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빠 되기

부부가 동시에 쓰러진 날

by 기록하는아빠

노로바이러스는 혼자 걸려도 지옥인데, 부부가 동시에 걸리면? 거기에 생후 1개월의 아이까지 있다면? 24시간의 고통으로 깨달은 부모 건강의 의미.


일요일 아침부터 몸이 이상했다.


토요일 점심, 오랜 임신 기간으로 먹지 못했던 해산물을 먹기로 했다. 신선한 굴로 부쳐낸 전은 정말 맛있었다. 그게 24시간 육아 지옥의 마지막 식사가 될 줄 모르고 신나게 먹었다.


일요일 오전, 몸살 기운이 왔다. 아내도 마찬가지였다. 금요일, 토요일 이틀간의 육아로 얻은 영광의 상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곧 알게 됐다. 이건 몸살 정도가 아니었다.

구토가 시작됐다. 배에서는 천둥 같은 소리가 들렸다. 정말 쉴 틈 없이 몰아치는 폭풍우 같았다.




3중고의 시작

첫 번째 고통, 노로바이러스. 화장실과 침대를 오가며 하루를 보냈다. 아침 몸살 기운은 정말 약과였다. 하루 종일 내 몸이 내 것 같지 않았고, 본능을 찾아 헤매는 하루였다. 아내 역시 나와 똑같은 증상. 서로를 챙길 여력이 없었다. 물 한 모금 마시면 다시 토하고, 누우면 배가 뒤틀렸다.


두 번째 고통, 아내도 같은 상태. 보통 한 명이 아프면, 다른 한 명은 버텨야 한다. 서로를 챙겨주는 게 부부 아닌가. 특히나 어린 아가가 함께하는 상황. 하지만 우리는 둘 다 쓰러져버렸다. 서로 어떤 상태인지, 조금 나아졌는지 묻고 챙기긴 했지만, 눈 밑 다크서클은 이미 안녕하지 않다는 암묵적 신호를 내비치고 있었다. 얼른 이 상황이 나아지길...


세 번째 고통, 새벽 내내 우는 아이. 진짜 지옥은 새벽에 시작됐다. 말똥말똥 눈을 뜨고 있는 아이. 계속 어수선한 분위기 탓인지 칭얼거림을 넘어 울부짖고 있었다. 혹시 모를 감염 때문에 비닐장갑과 마스크로 무장하고, 기저귀를 갈아도, 분유를 먹여도, 안아 달래도 소용없었다. 4주 차쯤 온다는 원더윅스가 하필 지금? 마녀시간이 이 새벽에? 원망의 원인을 찾고자, 정말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가장 긴 밤

새벽 2시, 아내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너무 아파서 참을 수 없었던 것 같았다. 선잠에서 깨어나 아내를 달랴주고, ‘내가 해볼게’라고 말했다. 아이를 안아 혼자 케어를 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아이는 정말 잠들지 않았다. 안아도, 달래도, 분유를 먹여도 계속 보챘다. 화장실을 다녀와야 할 때마다 아이를 침대에 잠시 눕혀두고 뛰어갔다 왔다. 돌아오면 더 크게 울고 있었다.


새벽 3시, 4시... 시간이 정말 흐르지 않는 것 같았다.


새벽 4시쯤, 아내가 장모님께 전화를 걸었다. “엄마, 저희 둘 다 아파서... 아이를 좀 돌봐줄 수 있으세요?” 장모님은 바로 오신다고 하셨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할증이 끝난 시간이라 택시가 잡히지 않았다. 마음만 정말 초조했다.




구원자의 등장

새벽 6시가 다 되어 현관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똑똑똑...” 장모님께서 겨우 택시를 잡아 오신 것이다.


장모님께서 문을 여는 순간 표정이 굳으셨다. 우리 둘의 상태를 한눈에 파악하신 것이다. 장모님께서 아이를 안으시며 말씀하셨다. “얼른 잠이라도 푹 자고 나가야지. 이러면 못 쓴다.” 걱정해 주시는 마음에 안도감과 미안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버티는 하루

2시간의 쪽잠을 자고, 비몽사몽 도착한 회사. 급격히 나빠진 컨디션에 지하철을 탈 수밖에 없었다. 회사 업무는 급한 일만 해치우고 반차를 냈다. 퇴근길에 겨우겨우 병원을 들러 노로바이러스를 진단받았다. ‘역시나...!’ 수액을 맞고 한숨 자고 일어나니 정말 살 것 같은 컨디션으로 돌아왔다.




깨달음

집으로 돌아왔다. 그 사이 전쟁터 같았던 집은 산후관리사님의 손길이 닿아서인지 조용하고 차분히 정리되어 있었다. 관리사님께서 돌아가신 후 아내와 나는 말없이 누워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 깨달은 사실을 얘기했다. “아이를 돌보려면, 건강을 챙겨야 해.”


당연한 말 같지만, 부모가 되고 나서는 잊고 살았다. 아이가 우선, 아이가 먼저. 덕분에 출근길에는 아이 케어를 하고 항상 챙겨 먹던 비타민을 잊을 채 집을 나서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번 일로 확실히 알게 되었다. 내가 쓰러지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노로바이러스와 함께한 24시간. 구토, 설사, 새벽에 내내 우는 아이, 그리고 장모님의 출동까지. 이 모든 사건이 지나고 나서 남은 건 하나의 교훈이었다.

“아이를 위해서라도, 내 건강을 챙겨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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