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만에 잡초들이 우수수 자라났다. 잎이 크고 꽃도 피는 걸 보니, 금방 씨를 퍼트릴 것 같아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 휴일 하루를 잡초 뽑기의 날로 잡았다. 잡초를 뽑는 한가지 팁은 땅이 젖어 있어야 뽑기가 훨씬 수월하다는 것이다. 땅이 말라 있으면 땅 속으로 깊게 내린 뿌리까지 제거하지 못하고 줄기만 툭 하고 끊기기 십상이다. 기껏 뽑았는 데 뿌리가 살아서 다시 자라난다면 정말 끔찍할 것이다. 몇 주간 날씨가 가물어서 따로 물을 뿌리고 작업하려고 했는데, 간밤에 비가 내려 정원의 온 땅이 촉촉히 젖어 있었다.
정원 일의 최대 적은 자외선과 모기이다. 그래서 농부들은 해 없는 시간을 노리느라 자연스럽게 새벽형 인간이 되나 보다. 하지만 주말 늦잠에 아침 시간을 놓치고 1시부터 일을 하게 되었다. 10월 초라 선선하지만 그래도 더운 시간이라 선크림을 최대한 바르고, 긴 바지에 쿨토시, 목 토시와 챙 넓은 모자까지 썼다. 거기에 장화를 신으면 완성이다. 이사를 하고, 시장에서 장화를 살 때 만해도 호피무늬가 너무 촌스럽지 않나 생각했는데 역시나 무늬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발로 흙을 밟아도 지장이 없고, 물을 뿌려도 젖지 않아 발에 무한 자유를 준 것으로 충분히 그 역할을 다 했다. 장화 안에 땀이 조금 차고 오래 쪼그리고 있으면 어지러운 것은 작은 의자에 앉는 걸로 틈틈히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기의 역습은 무시무시했다. 날이 추워지면서 모기가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모기들은 습하고 어두운 곳에서 사람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긴 팔과 긴 바지로 가려 지지 않은 기가막힌 틈새를 파고 들어 공격해대는 통에 볼과 겨드랑이를 물렸다. 흙 묻은 손으로 긁을 수도 없고, 귀에 대고 울리는 앵앵대는 그 불쾌한 ASMR은 덤이다. 어차피 모기가 죽어야 끝나는 싸움이라 모기 죽이려고 내 몸을 때려봤자 모기는 도망가고 내 몸에 흙자국만 남길 뿐이었다. 일 끝내고 집으로 들어갈 때 열린 현관문으로 한마리씩 따라 들어와 가족들을 공격하기도 하니 끝까지 경계해야할 강적이다.
본격적으로 잡초를 뽑기 시작했다. 먼저 괭이밥을 집중 공략했다. 씨를 튀겨서 퍼트린다는 사실이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하나라도 남으면 다 초토화 된다는 생각에 작은 괭이밥도 모두 호미를 꽂아서 파냈다. 뿌리에 뭍은 흙 털다가 씨앗하나라도 떨어질라 뭍은 흙까지 과감히 버렸다. 잡초 뽑기의 악몽은 뿌리가 제거되지 않아 다시 자라자는 것, 뽑았는 데 씨앗이 떨어져 다시 자라나는 것이다. 우리 집으로 날아올까봐 우리 집 양쪽 이웃과의 경계선에 있는 잡초들도 친절히 다 뽑게된다. 그 외의 잡초들은 민들레 류의 잡초, 길쭉한 피, 쇠비름, 방동사니이다. 머위 밭을 한번 다 정리했는데,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스멀스멀 올라오는 머위 또한 우리 집에서는 잡초에 분류되었다.
