요를 받는 거나, 게시글에 댓글이 달리거나 심지어 내가 보낸 카톡이 답장이 오는 경우도 마찬가지예요.
리뷰 작성자의 입장에서 보면 내 리뷰가 얼마나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는지 반응 오는 게 중요할 거예요. (체험단 당첨 되는 것 또한 피드백 중 하나로 생각해요)
이러한 피드백과 상호작용으로 이런 계기가 발생해요.
“오 내가 쓴 게 이렇게 도움이 되다니”
“내가 이렇게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었네”
"리뷰를 더 열심히 써야지”
“다음에 쓸 땐 더 꼼꼼히 적어봐야겠다”
”리뷰를 이렇게 쓰니까 이벤트 당첨이 되네!”
사용자에게 이러한 계기를 생각하고 깨닫게 한다면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리워드를 제공해도 이런 진심의 마음은 사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용자는 왜 자발적으로 리뷰를 작성하는지에 대해 생각하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데요.
작성자의 내면적 계기가 먼저 발생해야 하고, 양질의 리뷰 콘텐츠가 작성되면 상호작용이 중요해요.
지속적으로 작성을 유도하려면 상호작용이 작성자에게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저의 고민은 리뷰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건데요. 신뢰할 수 있는 리뷰라는 건 어떤 게 있을까요? 필수 기능인 리뷰지만 고도화를 하기에는 갈 길이 먼 것 같습니다.
- 모든 리뷰가 위의 목적에 해당하는 건 아닙니다.
- 본인의 기록을 하기 위한 리뷰의 행태도 있고, 리워드(이벤트 포함) 목적의 작성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