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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영국은 다를까요,

by 니은

영어권으로 유학을 고려할 때 어떤 나라를 떠올릴까?

보통은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이 아닐까 싶다.


어렴풋이 미국의 뿌리는 영국이니까, 영국과 호주, 캐나다는 영연방이니까 비슷할거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다 알지는 못하지만 비슷한 면이 있는 반면 다른 점도 아주 많은 것 같다.


특히 미국과 영국은(물론 전적으로 내 생각에 불과하지만) 친구들과 어울리다보면 정말 다르구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많다. 10년전에 영국에서 공부하면서 한 생각이 여전히 떠오르는 걸 보면..


단편적으로, 미국 친구들은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행동하는 데 거침이 없다. 반면 영국 친구들은 좀 더 신중하고 매너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속마음을 겉으로 잘 표현하지 않는 일본인들이 보기에도 영국인들이 가끔 답답할 때가 있다는 얘기를 할 정도로 영국인들은 '거침없는 말과 행동'과는 좀 거리가 있어 보인다.


특히 불편하거나 불쾌한 상황에서도 즉각적으로 컴플레인하거나 앞에 대놓고 직설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행동은 좀처럼 하지 않는 것 같다. 그걸 배려나 매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인종차별도 노골적인 건 어린 애들이나 하지 정상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대놓고 하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은 물론 있다.


영국인의 배려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게 문을 여닫을 때 뒤에 오는 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는 매너다. 대단한 건 아니지만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굉장히 칭찬할 만한 문화라고 생각한다.


보수적이고 오래된 것을 좋아하는 것도 영국인들의 특성 같다. 어딜가나 사기꾼은 있지만, 유명한 관광지라고 엄청 비싼 가격을 받거나 외국인에게 현지인과 다른 가격을 요구하는 모습은 거의 본적이 없다. 비싸고 오래 쓸 물건을 사기 위해 "믿을 만한 곳이 어디냐"고 물어보면 대체로 어디나 믿을 만하다고 한다. 관료적이고 답답한 부분도 많지만 납득할 만한 상황이면 합리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모습도 많이 본다.


이건 좋은 점은 결코 아니고 신기한 점인데, 영국인은 말투와 옷차림만 봐도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어느 계층에 속한 사람인지 꽤 명확하게 알 수 있다고 한다. 영국 친구들은 이걸 설명하기 어렵지만 굉장히 명확한, 그 무언가로 얘기했다.


영국도 빈부격차가 꽤 크고, 계층 간 이동이 자유롭지만은 않아서 젊은세대가 느끼는 좌절과 박탈감이 여느 나라 못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특히 런던에서 온 친구는 런던에서 일자리를 구해도 가까운 곳에 집을 사서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없다는 사실에 자주 분개하곤 한다.


영국은 한때의 대영제국이 아니라 미국, 중국이 중심축을 이루는 세계의 중심에선 살짝 빗겨나 있다. 그래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유산이 워낙 많은 나라이기 때문에 풍요롭고 여유가 있다.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점은 트럼프가 이끄는 미국처럼 영국도 비슷한 분위기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전에는 좀처럼 다뤄지지조차 않던 극우파의 목소리가 언론에 이전보다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고, 다른 민족이나 인종에 대한 배타적인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는 것 같다. 미디어 전공이다보니 이런 부분에 대해 친구들과 이야기를 자주 나눈다.


1-2년 살아본 걸로는 그 나라를 절대 다 안다고 말할 수 없다. 한국에서 태어나 30년 넘게 산 나도 한국인들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때가 많으니까...영국인이라 하더라도 일반화해선 안된다. 그냥 "영국에서 살기 어때" "영국인들은 어때" 이런 질문에 대해 내가 느낀 분위기는 대략 이렇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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