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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올때 가져와야 할 것들,

혹은 버려야할 것들.

by 니은
@ 영국 카디프까지 데려온 접이식 자전거

영국에 온지 어느덧 두 달이 넘었다. 9월초 이곳에 올 때 나는 무려 150kg에 달하는 짐을 챙겨왔다.


대부분 항공사가 이코노미 클래스 승객에게 1인당 30~32kg 캐리어 기준 하나만 항공수화물로 부칠 수 있게 해준다. 기내용 백팩과 캐리어를 들고 탈 수 있지만 크기 제한이 있어 짐이 많이 안들어간다. 고육지책으로 비교적 저렴한 영국항공(british airways) 비즈니스 클래스를 끊고 32kg 짐을 남편과 나 두개씩 부쳤다. 접이식 자전거를 2대 챙겨오느라 짐이 더 늘기도 했다.


결론은, 짐을 최대한 많이 가져오는 게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는 것이다. 장점은 내가 쓰던 양질의 물건을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것과 초기 정착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단점은, 쓸데없는 걸 너무 많이 챙겨오기 쉽다는 것이다.


우선, 와서 생활해보니 기본적인 생활용품은 굳이 안가져 와도 되겠다 싶다. 한국 마트에서 사오나 여기서 사나 가격이나 품질이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학용품도 학교 문구점에 가면 싸게 살 수 있고 질도 좋다. 화장품도 영국은 물론 유럽 브랜드들이 널려있어서 팩이나 기초화장, 색조화장품을 쟁여올 필요 전혀 없다.


우산도 별로 비싸지 않고 샴푸린스, 샤워젤, 치약, 칫솔, 화장솜, 여성위생용품 이런건 여기서 친환경 브랜드를 구입하기가 더 쉽다. 학기초에 'student day'나 'uni day' 같은 날을 정해 생활용품, 의류를 대대적으로 세일하는 행사도 하니까 와서 사는 게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장 크게 후회하는 건 옷을 많이 챙겨온 것이다. 한겨울 방한용 패딩 좋은 것만 챙겨오고 나머지는 즐겨 입는 옷만 몇벌 가져오면 된다. 나머지는 그때 그때 사입을 것을 추천한다. 옷 가격이 그렇게 비싸지 않을 뿐더러 영국엔 한국에 입점하지 않은 다양한 브랜드가 많고 세일도 자주 한다.


건식 화장실이 대부분인 영국에선 욕실화도 실내화로 대체 가능하다. 수건, 샤워가운, 발매트 같은 것도 적당한 가격에 살 수 있다. 운동화는 나이키나 아디다스, 언더아머 등 인기있는 브랜드들이 한국보다 훨씬 큰 매장을 갖고 있고 제품 라인업도 더 다양한 것 같다. 학생 할인도 종종 해준다. 냄비, 후라이팬, 그릇도 와서 사는 게 낫다. 밥솥은 한인마트 같은 곳에서 구할 수 있다.


반면 한국에서 사오면 좋은 것들도 있다. 노트북이나 핸드폰, 카메라 같은 전자기기는 확실히 한국보다 싸진 않다. 맥이나 아이폰도 한국에서 사오면 낫다. 수업시간에 컴퓨터를 활용한 랩을 하는 전공이라면 맥북을 권한다. 교수도, 대부분 학생들도 맥을 사용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편리하다.


또 챙겨와야 하는건 먹을 것들! 런던 뉴몰든 한인마트가 지척에 있는 게 아닌 이상 한인마트가 가까이에 있어도 라면, 고추장, 된장, 쌈장과 가공된 식품 정도만 판다. 요리를 좀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국물용 멸치다시팩, 황태채, 마른미역, 오징어채 같은 건어물류를 챙겨와서 해먹으면 좋다. 술을 좋아한다면 한국 술안주는 영국 어디에서도 구하기 어려우니 마른오징어, 쥐포, 먹태 같은 건 챙겨오면 정말 좋다(ㅋㅋ)!


얼마전에 할머니가 담근 김치와 깍두기를 엄마가 택배로 보내주셨는데 택배비만 20만원 넘게 나왔다(ㅠ). 식당가면 김치 한 접시를 3파운드 안팎 받고 파니까 제대로 된 김치 맛보는건 귀국 후로 잠시 미뤄두고..ㅎㅎ


다음은 현지에 도착해서 필요한 물건을 살 때 알아둘 것들... 사람마다 취향의 차이는 있겠지만, 좋은 것을 사라고 '강추'하고 싶은 건 '침구류'다. 비싸도 절대 비싼게 아니다.


@영국 봄, 가을, 겨울엔 구스이불이 진리!

영국의 겨울은 한국의 혹한과 비교하면 그렇게 춥진 않다. 하지만 겨울이 '우기'라고 부를 정도로 매일같이 비가 오고 해가 빨리 지기 때문에 집안이 춥게 느껴진다는 분들이 많다. 마루를 데워주는 난방이 아니라 라디에이터로 난방하는 집이라면 공기가 더 차가울거다. 전기담요를 추천하는 분들도 있지만 몸에도 안 좋고, 전기세 폭탄을 맞을 수 있다. 최고의 대안은 질좋은 '구스이불'을 사서 덮는 거다.


존 루이스나 괜찮은 백화점 이불코너에 가면 다양한 브랜드의 구스이불을 판다. 구스 깃털 함량이 10% 이하이고 솜털이 90%에 가까운 보온성 높은 보톰한 구스이불을 20~30만원 정도에 살 수 있다. 겨울에 난방 하나 없이 잠자리에 들어도 전혀 춥지 않을 정도로 따뜻하다. 통기성도 뛰어나 봄, 가을까지 커버할 수 있다. 침구류를 저렴한 IKEA 같은 곳에서 사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또 하나는 청소기. 기숙사나 쉐어하우스가 아니라면 청소기를 따로 사야할텐데 '다이슨' 무선청소기를 구입해서 쓰다가 한국에 보내는 게 여러모로 좋다. 한국에서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고, 어댑터만 있으면 한국 가서도 쓸 수 있다. 카페트 바닥이 많은 영국 집에서 성능 좋은 청소기는 건강에 필수다.


비상약도 한국에서 아주 기본적인 진통소염제, 피부질환치료제, 지사제 정도만 챙겨오고 영국에서 직접 구입해 먹는 게 낫다. 날씨 탓에 감기에 자주 걸리는데 목감기든 코감기든 한국에서 사온 약이 잘 듣지 않는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실제로 경험해보니 영국에서 산 약이 더 빨리 효과를 내는 것 같다. 비타민도 살 곳이 널렸다.


150kg나 되는 짐을 다시 싸라면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을 것 같다(ㅠ). 20kg 짜리 자전거를 두 대 가져온 건 후회하지 않지만 어디서든지 '심플라이프'가 최고인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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