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사회의 운명

총, 균, 쇠- 재레드 다이아몬드

by 이브와 아담

세계는 왜 지금의 모습처럼 되어야 했는가. 이 책의 저자이자 생태학 교수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미국, 영국, 중국 등 소수의 초강대국이 세계의 경제와 권력을 쥐고 있고 나머지의 국가들이 그 흐름에 종속되는 이유를 여러 가지 방대한 역사적 근거와 과학적 논리를 통해 집요하고 끈기 있게 풀어낸다. 동아시아의 역사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도 아니고 세계 곳곳의 역사를 다루는 터라 책 속 지식을 받아들이는데 다소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저자가 세계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고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방식에 감탄하며 책을 읽었다.


저자는 생태학 실험을 위해 뉴기니에 방문했을 때 만났던 한 원주민의 질문으로부터 이 책을 구상하게 된다. 세계가 왜 지금처럼 되어야만 했는가? 뉴기니가 미국, 중국, 스페인, 영국 등을 지배할 수는 없었는가? 왜냐하면 뉴기니에도 예전부터 똑똑한 인재들이 많았으며 과거 강대국에 밀리지 않는 나름의 정치체계도 구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 강대국들이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을 밀어냈지만 뉴기니 원주민들은 밀어내지 못한 것처럼 뉴기니는 결코 약한 국가가 아니었다. 저자는 가볍게 무시할 수도 있었을 이 원주민의 질문을 끝까지 기억하였고 그 결과는 이 책의 퓰리쳐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뉴기니 원주민의 질문에 대한 이 책의 방대한 답변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보면 간단하다. 현대 문명의 격차는 개인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환경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표적인 근거들을 살펴보자. 여기서 환경적 요인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지리적 위치, 농경생활, 자생 가능한 동식물의 종류, 균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을 만큼의 인구 규모, 중앙집권체제, 무역규모 등이 있다. 농경생활을 하며 잉여 식량이 발생하지 않는 한 과학, 경제 등 타 분야의 전문가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며 균으로부터 면역이 가능한 대규모 인구집단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애초에 농경생활이 가능하려면 정착민들이 있는 토양, 식용 작물, 가축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데 땅덩이가 넓어도 이러한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농경생활도 불가능했을 것이고, 잉여 식량의 부족으로 인해 문명의 발전을 이루지도 못했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아프리카가 이에 속한다. 아프리카는 남북으로 긴 땅덩이 형상을 하고 있었고 광대한 사하라 사막을 포함했기 때문에 교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못했다. 반면 유라시아 대륙은 동서로 긴 땅덩이 형상을 한 덕분에 활발하고 적극적인 무역활동을 할 수 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기후 차이에 기인하는데, 보통 동서축으로는 기후 차이가 적은 반면 남북축으로는 기후 차이가 심하다. 따라서 기후 차이가 적은 유라시아 대륙에는 무역 활동이 활발했고, 기후 차이가 심한 아프리카 대륙에는 무역 활동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뉴기니의 경우 자원도 부족하지 않고 정치체계도 잘 갖추어져 있었지만, 고지대와 저지대 간 격차가 심해서 교류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 강대국이 되지 못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우선 저자의 조사에 의하면 뉴기니의 고지대는 협소했지만 적절한 작물과 토양이 조화를 이루었으므로 농경생활이 가능했다. 반면 뉴기니의 저지대는 그러한 조화가 불가능해서 원주민들이 주로 수렵 채집 생활을 하였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고도의 차이라는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그 두 집단이 서로 교류를 하지 않았다. 따라서 결국 성장한 서방세력에 의해 뉴기니는 무너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책에는 안나 카레리나 법칙이 제시된다. 소설 안나 카레리나의 첫 소절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그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에 적혀있듯, 성공을 위한 조건은 정해져 있다. 그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여러 실패의 함정에 빠지게 되어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최강대국의 조건을 알고 있다면, 모든 나라는 최강대국이 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 최강대국이 아닌 국가가 그 조건을 충족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이는 아이 때 길렀어야 할 자질이 결핍된 어른이 다시 그 자질을 얻으려 할 때 겪을 수 있는 어려움과 비슷하다. 성공을 위한 조건은 독립된 여러 조건들이 아니라 사슬처럼 이어져 있는 연속적이고 단계적인 조건이기 때문에 중간에 결핍된 조건을 다시 채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아직도 세계는 B.C. 만 년 전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인간 사회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이 책은 국가의 발전 과정과 그 이유를 논리적이고 과학적으로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고, 현상을 바라보는 이 책의 방법과 관점을 우리 삶에 적용해서 좀 더 나은 성공적인 삶을 계획하고 전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진가가 드러나는 것 같다. 역사를 공부하는 주된 이유는 과거의 지혜를 통해 현재를 조망하고 미래를 바꿔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인간의 운명이 환경적 요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주어진 조건을 잘 활용하여 환경적인 단점에서 다른 관점을 찾아 극복할 수 있다는 지혜 또한 역사 속에 존재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분열된 여러 유럽 국가들이 세계 1차 대전, 2차 대전을 겪었지만 다른 면에서 소통과 선의의 경쟁을 통해 강대국으로 부상할 기회가 있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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