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 식단, 그리고 언론

by 이브와 아담

이 주제에 대해 글을 쓸까 말까, 고민이 많았다. 군복을 입고 있는 이상, 군 관련 민감사항들에 대한 개인의 의견은 군대라는 집단 전체를 대변할 위험성이 있었다. 그래서 언론에 노출되는 군대 이슈들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삼가는 편이다. 심지어 가족들에게도. 보안 문제와 더불어 군대의 입장을 훼손시킬 소지가 있었기 때문에. 군인은 특정 사건에 대해 언론에 발언을 하는 것조차 공보정훈부의 허가가 필요하다.


그만큼 조심해야 하는 일인데, 요즘 뉴스에서 화두에 오르고 있는 부실한 병영 식단과 군대의 코로나 대응 지침을 보도하는 언론의 방식, 그리고 이에 반응하는 여론을 가만히 보고만 있기가 쉽지 않아서 이렇게 글을 쓴다. 군 보안 사항을 위반하는 일체의 내용들이 이 글에 담기지 않을 것임을 서두에 미리 밝힌다. 지금부터 서술할 내용들이 전부 경험에 의거한 사실이라는 것도.


먼저 언급하고 싶은 것은 간부들이 용사들의 휴대폰을 일제히 걷어 검사한 부분이다.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을 보면 마치 간부가 부실 식단을 촬영한 용사를 색출해내서 보복하려는 모습으로만 비춰지는 것 같아서, 왜 그렇게 보도를 할 수밖에 없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문제가 되었던 용사의 행동은 부실 식단을 외부에 폭로한 것에 앞서, 휴대폰으로 사진 촬영을 한 것이다. 사실 부실 식단이라는 것은 용사들이 부모님과 전화통화 하면서도 외부로 알려질 수 있는 문제이고, 부대에서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군대 입장에서는 그리 심각한 사안이 아니다. 다만 해당 용사가 부대 간부들과 아무런 사전 대화나 협의도 없이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려 문제를 공론화시키고, 덕분에 상급 지휘관분들, 육군본부, 국방부까지 온 국민으로부터 질타를 받고 있으니, 누구의 행동이 더욱 무책임했냐고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정해져 있다.


모든 용사들은 부대로 전입올 시 촬영 방지 스티커를 휴대폰 카메라에 부착하거나 촬영 방지 앱을 설치해야 한다. 부대 내에서 카메라로 촬영을 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말이다. 영상통화도 자유롭게 할 수 없다. 왜 이렇게까지 하냐면, 보안 유출의 위험이 있어서다. 여론을 보면 그 보안을 부조리, 비리로만 여기는 것 같아서 안타깝긴 하지만. 군대는 발생할 수 있는 긴급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현행작전을 상시적으로 준비하는 곳이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상황과 자료들이 외부에 유출되는 일은 ‘반드시’ 없어야 하는 곳이다. 어느 미상의 첩자가 특정 자료를 확보할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서. 간부가 용사들의 휴대폰을 걷어 확인한 것은 응당 필요한 조치였고, 해당 용사는 충분히 징계를 받을 소지가 있었다.


그리고 부실 식단. 휴가복귀자 예방적 격리시설을 통제한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말하고 싶은 것은, 부실 식단은 사실 다양한 이유로 발생할 수 있다. 보통 예방적 격리 용사들의 밥은 병영 식당 내 일반 용사들의 배식통에서 퍼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배식 조절에 실패해서 격리 인원들의 반찬이 부실하게 올 수도 있고, 급양관리관이나 취사병이 격리인원까지 미처 추산하지 못해서 조리한 반찬의 양이 부족할 수도 있다. 반찬 몇 개의 양이 부족하다고 바로 군 비리로 이어지는 이런 기적적인 논리는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잘 모르겠다.


물론 그렇다고 군대에 비리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내가 확신하는 건 아니다.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진정 비리를 지적하고 싶은 것이라면, 문제 삼을 부분의 초점을 잘못 잡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일단 군대는 호텔이 아니다. 군대는 젊은 청춘들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러 왔으니, 무슨 일이 있어도 모든 군인 개개인들의 편의를 봐줘야 하는 사회 복지적인 곳이 아니다. 군인 역시 일반 국민들과 동일하게 헌법상 인권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지만, 내가 알기로 군인은 일부 기본권이 침해되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군인의 임무가 우선시되어야 하는 상황에 한해서. 물론 세상도 알 건 알아야 한다. 군 내 폭력, 자살, 소중한 생명과 연관되는 사건 사고들에 대해. 이러한 부조리적인 측면에서의 인권 침해라면, 반드시 고쳐져야 하고 책임이 있는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앞서 언급했던 병영 식단 문제 가지고 인권을 논하는 것에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그리고 24시간 부대에 있는 사람으로서 하고 싶은 말은, 대부분의 용사들 생각보다 굶지 않고 잘 먹고 살아간다. 매 끼니 식단이 제공되지 않는 간부들보다 어쩌면 더욱. 간부들이 용사들에게 전투력 유지를 위해 매일같이 밥을 의무적으로 먹으라고 권고할 정도이다. 짬 찬 용사들은 끼니 챙겨 먹는 것도 종종 귀찮아하기 때문에. 군대도 사람 사는 곳이다.


