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주택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현실적인 장벽은 벌레, 각종 곤충들일 것이다. 나는 시골에서 자라 곤충이나 벌레들에 익숙한 편이라 여기에 대해서는 큰 부담이 없었다. 초등학생 아들 말로는 이 지구상에서 곤충, 동물, 식물 중 가장 수가 많은 게 곤충이라고 한다. 동물은 그렇다 쳐도 식물까지도 개체수로 제쳐버리는 그들이 바로 곤충이다. 인간에 비하면 작지만 종류도 많고, 날아다니거나 기어 다니고, 무엇보다 징그러운 생김새와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점이 내 집에서 만나고 싶지 않은 제일 큰 이유일 것 같다. 우리 집은 도심 주택이라 주변에 산은 없고 집이랑 도로뿐이지만, 집 앞 마당에 잔디, 텃밭, 화단이 있기에 벌레가 아예 없을 순 없었다. 예전에 아파트 13층에 살 때에 비하면 확실히 곤충과의 조우가 잦아졌고,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남겼다.
우리 집은 1,2층 그리고 다락으로 이루어진 단독주택이다. 우리는 주로 2층에서 생활한다. 흔하게 보게 되는 벌레는 작은 거미이다. 예전 아파트 13층에 살 때도 거미는 종종 보았다. 하지만 아파트 13층 거미는 다리가 되게 가늘고 희미했다. 징그러움보다는 이 높이까지 어떻게 오게 되었을까 신기함을 더 크게 느꼈다. 주택의 거미는 주로 화장실에서 자주 보였고, 새끼 거미인지 크기는 더 작고 더 굵은 몸통과 다리를 가지고 있고 움직이는 속도가 빨랐다. 아마도 근처에서 거미가 알을 까지 않았나 싶다. 미안하지만 집으로 들어온 거미는 밖으로 튕기면 다시 들어올까 봐 안에서 처리하는 편이다. 집 밖에도 거미가 있는 데, 2층 데크 아래에 비로 부터 안전한 구석에 자주 거미줄을 친다. 외관상 좋지 않기에 눈썰미 좋은 남편은 생길 때마다 정리를 한다. 하지만 거미 또한 끈질기게 집을 만든다. 그리고 저 높이 지붕 바로 아래 쳐 있는 거미줄은 닿지 않아 없애지도 못했다. 그 외에 그리마도 가끔 마주친다. 그리마는 대체로 크고 다리가 많아서 징그럽다. 예전에 1층 사무실을 썼을 때 한 달에 한 번씩 그리마가 꼭 나타나서 잡아야 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마는 저층 세대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인 것 같다.
그 외로는 밖에서 사람이랑 같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가령 텃밭 수확물에 벌레가 따라올 때가 있었다. 바질이나 깻잎 같은 잎채소는 하나하나 따기가 번거로워서 줄기 채로 끊어오기도 하는 데, 무성한 잎 사이에 숨어있던 개미, 무당벌레, 한 번은 사마귀도 나왔다. 손톱만한 새끼 사마귀가 비닐봉지 속 깻잎 더미에서 툭 튀어나와 주방 수도꼭지 위로 휙 올라섰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빈 통 속으로 유인해서 2층 데크를 통해 밖으로 돌려보냈다. 그 후로는 벌레들에게도 알아서 도망갈 기회를 주기 위해 채소를 따면 비닐을 연 채로 잠깐 밖에 놔두었다가 가지고 들어온다.
마당과 텃밭 날아다니는 벌레도 있다. 여름이 되어 만물이 소생하는 것은 좋은데, 각종 벌레들까지 소생해 버리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대표적으로 모기는 여름부터 나타나기 시작해서 가을에 추워질 때까지 활동을 한다. 예전 아파트 생활할 때는 1년에 한두 번 모기에 물렸었다. 하지만 주택에 이사 오고 나서는 마당 일을 하고 나면 하루에 기본 10방이 물린다. 모기퇴치제를 뿌리고, 토시, 모자, 장화로 무장을 해도 하루에 10방은 기본이다. 볼, 귀, 옆구리 등 별 기상천외한 곳을 물려보았다. 집 안까지 따라들어오면 걷잡을 수 없는 피해를 유발하기 때문에 밖에서 안으로 들어올 때 신경써서 사람만 들어와야 한다. 실내에 화분을 잘못 관리하면 뿌리 파리가 생기기도 한다. 날파리 같이 생겨서 크기가 작다. 이들은 얼마 살지 못하고 화분 근처에서 잘 죽는 것 같다.
식물들에게도 해충 피해가 있는데, 특히 나무에 해충 피해가 많았다. 첫해에는 단풍나무에 쐐기 같은 털이 기다란 검은 애벌레가 나타났다. 쏘일까봐 벌래가 있는 가지를 잘라 냈는데, 얼마나 많은지 잘라내는 것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았다. 벌레들은 교묘하게 잘 보이지 않는 잎의 뒷 부분, 그래고 방금 난 부드러운 연두색의 새 잎에 집중적으로 분포했다. 두번째 해에는 매실나무가 당첨이 되었다. 가지마다 곤충 알 같이 생긴 것이 거미줄 같은 실로 마구 감겨있었다. 텃밭 작물에 생긴 해충은 관리하다가 실패하면 뽑아내기라도 하면 되는데, 나무는 뽑아낼 수도 없어서 결국에는 난생 처음 농약사를 찾게 되었다. 전통 시장에 농약사를 찾아가서 사진을 보여드리니 몇가지 약을 주시며 섞어서 쓰라고 알려 주셨다. 집에 노인과 어린이가 있어서 약은 안 쓰고 싶었지만 벌레들이 다른 식물에게 퍼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뿌려줬다. 농약을 뿌릴 때는 우비를 입고 마스크도 쓰는 데도 왠지 모르게 눈도 간지럽고 찜찜함이 남는다.
우리 집은 벌레가 별로 없는 편이라고 쓰려고 했는 데 쓰고 나니 벌레가 참 종류별로 있었던 것같다. 그나마 도심지라서 이 정도로 정리가 되는 것 같은데, 깊은 시골의 주택은 사람보다 벌레때문에 더 문제가 많다고 한다. 벌레퇴치 전문가의 말로는 벌레와 인간이 서로의 영역을 정해놓고 지키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고 한다. 아름다운 주택으로 이사를 와서 자연과 호흡하는 것은 좋은데, 고양이도 그렇고 벌레들과도 공존을 고민해야 하는 게 슬기로운 주택 생활의 과제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