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꽃정원 Nov 01. 2022

음식물 쓰레기가 없는 집에 산다

단독주택 살아보니 #1

 살림을 하다 보면 사람이 살면서 얼마나 많은 쓰레기를 만드는지 알게 되어 현타가 오는 순간이 온다. 과자 하나를 먹어도 비닐쓰레기가 생기며, 마트에서 채소만 사와도 다듬는 것부터 음식물쓰레기가 생긴다. 하물며 배달과 택배까지 많이 받는 요즘 시대에는 포장 쓰레기도 참 많다. 쓰레기를 분류하는 것도 가져다 버리는 것도 일이다. 아파트에 살 때는 아파트의 편리한 쓰레기 시스템을 이용하며 살았다. 음식물 쓰레기는 몽땅 모아서 음식물 쓰레기 통에 넣고, 재활용 쓰레기는 넣으라는 곳에 착착 넣으면 알아서 처리가 됐다. 그래서 처음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갈 때는 이 쓰레기 처리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많이 부담스러웠다.

마당 한켠에 마련한 쓰레기 보관소

 이사를 오면서 미생물 분해형 음식물처리기를 구입했다. 서서히 단독주택의 쓰레기 시스템에 적응해 나갔다. 재활용 쓰레기는 아파트 살 때랑 비슷했다. 먼저 집 안에서 플라스틱, 캔, 종이, 비닐, 스티로폼으로 1차 분류를 한 뒤, 집 밖에 내놓으면 수거 차량이 와서 수거를 해간다. 수시로 수거를 해 가는 아파트와는 달리 품목 별로 수거 요일이 있어서 아무 때나 내놓으면 안되고, 마당 한쪽에 꺼내놓고 모아뒀다가, 봉지가 다 차면 수거일 즈음해서 집 내 놓으면 수거를 해간다.


 제일 혁신적인 변화는 음식물 쓰레기였다. 우리 집은 음식물 쓰레기를 냉동실에 얼려놨다가 통이 다 차면 비우고 통을 씻는다. 예전에는 거의 3일에 한 번씩은 얼려놓은 음식물쓰레기 통을 비우러 어두운 밤에 엘리베이터를 탔던 것 같은데, 이사오고 나서는 음식물쓰레기통 비워야 하는 주기가 이 주에 한 번 정도로 대폭 줄어들었다.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는 등갈비 뼈나 다시팩 정도이고, 이것 빼고는 다 자가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음식물 쓰레기가 나오면 미생물 분해형 음식물 처리기에 넣는다. 그 안에는 흙같이 생긴 미생물들이 음식물을 분해해 거름 형태로 만든다. 과일 껍질이나 먹다 남은 음식을 넣어주면 제일 깔끔하게 처리를 하고, 여타 음식물들도 사람이 소화할 수 있는 것들도 분해할 수 있다. 그래서 분해 가능한 것은 바로 처리기에 넣어주고 분해를 못하는 것만 냉동실에다가 얼리는 식이다. 열심히 넣어주다 보면 음식물은 깨끗이 사라지고 분해된 거름이 점점 쌓이는데, 많이 쌓이면 퍼다가 텃밭 퇴비로 쓸 수 있다. 텃밭 위에 뿌려서 몇 일 말린 후 삽으로 흙과 잘 섞어주면 끝이다.



 하지만 음식물 처리기에 넣지 못하는 음식물도 꽤나 있다. 대표적으로 달걀 껍질, 커피 가루, 보리차 끓인 보리, 각종 씨앗이다. 수시로 나오는 데 처리기에 넣지 못한다. 이런 쓰레기들을 처음에는 냉동실에 얼려서 일반쓰레기에 넣었는데, 이제는 마당에다가 묻는다. 개수대 옆에 두부 포장 용기를 놓고, 처리기에 못 넣는 음식물쓰레기를 모은다. 두부통이 다 차면 들고 마당으로 나간다. 잘 안 자라는 홍가시나무 사이 사이에 묻거나 정원 제일 구석진 곳에다가 던져 놓는다. 그럼 부패가 되어서 가라 앉고 가라 앉다가 땅으로 흡수된다. 삽으로 잘 섞어주면 우리 땅을 기름지게 해주는 천연 비료가 된다. 가끔 참외 씨에서 새싹이 나서 덩굴이 생기거나, 비트에서 줄기가 나서 다시 크기도 했다. 계절을 잘 못 만났기에 지금 크기 시작해봤자 열매를 얻을 수 없으니 뽑아주어야 했지만 신기한 경험이 되기도 한다.


묻어놓은 참외와 고구마가 자란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마당에 나가는 게 귀찮을 것 같지만 이상하게도 즐겁다. 가는 길에 엘리베이터 안에서 이웃들과 어색하게 숨 쉬며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편안하게 몇 계단 내려가 마당에 나가 구덩이를 조금 파고 음식물을 넣고 다시 덮어주면, 식물에겐 보약 먹이고 고급 영양제 놔준 셈이니 뿌듯함과 기대감이 퍼지기 때문이다. 그것도 힘들면 안 보이는 곳에 던져서 나중을 기약하고, 가끔은 이제 초등학생인 아들에게 묻어 달라고 하면 제법 잘 묻는다.


 우리 가족이 생활하고 먹으며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는 비슷한데, 수거해가는 음식물 쓰레기양은 점점 줄어든다. 버리는 것은 거의 없고 다 소화가 가능하기에 본의 아니게 친환경 내츄럴 하우스가 된 기분이다. 특히 예전에는 음식을 해서 먹다가 양이 많아서 남길 때 죄책감이 컸는데, 이제는 음식물 처리기가 먹는다고 생각하니 그래도 마음이 편해진다. 나에게는 쓰레기이지만, 땅에게는 식량이고 영양이다. 결국에는 우리 땅이 먹어서 그 안에서 자라는 건강한 식물이 된다고 생각하면 충만한 기분이 든다. 땅과 인간이 부담없이 주고 받는 기분이다. 다시 아파트로 돌아가면 이걸 못 하니 정말 갑갑할 것 같다. 단독주택에 살아보니 나는 내어주고 땅은 받아서 키워주고 품어주는 기막힌 공생관계에 대한 감사함과 든든함이 생긴다.

매거진의 이전글 주택의 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