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지으며 각종 공사를 몰아서 한 것 같지만 집이 완성되고도 소소한 공사가 몇 건 생겼다. 첫 번째는 2층 베란다에 차광막을 설치한 것이다. 집이 완공된 해 여름에 누수가 생겼는데, 2층 베란다에서 흐른 물이 아래층 테라스 천장에서 새는 것이다. 집 안에서 새는 것이 아니라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수가 아닌 건 아닌 지라 비 올 때마다 똑똑 떨어지는 빗방울이 큰 스트레스가 되었다. 시공사에서는 두 번이나 방수 페인트를 다시 발랐지만 누수는 잡히지 않았다. 계속되는 보수와 누수의 반복으로 지쳐갈 때쯤 남편이 2층 베란다를 차광막으로 덮어버리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를 냈다. 가족들이 동의를 하고 시공사에 폴리그라스 차광막 공사 의뢰를 하여 오랜만에 다시 공사를 하게 되었다. 차광막 업체를 따로 찾지 않고 기존에 우리 집을 설계했던 건축사에게 공사 의뢰를 하였다. 장점은 우리 집의 사이즈나 자재를 다 알고 있어서 기존 베란다 난간의 색과 규격에 딱 맞게 기둥을 짜와서 덧붙인 느낌이 전혀 안 난다는 점이다. 단점은 큰 공사를 주로 하시는 분들이라 이런 소소한 공사는 잘 기억에 안 났던지 시간 약속이 어긋나서 날씨와 스케줄 때문에 애를 태웠던 점이다. 그리고 용접이 유리에 튀어서 표면이 손상이 되어 유리를 새 걸로 갈아야 했다.
차광막 설치중
어찌 됐든 우리가 원하는 색과 디자인에 맞춰서 튼튼하게 차광막이 설치가 되었다. 직광을 받던 예전에 비해 2층 거실에 약간의 빛 손실은 있지만, 비가 와도 전혀 걱정이 없고, 위가 덮여 있으니 베란다에 더 자주 나가게 되는 장점이 생겼다. 베란다가 완전한 실외 공간에서 좀 더 실내 공간에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 언제든지 마당을 볼 수 있어서 베란다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해 질 녘엔 차 한잔 마시고 쉬기도 좋다. 2층 공간이 생긴 김에 옥상 정원처럼 활용할 요량으로 실내에 있던 화분들을 많이 빼놓고 새로운 식물을 들이고 있다.
차광막으로 더 자주 나가게 되는 테라스
두 번 째는 태양광 발전기 설치이다. 주택을 지을 준비를 하면서 '패시브 하우스'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단열 및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집인데, 환경도 보호하고 공과금도 줄일 수 있는 솔깃한 개념이었다. 하지만 건축비가 많이 들고 공간 손해도 있을 수 있어서 입맛만 다시고 말았다. 그래도 한 가지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태양광이었다. 지붕에 예쁘게 올라간 태양광 패널로 전기비를 아낄 수 있고는 정부 지원도 있다고 하니 주택 살이의 특권처럼 느껴졌다. 우리도 지원을 받기 위해 기회를 노리던 중에 거리에 주택 태양광 설치 홍보물이 붙어서 바로 연락을 했다. 상담 전화를 하고 실사가 나왔다. 떨리는 마음으로 기사님을 뵙고 기사님이 우리 지붕 구조를 둘러보시더니 태양광을 설치할 수 없다고 했다. 화장실에서 지붕 뒤편으로 연결되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아쉽지만 집이 이미 그런 구조로 지어졌기 때문에 마음을 접는 것 밖에 별도리가 없었다. 꼭 하고 싶었는데 못하게 되어서 주변 주택의 태양광을 볼 때마다 마음이 쓸쓸했다. 그러던 어느 말 남편에게 한통의 전화가 왔다. 태양광 설치 현장 실사를 한번 더 나온다는 것이다. 큰 차이가 있겠냐 싶었지만 마침 주말이라 오시라고 했다. 다른 기술팀이 우리 집을 둘러보더니 지붕 말고 마당에 패널을 설치하는 게 어떻냐고 했다. 전혀 생각지 못한 대안이었다. 남편은 좋다고 했고, 마당을 좋아하는 어머님과 나는 최대한 화단 손실을 줄이기 위해 구석 화단에 설치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렸다. 옆집의 이웃이지붕에 해야 한다고 강력 주장했지만 한번 거부를 당했던 터라 우리는 마당에라도 하고 싶었다. 기둥이 설치될대략적인 위치를 알려주고 아래 나무를 다른 곳에 옮겨 줄 것을 요청하고 가셨다.
공사 날짜가 정해지고 며칠 날 자재가 미리 도착했다. 우리는 나무 2개를 다른 곳으로 옮겼다. 공사는 하루 만에 마무리가 되었다. 공사 팀이 기둥이 수직이 맞지 않아 한 번 추가 공사가 있었고, 인부들에게 밟혀서 화단이 쑥대밭이 되었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우리는 마당 한편을 차지한 거대한 태양열 발전기에 빠르게 적응을 했다. 발전기 패널이 높아서 생각보다 시야를 가리지 않았다. 대신 아래 그늘 공간이 생겨서 농기구함과 각종 포대를 아래로 옮기고 어머님 황토 지압 공간을 마련했다. 짐이 사라지자 1층 테라스 공간이 넓어졌다. 전기도 차곡차곡 생산이 되는 데, 마침 6월 말 초여름 땡볕이 시작되어 해가 찌는 날에는 15와트까지도 생산이 된다. 이 태양열이 얼마나 전기요금을 줄여줄지, 전기 고지서가 기다려지기는 처음이다.
마당 태양광 패널 설치 과정
집을 다 짓고 살게 된 지 1년 반 만에 생각지도 못한 두 건의 공사를 6월에 다 몰아서 하게 되었다. 우리처럼 마을의 주변 집을 봐도 집이 건축된 이후에 살면서 공간이 확장되거나 보수를 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썬룸을 만드는 집도 있고, 현관이나 담장을 확장하는 집도 있었다. 새로운 공간이 생기면 새로운 활동이 가능해지고 삶에 활력을 준다. 새로운 변화도 줄 수 있는 집에서 더 오래 살고 싶지 않을까. 사람의 취향이 변하듯이 공간도따라 새롭게 변화할 수 있다는 점이주택의 큰 매력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