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함과 초조함이 공존하던 분만실 복도. 일 분, 일초가 거의 한 시간처럼 느껴졌던 그 긴장된 순간을 지나온 지, 14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엄마는 알지 못하는 긴장감
임신과 출산은 ‘엄마’의 인생의 가장 큰 행사다. 그 앞에서 아빠의 존재는 저 멀리 한쪽 구석으로 밀려난다. 하지만 ‘아빠’ 역시 분만의 순간을 함께한다.
우리 부부는 아내의 허리 디스크 때문에 제왕절개를 선택했고, 덕분에 분만실은 정적 그 자체였다. 산모도, 아이도, 수술도 모두 그 조용한 문 안에 있었다. 나만 문 밖에 덩그러니 남았다.
분만실 앞에서는 온갖 상념이 휘몰아친다. 산모와 아이의 건강, 아직은 낯선 내 아이의 존재, 아빠로서 고민되는 가정의 미래, 머릿속에서 수백 가지 생각이 빙글빙글 돌다가, 결국 다시 한 가지로 모인다. ‘제발, 둘 다 무사하기를.’ 멍하니 분만실 문을 바라보며 간절히 기도했다.
솔직히 말하면, 무서웠다. 앞으로의 일들을 아직 모르니까. 머리로 그려볼 수 있는 미래가 너무 많다 보니 두려움에 휩싸였다. 하지만 이런 마음가짐으로 우리 가족을 맞이할 순 없었다. 최대한 즐거운 생각으로 두려움을 이겨내 보려 했다.
누굴 닮았을까, 세 식구가 밝게 웃는 모습, 함께 산책을 즐기는 모습, 어린아이의 애교, 그렇게 15분쯤 흘렀을까. 정막을 깨고 아이의 울음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분만 내내 잔잔하게 울리던 두근거림이 큰 고동으로 변주되었다.
첫 만남의 먹먹함
태반이 다 닦이지 않은 아이를 마주했다. 생각보다 작았다. 생각보다 빨갛고, 많이 부어있었다. 하지만 또렷한 이목구비와 다섯 개의 손가락, 발가락을 보니 확실히 사람이었고, 우리 아이였다.
따뜻한 엄마의 양수 속에 살다가, 홀로 차가운 공기를 마시게 된 아이. 환경이 낯설고 외로웠는지 정말 애처롭게 울었다. 엄마 없이 만나는 두 사내의 첫 만남이었다.
아이의 작은 손가락, 애처롭게 울리는 울음, 꼭 감은 눈. 이 작은 생명을 이제 내가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눈앞이 흐려지고 먹먹했다.
아빠의 첫 미션
하지만 정신을 차려야 했다. 아내를 위해 동영상을 찍어야 했으니까. 간호사님이 핸드폰을 내려놔 달라고 했지만, 첫 만남의 충격으로 전혀 들리지 않았다. 덕분에 탯줄을 자르는 순간까지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준비했던 말을 꺼냈다. “찰떡아 반가워. 우리 곁에 와줘서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머리가 새하얀 백지상태였지만, 수십 번 되뇌었던 덕분에 겨우 성공했다. 그 이후론 사랑한다는 말과 감탄사 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내 아이와의 첫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리고 14일이 흘렀다.
큰 포부를 담아 아이의 이름도 지어주었고, 병원에서 그리고 조리원에서 내 아이를 만나며 기쁨을 누리고 있었다. 마음만은 육아의 척척박사였지만, 여전히 정신없는, 서투른 초보 아빠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이가 내 품에 안겨 잠들 때, 문득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볼 때, 꼼지락 움직이는 발가락들을 바라볼 때마다, 분만실에서 느꼈던 그 먹먹함이 다시 밀려온다.
‘이 아이의 아빠가 됐구나.’
아직 실감이 잘 나지 않지만, 매일, 조금씩 아빠가 되어가고 있다.
14일 차 아빠는 오늘도 배워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