뽑다보니 잡초는 다양한 곳에 포진해 있었다. 일단 땅인데 아무 식물도 없고 흙만 드러나 있으면 제일 편안하게 자라났다. 다음으로는 기존의 식물들 가까이에 생기는데, 수북한 애플민트 밭도 걷어보니 밑으로 자라고 있었다. 철쭉의 뿌리 부분에 교묘히 붙어서 자라는 것도 있었고, 내놓은 화분 위 흙에서도 자라고, 보도블럭 사이 틈에도 자라고, 기존에 심어놓은 식물이 말라 죽어가는 땅에도 여지 없이 뿌리 내리고 있었다. 일부는 잔디 밭에도 있었는데, 워낙 잔디가 강력하고 빽빽해서 인지 여기서는 크기도 작고 상태도 안 좋아보였다. 오래 살아남기 위해 최악의 한수로 연막작전을 쓴 모양인데, 이런 잡초도 미안하지만 뽑았다. 아니 애지중지 일부로 데려와 키우는 식물들은 여차하면 싹도 안 트고 죽는데, 잡초들은 전혀 생각도 안 하고 아무것도 안해주는데도 왜 이리 여기저기 알아서 생기고, 쑥쑥 크는 지 허망할 노릇이었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잡초이다 보니, 파종할 때는 부드러운 노래를 들으며 일 했는데, 잡초 뽑기는 무조건 힘나는 노래, 트렌디한 노래로 좋은 기분을 주입하면서 할 수 밖에 없었다. 한 시간짜리 플레이리스트가 두 번이나 끝났는데도 손 못댄 구역이 보였다. 끝없이 보이는 잡초들 때문에 점점 분노의 호미질로 변해 공벌레와 벌레들을 죽이고, 너무 작은 잡초들은 그냥 땅을 갈아엎었다.
뽑다보니 잡초는 다양한 곳에 포진해 있었다. 일단 땅인데 아무 식물도 없고 흙만 드러나 있으면 제일 편안하게 자라났다. 다음으로는 기존의 식물들 가까이에 생기는데, 수북한 애플민트 밭도 걷어보니 밑으로 자라고 있었다. 철쭉의 뿌리 부분에 교묘히 붙어서 자라는 것도 있었고, 내놓은 화분 위 흙에서도 자라고, 보도블럭 사이 틈에도 자라고, 기존에 심어놓은 식물이 말라 죽어가는 땅에도 여지 없이 뿌리 내리고 있었다. 일부는 잔디 밭에도 있었는데, 워낙 잔디가 강력하고 빽빽해서 인지 여기서는 크기도 작고 상태도 안 좋아보였다. 오래 살아남기 위해 최악의 한수로 연막작전을 쓴 모양인데, 이런 잡초도 미안하지만 뽑았다. 아니 애지중지 일부로 데려와 키우는 식물들은 여차하면 싹도 안 트고 죽는데, 잡초들은 전혀 생각도 안 하고 아무것도 안해주는데도 왜 이리 여기저기 알아서 생기고, 쑥쑥 크는 지 허망할 노릇이었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잡초이다 보니, 파종할 때는 부드러운 노래를 들으며 일 했는데, 잡초 뽑기는 무조건 힘나는 노래, 트렌디한 노래로 좋은 기분을 주입하면서 할 수 밖에 없었다. 한 시간짜리 플레이리스트가 두 번이나 끝났는데도 손 못댄 구역이 보였다. 끝없이 보이는 잡초들 때문에 점점 분노의 호미질로 변해 공벌레와 벌레들을 죽이고, 너무 작은 잡초들은 그냥 땅을 갈아엎었다.
역시 이 작업에도 완벽은 없었다. 일단 눈 앞에 보이는 모든 크고 작은 괭이밥을 제거했다는 사실에 만족하기로 하고 꽉 채운 잡초 한 포대를 남편에게 버려달라고 했다. 더 이상의 작업은 무리였고, 호미를 쥔 손가락 끝마디가 굳은살이 베기려는지 알알하게 아팠다. 땀에 젖은 몸을 씻으려고 욕실에 들어갔는데, 그냥 욕조에 쓰러져서 누워있었다. 전신권태가 무슨 의미인지 잘 알 것 같았다. 한달에 한 번만 하려는데, 지금으로부터 한달 뒤에는 어떤 상태일지 눈에 훤히 그려져서 마음 같아선 검정 비닐로 전부 덮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잡초와 싸우면 사람이 진다더니 과연 그러한 하루였다. 나의 고민은 이제 헐벗은 정원의 땅들을 어떻게 덮어 놓을지로 옮겨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