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소소했던 생일은 더 특별한 행복을 가져다 준다.
행복해야 된다. 누구보다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 살아간다는 것은 힘들다.
햇빛이 한줌도 들지 않는 방 안을 들여다보면, 하루종일 불을 켜지 않는 이상 더 밝기는 힘들다. 그 안에서 컴퓨터 한대 만을 켜놓고 작업을 한다는 것은 어쩌면 고된 일이다. 시계하나 없는 방안에서 들리는 것은 내가 내는 타자 소리 밖에 없다는 것을 나는 안다. 그러나 나 이외로 아무 생명체도 없는 공간에서 무엇을 한다는 것은 어쩌면, 쓸쓸한 공간에 나를 밀어넣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아침에 야채장수가 골목골목을 트럭을 몰고다니며 내는 쩌렁쩌렁 울리는 스피커 소리에 눈을 뜨고, 다시 컴퓨터에 앉는 그런 일상에서 무언가의 소식은 한창 늦게 들려오기 마련이다. 나는 생일도 이 공간에서 시작한다. 생일날, 아침부터 왠일인지 휴대폰에서 나는 소리에 눈이 떠진다. 아직도 천장이 흐릿하게 보이지만, 손을 더듬으며 휴대폰을 찾는다. 전화기를 보니 할머니라는 흐릿하게 보이는 글씨를 보고 얼른 전화를 받는다. 할머니가 그 힘없는 약한 목소리로 나에게 생일축하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언제 오냐고, 이번 주는 안 올것인지 궁금해한다. 나는 이번 주 주말에 꼭 갈거라고 나약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녀의 목소리의 나약함은 세월의 나약함이지만, 나는 아직 잠을 덜 깬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였다. 부끄럽지만, 할머니의 목소리를 들으며 시작하는 목소리도 좋았다. 누군가 나를 목소리로 깨워주는 것이 얼마만인가. 너무 좋은 날을 시작하게 된다.
주말에 할머니를 찾아 뵙는다. 부모님도, 할머니댁으로 모여 다함께 저녁을 먹고, 이제 다시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한다. 작년의 생일에는 할아버지가 있었지만, 올해는 계시지 않는다. 매우 슬픈 일이다. 누군가를 그렇게 간절히 보고 싶던 날이 있던가... 어렸을 적부터 조부모에게 많은 돌봄을 받아왔던 나에겐 두 분다 부모님같은 분들이었다. 그렇기에 옆에 없다는 것이 더 슬프다. 마지막으로 돌아가기 전, 케익을 보며 곰곰히 작년 생일을 떠올려본다.
작년 생일, 문득 가족끼리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그렇게 조부모님과 부모님 그리고 나의 누이까지 모두 함께 사진을 남겼다. 많은 사진을 찍었고, 가장 값비싼 선물을 치렀다. 할아버지는 그 날, 내년에는 아버지의 형제들의 가족들도 모아 다함께, 대가족의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셨다. 물론, 그 소원을 못 이루시고 나의 소원만 이뤄주시고 가셨지만, 그와의 마지막 사진은 그렇게 남겨졌다. 그 해, 할아버지에게 대학원의 합격 소식을 알려드렸을 때, 할아버지는 웃으셨고 주변에 자랑하며 다니셨다. 비록, 대학원이지만 그에게 좋은 소식을 전했다는 것에 기분이 좋았다. 그는 입학 후 매주 나에게 좋다고, 잘 있냐고 전화를 한번씩 걸으셨다. 그 전화는 때로는 귀찮음으로 느껴지기도 했지만, 나의 힘이 되어주었다. 우린 그렇게 서로에게 기쁨을 주며, 각자의 생일을 나누었다.
케익의 초를 입바람으로 불고, 눈물먹은 웃음을 지었다. 누군가가 없다는 슬픔과 언젠가는 한번 더 맞아야 한다는 그 생각을 하게 되버린다. 그렇게 저녁을 먹고 할머니가 방에서 작은 봉투를 꺼내오신다. 그리고 나에게 생일축하다며, 용돈을 주신다. 그녀의 선물에 난 기뻐하지만, 그녀의 한마디가 나를 다시 아프게 한다. '더 못 줘서 미안하다.'라는 그 한 문장에 난 가슴이 아파온다.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지만, 이미 지금 받은 것도 벅차기에 나는 미안하고, 더 미안해진다. 그 마음에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할머니집에 있고자 버텨보다 버스시간이 다되어 집을 나선다.
버스를 탄 후 할머니가 주신 봉투를 조심스레 열어본다. 할머니의 삐뚤빼뚤한 글자로 자신의 손자가 되주어 고맙다는 한 문장이 쓰여있었다. 가슴이 더 시려온다. 아니, 아파온다. 복받치는 눈물에 눈물을 머금고, 옷매무새를 다듬는다. 슬프고도 기쁜 날이 이렇게 또 떠나간다. 한편으로는 그녀가 너무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강한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나를 울리려고 하니 말이다.
집에 도착하니 12시가 넘어버렸다. 할머니에게 전화를 하고 싶지만, 전화를 하지 않는다. 그녀는 오늘 매우 힘들 것이기에... 그녀에게 왜 밥상을 차려달라고 했던 것이 힘들 일을 안겨준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녀와 함께 하였다는 소소한 행복에 기쁨을 잠시 누려본다. 그렇게 눈을 감아보려고 해본다. 그 날은 매우 푹 자게 된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그건 슬픈 일인 것 같다. 슬프지 않으면, 기쁘지도 않다. 항상 가족과는 생일을 음력으로 치룬다. 매번 이번 생일은 어떻게 보내야 하나 고민을 한다. 재작년의 생일엔 조부모님께 식사를 대접해드렸다. 올해 작년 생일엔 가족끼리 단체 사진을 찍었고, 올해는 그저 단촐하게 보냈다. 그러나 단촐했던 생일 더 특별한 생일 되었다. 그리고 더 행복했던, 그리고 더 슬펐던 생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