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가지 인생의 법칙- 조던 B. 피터슨
검증되지 않은 가치와 신념이 문화와 사회 전반을 활보하고 있는 혼돈의 공간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하버드와 토론토 대학교에서 심리학 교수로 재직중인 조던 B. 피터슨을 처음 접하게 된 건 우연히 유튜브를 통해서였다. 내가 이 영상을 접했을 당시 대한민국을 포함한 세계는 양성평등, 페미니즘, 성 정체성 운동으로 활발한 시기였다. 많은 사람들이 소위 ‘권리 찾기’ 운동에 참여하거나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이 시류를 불편하게 여겼던 조던 B. 피터슨 교수의 영상에 관심이 갔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페미니즘을 불편해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남성의 낮아진 권리를 되찾기 위한다는 것이다. 일부는 그럴수도 있겠지만 조던 B. 피터슨이 걱정하는 것은 그보다 큰 문제이다. 바로 기존 가치가 폄하되고 해체되는 풍토다. 개인의 권리 찾기, 자아 찾기 교육은 결국 지금의 세상을 이룩한 선조들의 지혜와 인류의 역사 그리고 그보다 몇 배는 거대한 자연의 역사를 경시하는 오만을 낳았다. 가부장제가 사회적 병폐라 비판하는 사람들이 적지않다. 물론 현대의 가부장제가 분명 문제는 있다. 하지만 분명히 알아두어야 할 것은 성별 역할이나 계급은 사회적 특성이 아닌 자연적 특성이라는 것이다. 무리 내에서 자신의 성별과 서열을 파악하는 감각은 원시시대, 공룡시대부터 존재하던 감각이다. 원시 시대부터 인류는 신체적 차이로 인해 남성이 주로 사냥과 싸움을 하고 여성은 가정을 돌보는 역할을 하였다. 자연의 흐름이 인간이 만들어놓은 사회의 틀에 맞지 않는다고 본질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정말 깜짝 놀랐던 사례가 있었는데 유럽 대학가에서는 성별을 규정한다는 것 자체가 개인에게 가해지는 억압이라 여기는 풍조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다. 여자가 당당하게 남자 화장실에 들어가 서서 볼일을 보는 행위가 영웅화되고 있다. 또한 데이트 중에 남성이 문을 열어주는 행위가 여성을 약자로 만드는 것과 다름없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이건 더이상 개인의 권리를 찾는 운동이 아니다. 권력과 힘에 대한 욕심, 개인적 피해의식이 결합된 잘못된 신념이다. 이게 왜 잘못된 신념이냐면, 그들 스스로에게는 당연히 정당화될 수 있겠지만 다수가 조화로워질 수 있는 방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동체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공동체 내에 또다른 벽을 만들고 배척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또한 매력적인 이성에게 힘을 내려놓고 기꺼이 배려하고 한편으로는 사랑받고 싶다는 인간의 낭만적 본질을 왜곡하기 때문이다.
우리 눈에는 ‘중심와’라는 것이 있다. 이 중심와로 인해 우리 시야는 무언가에 집중해야 할 공간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나머지 공간을 흐릿하게 만든다고 한다. 우리가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아가느냐에 따라 보이는 것이 바뀐다. 그렇기 때문에 극단적 신념, 이데올로기, 고정관념은 위험하다. 그것은 우리 내부의 전체주의다. 다른 방식으로 사고하지 않는다는 오만이다. 조던 피터슨은 우리가 혼돈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좁지만 옳은 길을 걸을 수 있는 12가지 법칙을 알려준다.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
스스로를 도와줘야 할 사람처럼 대하라.
당신에게 최고의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만 만나라
당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오직 어제의 당신하고만 비교하라.
아이를 제대로 키우고 싶다면 처벌을 망설이거나 피하지 말라.
세상을 탓하기 전에 방부터 정리하라.
쉬운 길이 아니라 의미있는 길을 선택하라.
언제나 진실만을 말하라. 적어도 거짓말은 하지 말아라.
다른 사람이 말할 때는 당신이 꼭 알아야 할 것을 들려줄 사람이라고 생각하라.
분명하고 정확하게 말하라.
아이들이 스케이트보드를 탈 때 방해하지 말고 내버려 두어라.
길에서 고양이를 마주치면 쓰다듬어 주어라.
