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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원을 나온 첫날밤

by 기록하는아빠

집에 돌아온 첫날, 들뜬 마음은 잠시였다. 아이는 하루 종일 끙끙거렸다. 새로운 환경이라 그런 건지, 배가 고픈 건지, 지저귀가 불편한 건지, 속이 불편한 건지.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었다. 조리원 선생님들은 금방 알아채셨는데...

‘조리원이 그립다.’ 퇴소한 지 하루 만에 든 생각이었다.



안전지대였던 2주

조리원에서의 2주는 안전지대였다. 아이와 부모는 분리되어 있었고, 수유콜을 받으면 사랑스러운 아이가 밥만 먹고 돌아갔다. 하루 2번 있던 모자동실 시간도 당황스럽지 않았다. 문만 열면 아이의 불편함을 해결해 주실 선생님들이 계셨으니까.


아내는 충분한 휴식과 마사지를 받으며 몸을 회복했고, 나는 마치 아내의 집에 놀러 가듯 가벼운 마음으로 조리원에 방문했다. 이따금 이벤트처럼 신생아 목욕 교육, 기저귀 가는 방법, 트림시키는 법을 우아하게 배웠다. 2주가 흐른 뒤, 조금이나마 아이 케어에 자신감이 생겼다.


그러나, 집에서 받은 첫 이벤트는 기저귀를 갈아주는 사이, 나에게 뿜어대는 아들의 소변이었다.




조리원과 집의 차이

조리원에서는 아이가 울면 선생님들이 친절하게 원인을 찾아 해결해 주셨다.

집에서는 아이가 울면 우리가 어떤 이유인지 추측해야 한다.

조리원에서는 하루 세끼 따뜻한 식사와 5첩 반찬이 차려졌다.

집에서는 아이를 달래다 차갑고 딱딱한 피자를 먹었다.

조리원에서는 밤새 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몰랐다.

집에서는 2-3시간마다 온 집에 불이 환하게 켜진다.


‘이게 진짜 육아구나.’ 조리원에서는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만 만족했다. 사실 그건 물장구를 쳐주시는 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새벽 1시부터 시작된 전쟁

새벽 1시부터 아이는 끙끙거리기 시작했다.

기저귀를 갈았다. 여전히 보챘다.

분유를 먹이고, 수유를 했다. 여전히 불편해했다.

안아서 트림을 시켰다. 조금 나아지는 것 같다가도, 다시 끙끙.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계속되는 칭얼거림에 늘린 분유의 양이 문제일까? 수유를 하고 잠에 빠져 트림을 못해서 그런 걸까? 분유를 타는 순서가 문제일까?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조리원을 다시 방문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새벽 7시, 아이와 아내를 두고 출근하는 발걸음이 너무 무겁다. 나 혼자만 전쟁터를 빠져나온다는 죄책감. 하지만 한시라도 빨리 출근해야 빨리 퇴근할 수 있다는 아내의 말에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조리원은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깨달음

차를 타고 출근하는 길에 문득 깨달았다. 조리원은 ‘안전지대’가 아니라 우리가 부모로 성장하는 ‘교육장’이었다는 것을. 2주 동안 우리는 육아 튜토리얼을 배웠다. 하지만 진짜 육아는 조리원을 나선 순간부터였다. 조리원에서는 이미 정답을 알려주셨다. 이제 우리는 집에서 정답을 찾아내야만 한다.


잦은 시행착오와 밤을 지새게하는 불안함 속에서, 아이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참 두렵다. 하지만 해내야만 한다.

조리원이 그립지만, 우리는 이제 부모로 성장해 나가야만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조리원을 나온 첫날의 당혹스러움도, 피곤함도 모두 소중한 기억이다. 새벽 내내 끙끙거리는 아이 앞에서 무력감을 느끼던 우리.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진심으로 공감을 할 것이다.


첫날밤은 길고, 작은 울음소리에도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때로는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자책도 하게 되겠지.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밤을 지새우며 아이를 돌보고 있는 당신은 충분히 잘하고 있다. 나의 희망사항이기도 하지만, 조만간 아이의 패턴을 읽고, 여유를 찾게 될 것이다. 당신의 긴 밤을 함께 응원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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