군인들도 부대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우는 현 상황이 익숙하지 않다. 경험 제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대는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매일 아침 공식적인 토의를 열고, 그 과정에서 구체적인 피드백들을 도출하며 이를 바로 현 상황에 적용하고 있다. 그리고 상급 부대로부터 수시로 점검을 받으며 문제점들을 개선해나가고 있다. 지금같이 군대가 코로나 대응지침들에 대해 지적받기 훨씬 전부터. 그 결과 밀폐된 환경에서 생활함에도 불구하고 전국 60만 명 군인들 중 지금까지의 코로나 확진자 수는 40명대, 사망자 수는 0명을 유지하고 있다.


언론이 중립의 원칙을 지키지 않는 모습을 보는 것은 이제 익숙하지만, 막상 이렇게 피부로 경험해보니 좀 아니더라. 일부 기자분들과 여론들이 부실식단을 문제 삼아 장병들의 사기 저하, 비리 문제들을 지적하고 있다. 과연 그분들이 직접 두 눈으로 실태를 파악하고 확신하며 기사화시키는 것이긴 할까 싶다. 그저 한 용사가 SNS에 올린 사진을 보고, 이거면 이슈화 되겠다 싶어서 논란을 재점화시키는 것은 아닐지. 이렇게 사안들을 왜곡하며, 확대 재생산하며 그분들이 얻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대한민국 20대 청년들은 ‘징병제’로 인해 강제적으로 군대에 입대한다. 70년 넘게 북한과의 휴전 상태가 지속되면서 사실상 징병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군대에 입대하는 사람들 중 불만이 없는 사람들을 본 적은 거의 없다. 간부들은 이런 사람들이 군 의도에 맞게 임무 수행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목적을 부여하고, 교육하고, 그것에 맞는 보상도 쥐어주며 군 복무기간 동안 문제없이 임무 수행하도록 이끌어줄 필요가 있다. 물론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용사는 성격상 부대에 적응하지 못해서, 간부들과 사이가 안 좋아서, 사회생활에 미련이 남아서 불만이 있을 것이다. 충분히 이해하는 바이다. 아마 SNS에 사진을 올린 해당 용사도 평소 군대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졌을거라 생각한다. 해당 부대 간부들과 사전 대화도 없이 대외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것을 보면.


군대에 불만을 가지는 것을 이해한다. 작전이나 훈련에 신경 쓰다 보면 미처 격리시설 인원들을 챙기지 못할 때가 있다. 개인의 권리보다 임무 완수가 먼저일 때가 있기에, 그만큼 긴급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 곳이 군대이기 때문에. 용사들 입장에서는 일정 부분 부당하게 권리를 침해받는 것이 화가 날 수도 있다.


그래서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있는 용사들이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불만이 있으면 쌓아두지 말고 해당 부대 간부들과 대화해보자고. 모든 간부들이 관심을 갖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 확신은 할 수 없지만, 분명히 관심을 가지고 여건 개선을 위한 노력을 약속하는 간부들도 많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무작정 SNS에 올리는 것이 아닌, 더욱 적합한 절차에 따라서. 권리 침해의 문제들로부터 용사들을 보호할 법적 기준과 규정들은 이미 많이 마련되어 있다. 단지 병영 식단 문제뿐만 아니라 일상 속 상호 존중, 폭력 방지, 근무 여건, 휴가 지침 등 다양하게. 그저 병풍용으로 만들어진 법들이 아니다. 소통을 위한 장치들이다. 이러한 장치들을 활용하지 않은 채 성급하게 판단해서 공개적인 곳에 사진을 올려 언론에 놀아나는 지금의 상황을 보는 것이 다시금 안타까울 뿐이다.


군인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서, 무작정 군대 편을 들고자 이런 글을 쓴 것은 아니다. 분명 군대도 지금까지 수직적 위계질서를 유지해 온 부분이 있을 테고, 그 방식이 지금의 장병들에게 더 이상의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도 깨달았을 것 같다. 군대 역시 이제는 좀 더 수평적으로 용사들을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로 더욱. 해당 용사 역시 대화할 마음을 접고 외부에 문제를 폭로하기까지, 소통을 위한 수많은 시도를 했을 것이라 믿고 싶다. 이 글은 언론의 영향으로 여론이 지나치게 한 곳에만 쏠려 있는 것 같아서 쓴 글이다. 사람들이 잘 몰랐을 법한 다른 관점의 입장도 듣는다면, 해당 문제에 대한 생각의 균형을 잡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쓴 글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