이 12가지 법칙들이 내포하고 있는 진리가 하나 있다. 바로 삶은 고통이라는 것이다. 결코 피할 수 없다. 조던 피터슨은 삶을 편하게 사는 법이 아닌, 진정으로 삶을 받아들일 방법을 가르쳐 주고 있다. 부끄러운 과거와 고통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방법, 즉 어른이 되는 법을 가르쳐 주고 있다. 고통을 피하기 위해 뒤로 숨는 삶만 산다면 우리는 결코 변화할 수 없고 성장할 수 없다. 오직 허무주의와 권태만 남을 뿐이다. 한계가 없으면 어떠한 이야기도 없으며 삶도 없다.
법칙들을 내가 깨달은 대로 정리해보자면, 우리는 고통을 받아도 결코 주눅들어선 안된다. 우리가 약자의 자세를 하면 그것에 맞는 호르몬이 분비되어 상대방에게 더 쉽게 당하고 잡아먹힐 수 있다. 엄연한 과학의 내용이다.
또한 우리는 존재 자체를 사랑하고 기적으로 여겨야 한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 나온 것처럼 개개인은 우연으로 점철된 기적과 같은 존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을 미워하고 탓하는 습관은 사회악이며 개인에게도 피해가 간다. 우리가 진정 무엇인가를 바꾸고 싶다면 사회를 먼저 비판하기보다 스스로를 변화시켜야 한다.
자식들에게 세상의 아름다운 것만 보여주고 싶어하는 마음은 전장에 자식을 칼과 방패 없이 보내겠다는 것과 같다. 우리는 아이가 전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혼낼 때 혼내고 교육해야 한다. 아이가 출산이라는 기적 속에서 태어났다 해도 신은 아니다. 정체성은 올바른 사회성이 확립되었을 때 의미를 갖는다.
우리는 결코 완전하지 않다. 우리는 전체를 볼 수 없으며 동시에 여러 명으로 살아본 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진정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은 없다. 서로가 경청하고 정확한 의사소통을 하여 상호 깨닫는 과정이 필요하다. 단 대화는 공동의 이익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한번 사는 인생 의미있게 살자. 거짓말은 세상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원흉이다. 우리는 내면과 진솔한 대화를 하여 오로지 진실을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우리가 진실만을 추구할 때 분별력을 가진 진정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진실에서 배운 의미가 개인의 정체성과 개성, 자아를 결정짓는다.
내가 생각하는 조던 B. 피터슨은 현대판 니체이다. 사회에 팽배한 혼돈 속 진리를 명쾌히 꼬집어 이를 토대로 잘못 행동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비판을 서슴치 않는다. 그래서 대학교 교수치고 안티가 많은 편이지만 난 이분을 정말 존경한다. 그는 모두가 편안한 행복한 세상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러한 세상은 존재할 수도 없고 존재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20세기 세상에 악몽을 불러 온 전체주의 지도자들 뿐이었다. 삶은 고통이고 혼란이다. 하지만 그는 그러한 세상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버티고 살아가야 하는지 실천적인 방안을 제시해준다. 밀레니엄 세대는 개인의 권리 증진이라는 명목 하에 전통의 긍정적 부분마저 제대로 배우지 못한 첫 세대라고 한다. 통상 밀레니엄 세대를 가장 양질의 교육을 받은 세대라고 하지만 조던 피터슨 교수는 밀레니엄 세대가 방치된 세대라고 얘기한다. 흔히 사람들이 규범을 싫어한다고 하지만, 현재 밀레니엄 세대는 규범이 절실하다. 그의 유튜브 구독자의 다수가 20대인 것을 보면 자명하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굉장히 위로가 되었던 구절이 하나 있다.
우리가 진정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은 없다.
나는 성격상 한 가지 신념을 선택해서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페미니즘, 사회주의 등의 지식을 훤히 꿰고 있고 그들만의 신념에서 비롯된 정당하다 느껴지는 ‘분노’를 장착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멋있어 보였다. 깨어있어 보였다고나 할까. 나도 진리라 일컬어지는 신념을 경험으로부터 배워 몸소 실천하고 살아가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다. 왜냐하면 그런 신념의 방향을 결정하고 살아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그러한 신념이 오만할 수도 있겠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확신을 쉽게 하지 못하는 내 성격을 좋아하게 되었다. 우리가 진정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주장은 쉽다. 극단적이라는 에너지 자체에 묻혀 개인의 결핍을 숨길 수 있고 이데올로기의 단순함에 빠져 재빨리 판단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혼돈을 가중시킬 뿐이다. 정말로 진실된 길은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있다. 진실된 길은 수만가지의 상황 속에서 최대한 올바른 판단을 내려야 하는 길이다. 분명 어렵지만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걸어야 하는 세심한 길이다. 질서가 없으면 혼돈이 되지만 질서가 너무 많아도 혼돈이 된다. 우리가 걸어야 할 길은 질서와 혼돈 사이, 중도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