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빠 되기

내가 중심이 아닌 세상

by 기록하는아빠

어젯밤, 아이는 새벽 내내 끙끙거렸다. 기저귀를 갈아도 끙끙, 분유를 먹여도 끙끙, 안아서 트림을 시켜도 끙끙. 조금 나아지는가 싶더니 여전히 끙끙.

‘어디 아픈 건 아닐까?’ ‘속이 불편한가?’ ‘병원에 가봐야 하나?’출근을 앞둔 새벽이었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오직 아이가 편안해지길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새벽 3시, 아내와 나는 아이를 번갈아 안으며 밤을 지새웠다. 결국 아이는 새벽 5시쯤 잠들었다. 감사하게도 1시간 반 정도 눈을 붙일 시간이 확보되었다.




타의가 아닌 자의로

출근길, 눈꺼풀이 무거웠고, 몸은 피곤했지만 이상하게도 짜증이 나지 않았다. 예전 같으면 예민한 감정으로 투덜거렸을 텐데, 지금은 달랐다. 아이가 편안해졌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타의가 아닌 자의로, 내 수면보다, 내 피로보다 아이의 편안함이 먼저였다. ‘나도 부모가 되었구나.’




내 생일, 그리고 출산일

며칠 전은 내 생일이었다. 예전 같으면 아내와 케이크를 자르고, 맛있는 걸 먹으며 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생일 당일, 아내가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는지 물어보았고, 문득 생각이 났다.


‘내가 태어난 이날, 엄마는 어떤 하루를 보냈을까?’


출산의 고통을 겪고, 온몸이 성한 곳 없이 나를 세상에 내보낸 그날. 엄마에게는 내 생일이 아니라 ‘출산일’이었다. 최근 아내의 출산을 옆에서 지켜본 나는 알고 있었다. 그게 얼마나 고되고, 힘들고 또 위대한 일인지.




어머니의 말씀

그래서 부모님께 치맥을 주문해 드렸다.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시작된 전화. 엄마는 치맥 선물을 제법 마음에 들어 하시며 말씀하셨다.

“결혼은 사람을 성숙하게 만들고, 아이는 더 성숙하게 만든단다.”

그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




성숙해진다는 것

엄마의 말씀이 맞았다. 결혼 전의 나는 내 중심의 세상에 살았다. 내 시간, 내 돈, 내 계획. 결혼 후에는 아내를 배려하고, 함께 결정하고, 우리를 생각하게 됐다. 하지만 진짜 큰 변화는 아이가 태어난 후였다.


끙끙거리는 아이 앞에서 내 수면은 중요하지 않았다. 생일에는 나의 축하보단, 부모님께 감사 인사가 먼저 떠올랐다. 내가 중심이 아니게 됐다. 그게 성숙이었다. 새벽에 끙끙거리는 아이를 안으며, 생일에 부모님께 감사 인사를 전하며, 나는 조금씩 성숙해지고 있다.


“결혼은 사람을 성숙하게 만들고, 아이는 더 성숙하게 만든단다.”


엄마의 말씀이 이해된다. 아직 부족하지만, 아내가, 그리고 아이가 나를 조금씩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P.S. 다음 생일엔 부모님께 직접 찾아뵙고 인사드려야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