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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정원 Mar 15. 2023

계단있는 집

단독주택 살아보니 #13

  우리 집은 2층 건물에 다락이 있는 단독주택으로, 현관을 열면 1층부터 다락까지 연결하는 계단이 있다. 아파트에 살 적에 계단은  외부에 위치하여 공용 공간의 역할을 했다. 가끔 엘레베이터가 고장났을 때 이용했고, 미세먼지가 심한 날의 운동을 도와주기도 했다. 커다란 자전거가 주로 매여있었고, 인기척이 느껴지면 흠칫 놀랐던 기억이 있다. 주택에서의 계단은 실내 공간으로서도 큰 역할을 한다. 건축가들이 쓴 책을 읽어보면 많은 건축가들이 계단에 매력을 느끼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계단을 더 넓게, 더 중앙으로, 계단에서 더 많은 일을 할 수있도록 배치하는 집도 있었다. 우리 집은 아파트 2채를 위 아래로 붙혀 놓은 구조를 추구하였기에 계단을 현관과 연결되게 한쪽 구석으로 빼놓았다. 그리고 2층에서 다락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1층 계단 반대편에서 간이 계단 형식으로 올라가게끔 구상을 했다. 하지만 건축사를 만난 뒤 계단 위치가 수정되어 1층에서 2층, 다락까지 이어지게끔 설계가 바뀌었다. 우리가 구상한 초안에서 가장 크게 수정된 부분이 이 부분이다. 2층에서 다락으로 가는 계단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아들 방과 안방의 위치가 바뀌고, 아들방의 크기가 조금 커졌다. 2층에서 다락으로 올라가는 통로가 옹색함에서 번듯함으로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계단의 위치는 확보되었고, 외기를 차단하기 위해 중문 설치를 계획하였다. 외기가 실내로 들어오지 않게 하고, 1층과의 공간 분리를 원했던 우리는 2층 계단에 3연동 좌우 개패 중문을 설치하기로 했다. 브런치 작가인 남편은 집을 짓는 과정을 책으로 엮었는데, 책에서 보니 이 과정에서 남편이 '2층에 중문을 설치를 하는데, 1층에서 2층을 지나 다락으로 올라가려면 중문을 두 번 연속으로 열어야 하는 것이 불편할 것 같아 신경이 쓰였다'라고 적어놓았다. 설계 당시에는 이런 고민을 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사오던 날, 아들은 문을 두번 열 지 않고, 중문 뒤의 빈 공간을 통해 쏙하고 다락으로 올라가며 나름의 해법을 찾아냈다.

중문과 중문 뒤 공간


 계단은 우리에게 선물을 주었다. 계단 공사가 한창일 때 1층에 계단 밑 빈 공간이 그대로 막아버리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건축사께 요청을 하여 1층 계단 밑 공간을 창고로 만들 수 없는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계단 밑에 전등과 문을 달아주었다. 1층에 보너스 창고가 생긴 것이다. 여기는 현관 바로 앞이다 보니 무거운 물건을 나를 때 쓰는 손수레안쓰눈 큰 짐을 넣어서 요긴하게 쓰고 있다. 계단 밑이라 천장이 점점 낮아지니, 창고 깊숙히 들어갈 때는 머리 조심을 단단히 해야 하지만 말이다.


계단 밑 창고 와 계단 인테리어

 이사를 오고 난 뒤 계단은 과연 특별한 역할을 하고 있다. 계단을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초등학생 아들이다. 아들은 이사와서 제일 좋은 점은 계단과 다락이라고 한다. 일단 계단을 올라갈 때 두 발이 아닌 '네 발 걷기'로 기어 올라가기도 하고, 계단 난간을 잡고 매달려 있는 것도 좋아한다. 어느 날은 그냥 계단에 앉아서 한 칸 위에 패드를 놓고 만화를 보기도 한다. 평평하지 않은 특별함이 놀이터처럼 느껴지나 보다.


 인테리어 감각이 있는 남편은 계단을 특별하게 꾸몄다. 우리 가족이 세계여행을 특별히 좋아하는 지라 여행을 하며 찍었던 사진들을 액자에 넣어서 계단 벽에 붙혔다. 계단 아래에서 올라갈수록 여행 초창기에서 최근까지 시간 순이다. 계단을 오르내리며 자연스레 눈이 더 가고 여행의 추억을 떠올릴 수가 있었다. 계단 바닥에는 느 레스토랑처럼 와인병을 주르륵 놓아서 분위기를 냈다. 나는 계단이 1층과 2층 세대 분리 주택인 우리 집의 위 아랫집을 효과적으로 나눠주는 점이 좋다. 나에게 계단은 집과 집 사이 중간 어딘가의 느낌으로 마음에 묘한 휴식을 주기도 한다. 계단이 주는 연결과 소통에서 많은 건축가들이 매력을 느끼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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