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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정원 May 02. 2023

끼인 땅의 대반전

단독주택 살아보니 #16

 내가 사는 마을은 단독주택지로 이루어진 마을이다. 단독주택 단지를 만들기 위해 개발이 되고 분양이 되었기 때문에 네모낳게 도로가 나 있고, 수도와 배관이 모두 매립되어 있다. 같은 마을이지만 땅의 입지가 조금씩 다르다. 우리는 이 마을에서 살기로 하고 매물로 나온 땅들을 모두 둘러보았다. 마을이 생긴지 10년이 넘어 지어진 집으로 이미 많은 땅에 집이 들어서 있어서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마을 외곽의 큰 도로에 인접한 땅, 도로가 반만 인접하고 나머지 삼면이 폭 쌓인 땅 등 딱 봐도 안 되겠다 싶은 느낌이 드는 땅이 많았다. 그 뒤 새로운 땅이 매물로 나왔다는 것을 알고 보러 갔을 때 사실 여기도 100프로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왜냐면 우리 집이 지어진 땅은 도로가 북쪽에 인접했고, 앞과 양 옆으로 집으로 둘러쌓인 끼인 땅이었다. 



 집은 보통 남향으로 짓는데 도로가 북쪽에 접해있고 남쪽은 집으로 막혀있었다. 이 점이 마음에 안 들었지만 그것 빼고는 마음에 들고 가격도 맞았기에 우리는 이 땅을 사서 집을 지었다. 집은 남향으로 짓고 주현관을 집의 뒤쪽에 가깝게 내서 집으로 드나들게 되었다. 우리 집의 앞 모습은 집의 앞과 옆이 막혀서 지나다니는 사람은 집의 앞 모습을 도무지 볼 수 없는 폭 쌓인 형태의 집이 되었다. 


 다른 집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느 입지든 장점과 단점은 있었다. 큰 도로에 인접할 수록 소음이 심하다. 수시로 차 지나다니는 소리가 상상 이상으로 시끄럽다고 한다. 층간소음을 피해 온 주택에서 차량소음을 듣는다면 얼마나 불편할까. 끼인 땅이지만 큰 도로와는 멀어서 소음이 적은 것에 감사하다. 또 도로에 인접한 면이 많을수록 외부로부터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받고, 겨울에 지나가는 차가 미끌어져서 담장을 들이박는 것 같은 지나가는 차로부터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우리 집은 도로 인접면이 하나라 이사할 때는 사다리 놓기가 불편했고 주차도 녹녹치 않지만, 그런 외부 차량이 와서 문제를 일으키는 일은 적다. 


도로가 북쪽에 인접한 땅에 지어진 우리 집


 그리고 살아보니 이런 입지의 가장 큰 장점은 마당이 외부와 완벽히 차단된 환경이라는 점이다. 마당이 중정의 형태를 띄게 된다. 나는 밖에 나가면 기가 빨리는 MBTI의 I타입의 사람인데, 우리 집 마당에 나갔다 오면 이상하게 밖에 나간다는 생각이 안들었다. 마당에 나가 꽃 구경을 하거나 밭일을 하면 밖에 나왔는 데도 집에 있는 것 같은 편안함이 있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사방 앞 옆으로 집들이 든든히 둘러 주고 있어서 지나가는 사람이 소리를 내거나 쳐다봐서 나의 휴식을 방해할 확률이 아예 없다. 이런 장점때문에 1층에 사시는 어머니는 자주 1층 데크에 나와서 다리를 편안하게 올려놓고 밖을 쳐다보면서 힐링을 하신다. 집 밖에 나왔을 때 혹시나 누구를 마주쳐도 모두 아는 얼굴인 이웃집 주민이다. 지나가는 사람이 집을 볼 수 없다는 게 나와 어머니에게는 장점이다. 차단된 환경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열려있는데 닫혀있는 끼인 입지를 추천해주고 싶다. 


 그리고 우리 집의 입지와 반대라고 볼 수 있는 남쪽으로 도로가 인접한 땅은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었다. 나는 집의 얼굴이 크게 잘 보이고, 현관이 볕이 잘 드는 남쪽을 향하고 있어서 단점이 없는 완벽한 입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입지의 제일 큰 맹점은 남쪽 방향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시선이나 침범에 대비하는 것이다. 시선을 차단할 담장을 치거나, 키 큰 나무가 필수였다. 그렇다고 담장을 콘크리트로 둘러버리면 집 안에 갇친 것처럼 답답할테고, 개방을 할수록 마주쳐야 할테니 그 미묘한 중간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정 안되면 밤이고 낮이고 블라인드를 내려야 하는 것이 개방형 남쪽에 도로를 인접한 집들의 공통적인 모습이었다. 


 주택은 저층이라는 특수성때문에 크게는 방범, 작게는 사생활 보호가 꼭 필요하다. 아파트에 고층에 살 때 누리던 뻥뚫리는 뷰와 안전함에 비교하여 주택에서 감당해야할 부분이었다.  처음에는 이렇게 사람 간에 경계를 확실히 나누고 시선 마주침을 마주치는 것을 피한다는 것에 대해서 너무 정없는것 아닌가 했다. 하지만 내밀하고 개인적인 공간에서 타인의 존재를 의식해야 한다는 것이 더 불편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내 집에서 편하게 있고 싶은데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자꾸 지나다니며 눈이 마주친다면 나라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것 같다. 서로 마주치려는 생각이 없을 때는 우연이라도 마주치지 않게 하는 것이 일종의 서로를 향한 배려라고 생각한다. 


 끼인 땅이라 큰 걱정은 덜었지만, 우리 집은 차선으로 식물을 이용한 담장을 활용하고 있다. 양 옆 집 사이에 울타리목으로 홍가시나무와 황금사철나무를 심었다. 단점은 아직 키가 작고 정말 천천히 자라서 시선 차단의 효과를 얻으려면 긴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점이다. 그래서 앞집과의 경계에는 키가 빨리 크는 식물을 배치해 보려고 한다. 칸나와 파초를 심어서 초록 벽으로 비밀의 정원의 느낌을 내볼 생각이다. 행복한 주택살이를 위하여 경계에 대한 고민이 꼭 필요한 것 같다.



집을 둘러싼 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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