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나에게

by 이브와 아담

매일 모든 순간마다, 난 너를 생각해. 넌 항상 나보다 멀리 달리곤 했으니까. 넌 내가 도달하지 못하는 정상을 가뿐히 오르곤 했으니까. 너 앞에서 난 언제나 얼굴을 붉혀. 난 정말 네가 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거든. 넌 나와 달리 한계가 없잖아. 넌 완벽이라는 환상을 기어코 쟁취해내는 사람이잖아.


너는 실수를 모르는 사람이야. 너는 당면한 과제에 온전히 몰입하고 집중할 줄 아는 사람이야. 그래서 그 과정 속에서 배운 모든 것들을 야무지게 소화해내고 경험 속에서 발현시켜 끊임없는 피드백을 거쳐가며 스스로의 멋진 개성을 표출할 줄 아는 사람이야. 그런 너의 곁에는 항상 사람들이 붐비지. 널 좋아하고, 존경하고, 기꺼이 따르려는 사람들이. 마치 내가 널 좋아하고 존경하는 것처럼.


그런데 신기한 점은, 네가 밝게 빛나면 빛날수록 나는 점점 어두워진다는 거야. 밝은 날에 더욱 선명해지는 그림자처럼. 너와 달리 내 주변에는 날 좋아하는 사람보다는 내 약점을 찾아서 공격하거나 비난하려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아. 너와 달리 난 실수투성이니까. 완벽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니까. 1등에 대한 부담감이 싫어서, 경쟁 자체가 싫어서 일부러 지고 들어갈 때도 있는 나약한 사람이니까.


가끔은 네가 내 빛을 뺏어가는 것 같아서 원망스러울 때도 있어. 내가 널 기대할 때마다, 넌 이때다 싶어 보란 듯이 내 빛을 앗아가더라. 난 그걸 또 바보같이 기뻐하면서 뺏겨. 너를 위해서.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이 너에게 있고, 난 너의 모습 속에서 나를 보고, 난 그런 네가 조금이라도 더 멋졌으면 하거든. 더 행복했으면 하거든. 결국 넌 내가 아니었는데. 넌 그저 내 환상일 뿐이었는데.


언젠가 인간에게만 내재되어있는 특권에 대한 글을 쓴 게 생각나네. 바로 상상이라는 특권. 그렇지, 우리에게는 상상이라는 특권이 있지. 상상이라는 힘 덕분에 우리는 꿈을 현실화시킬 ‘가능성’이라는 것을 발견해냈고, 그렇게 세상을 바꿔놓았어. 상상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참 멋진 도구야. 하지만 상상이 과하면 우리는 현실을 보지 못하는 장님이 돼. 우리가 이상주의자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가끔 현실을 자각하지 못하고 환상 속에서 살기 때문에, 상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에 현기증을 느끼곤 하지. 마치 내가 너와 나 사이의 이질감을 괴로워하는 것처럼.


그래서 너를 없애버리고 싶기도 했어. 거울에 너를 투사해서 하염없이 그 거울을 깨부수고도 싶었어. 내가 비참해지기 싫어서. 네가 빼앗아간 빛을 조금이라도 되돌려 받고 싶어서. 조금이라도 날 더 사랑해보고 싶어서. 더 이상 널 기대하지 않고, 못난 나라도 좀 인정해주고 싶어서.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말하지. 어리석음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멋진 특성이라고. 그런 마음가짐으로 날 더 사랑해보려고도 했지만, 종종 나의 어리석음이 만천하에 드러나는 걸 보고 있으면 끝없는 자괴감에 잠식되고는 해. 그럴 때는 아무도 만나지 않고 문을 걸어잠가. 내 우울한 감정이 타인에게 전가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서. 난 남들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거든. 난 너의 모습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싶거든. 그럴 때면 깨진 거울 조각들을 모아서 너라는 퍼즐을 다시 완성해. 그리고 다시 한번 다짐해. 완벽이라는 불가능한 희망을.


너와 발걸음을 맞추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했어. 너가 되기 위해 폐가 터질 것 같이 달려도 봤고, 상급자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입술 안이 잔뜩 부르터 음식도 못 먹었을 만큼 야근도 해봤고, 너가 만족할 만한 브리핑을 위해 밤 10시마다 아무도 없는 암전된 브리핑실에서 졸린 눈 비벼가며 연습도 해봤고, 가끔 치기 어린 부하들이 날 무시할 때면 너가 그들을 대하듯이 보듬어 주기도 했어. 이 모든 걸 하나하나 극복해나가다 보니 조금씩 계단을 오르는 느낌이 드는 게 좋더라. 사실 너와 조금은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어. 하지만 난 항상 너보다 한 발 뒤쳐져 있어. 마치 몇 광년 떨어진 별을 보는 것처럼 너의 흔적만을, 너의 기록만을 볼 뿐이야. 나는 결코 너의 실존을 느낄 수 없어.


어쩌면 널 따라잡는 건 불가능할지도 몰라. 말이 안 되잖아 그치? 내가 너가 되고 나면, 난 아마 더 앞서있는 너를 갈망할 테니. 우리의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지만 욕심에는 한계가 없잖아. 우리는 스스로에게 조금의 실패도 용납하지 않으면서 끝없는 완벽을 바라지. 이건 마치 우주선을 발사하는 일이야. 수많은 나사들 중 단 하나라도 제대로 결합되어 있지 않으면 우주선은 발사 도중에 폭파한다며. 나도 살면서 그런 걸 느껴. 처음에는 10개의 일 중에서 1개밖에 하지 못했던 내가 나중에는 5개를 할 줄 알게 되고, 9개를 할 줄 알게 돼. 하지만 하나라도 다시 실패하게 되면, 내가 성공해냈던 9개가 전부 먼지가 되더라. 사람들은 생각보다 더 결과만 보더라고. 모든 준비를 완벽히 끝내 놓아도 마지막 나사 하나를 제대로 조이지 않는다면, 우주선은 발사되지 않더라고. 그렇게 되면 너의 모습이 담겨 있는 거울은 또 깨져 있을 거야. 그럼 난 다시 거울을 붙이겠지? 쳇바퀴처럼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며.


그래서 이번에는 좀 다른 방법을 써 볼까 해. 일단 너라는 퍼즐을 다시 짜 맞춘 다음, 내 모습을 담을 거울을 하나 더 준비할 거야. 그렇게 날 객관화시킬 거야. 그리고 널 마주할 거야. 그게 유일한 방법이더라. 무한한 나를 발견할 유일한 방법. 이제는 너에게 완벽이라는 짐을 짊어지도록 하지 않을게. 조그마한 실패에 모든 게 무너지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게. 그 짐을 우리 앞뒤에 서 있는 무한한 ‘나’들과 나눌 거야. 작은 나사 하나 미처 조이지 못했다고 나를 실패자로 낙인찍지 않을 거야. 실패를 하더라도 성공의 가능성을 가진 수많은 내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믿을 거야. 더 이상 자괴감에 잠식되지 않고 의연해질 거야.


미안해. 완벽이 많이 무거웠지. 이제부터 그 짐을 나눠 들자. 그러니 훔쳐간 빛은 내게 돌려줘. 이젠 너와 발걸음을 맞출 수 있을 것 같아. 함께 걸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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