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에 대한 믿음

언브레이커블, 스플릿, 글래스

by 이브와 아담

우리 개개인은 모두 잠재된 가능성과 내재된 성향이 응축된 자아를 가지고 있다. 이 내적 자아들은 무궁무진한 색깔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무궁무진함이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에 공동체는 사회적 자아를 정의내려 혼란을 줄이고자 한다. 하지만 그렇게 정립된 사회적 자아는 응당 정당한가? 우리의 자아를 결정짓는 사회적 장치인 교육, 종교, 전통, 정책이 혼란을 줄이고자 하는 순수한 목적의 역할만을 수행할 수 있는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왜냐하면 소수 권력의 목적에 부합하기 위해 사회적 장치들이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속 세 주인공들은 자신들의 가능성을 억압당한다. 영화 속 엘리 박사는 다양성에 따른 혼란을 중재하기 위한 역할로 세 주인공들에게 나타난다. 그녀는 남들과는 다른 능력을 지니고 있는 주인공들에게 당신들은 전혀 특별한 존재가 아니고 그저 우물 안에서 놀고 있는 개구리일 뿐이며 스스로를 특별하게 여기는 것은 착각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그녀는 간과하고 있었다. 그들이 사회로부터 정신병자, 부적응자로 불릴지라도 그렇게 된 이유가 있었다는 것을. 그들이 특별한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그녀는 간과하고 있었다.


다양한 이유에 의해 우리 모두는 특별해질 수 있다. 사회가 우리의 가능성을 억압한다 할지라도 개개인의 경험, 사고, 상호작용을 통해 우리는 내적 자아를 발현시킬 수 있다. 난 항상 예전부터 믿음에는 근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믿음을 우선으로 설파하는 종교에 잘 다가갈 수 없었고 모험에 쉽사리 몸을 내던지는 성격이 아니었다. 하지만 영화는 우리에게 말해준다.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만드는 것은 바로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다. 우리 모두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고 영화는 그 순간을 관객과 ‘공유’한다.


이 영화는 요즘 영화계를 장악해버린 슈퍼히어로 장르에 속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무언가 결이 다르고 특별하다. 흔히 마블 영화의 영웅들은 스타로 소비된다. 그들은 다양한 장비들을 쓰고 세상의 존경을 받으며 뭇 관객들의 부러움을 산다. 그리고 우리같은 일반인들은 고민하기 어려운 추상적이고 특출난 주제로 이른바 고뇌한다.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자신들의 존재 자체에 대한 고민을 한다. 이들은 존경받지 못하고 오히려 세상 속에서 자신들의 실존 이유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들은 사회 속에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존재들이다. 이들의 능력은 아픈 과거에 의한 방어기제로 발현된다.

The broken are the more evolved.
-케빈(비스트)
엘라이자, 케빈, 데이빗

쉽게 부러지는 뼈를 가지고 태어난 엘라이자는 몸 대신 지능이 발달하고 잔혹한 성품을 지니게 된다. 어릴 때부터 가정폭력에 시달렸던 케빈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23개의 다른 자아를 만들어낸다. 어릴 적 친구들의 괴롭힘으로 수영장에서 익사할 뻔했던 데이빗의 트라우마는 그의 몸을 더 강하게 만들어주었다. 이 영화만큼 극단적이고 특출난 형태로 나타나긴 어렵겠지만 사람들의 다양한 경험은 스스로에게 내재된 가능성을 끄집어내고 세상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고 나서 스스로의 과거에 대해 한발 더 사랑하는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왜냐하면 스스로의 과거를 모두 격려하고 지지하는 것이, 과거의 모든 경험이 현재의 나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곧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믿음은 우리를 모두 특별한 존재로 변모시킨다. 우리 모두는 세상의 주인공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