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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충만 리버풀

영국이 사랑하는 'national treasure'를 만나는 여행,

by 니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특히 락앤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리버풀(Liverpool)은 꼭 한번 가봐야 하는 도시다.

영국이 'national treasure'로 칭송하는 국보급 락앤롤러 비틀즈(The Beatles)가 태어나 자란 곳이다.


비틀즈가 영국과 미국을 휩쓸기 전 1961년부터 2년6개월간 292번 공연했다는 'the cavern club'과

존 레논,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스타의 일생과 음악의 발자취를 쫓다보면

음악과 술을 사랑하는 유쾌한 사람들이 사는 도시 리버풀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우리집에는 재즈, 락앤롤, 브릿팝에 죽고 못사는 남자가 있다(ㅎㅎ).

비틀즈가 그저 'Let it be' 부른 유명한 가수 정도인 사람들에겐 리버풀은 그냥 당일치기 관광지일 뿐이지만,

우리 남편에겐 '드디어 가보는 리버풀'이다. 2박 3일로 잡은 일정도 빠듯해 보였다.


KakaoTalk_Photo_2018-11-12-14-51-24.jpeg @ Liverpool Lime Street Station

카디프에서 Liverpool Lime Street Station까지는 기차로 한 번 갈아타고 3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창문을 열면 바로 기차역에 내려다 보이는 The Liner Hotel에 방을 잡고 저녁식사를 한 후에 바로 시내에 있는 the cavern club으로 향했다.


비틀즈는 아직도 깨지지 않는 빌보드 차트 점령 기록을 쓰기 전 리버풀에서 공연할 때부터 엄청난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할머니가 된 소녀팬들 일명 '비틀마니아'들은 매일같이 이 계단을 내려가 동굴 같은 클럽에서 공연하는 비틀즈를 보고 소리를 질렀을 거다. 계단을 내려가는 발걸음이 덩달아 두근두근한다.

KakaoTalk_Photo_2018-11-12-15-09-39.jpeg @ the cavern club in Liverpool

지하에 있는 클럽에 입성하면 마치 동굴에 있는 것처럼 아늑하다. 천장은 낮고 공간도 좁다. 바닥은 수많은 팬들이 디딘 발자국이 쌓이고 쌓여 끈적이고, 벽에는 흔적을 남기고 싶은 팬들의 이름으로 빈틈이 없다. 비틀즈는 물론 이곳에서 공연했던 세계적인 뮤지션들의 사진과 기타들이 유물처럼 전시돼 있는 사이사이로, 추억에 잠긴 팬들이 맥주를 마시며 명곡을 따라부른다. 이런 '떼창'이 나오는 펍이 여기 말고 또 있을까.


비틀즈는 8년간 '짧고 화려하게' 활동하고 해체된 그룹이다. 이 짧은 기간 낸 정규앨범만 13장. 역사상 빌보드 차트 1위를 가장 많이 차지했고 그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한 시대를 풍미한 뮤지션의 곡은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역사'가 된다.

@The Beatles Story Museum

클럽에서 분위기를 느끼고 비틀즈 박물관에 들러 멤버들의 인생을 찬찬히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다. 덤으로 리버풀 부두(The Albert Dock and Pier Head)쪽에 있는 리버풀 박물관에 가면 2019년 4월까지 전시되는 존 레논과 오노 요코의 사랑을 다룬 'Double Fantasy' 테마 전시도 볼 수 있다.


이미 결혼한 사람이 있는 상태로 만난 존과 오노는 각자 이혼한 뒤 만나 죽을 때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낸다. 비틀즈 해체의 원흉으로 꼽히는 오노와 그녀를 사랑한 존이 어떻게 만났고, 어떻게 사랑했는지는 흥미로운 스토리다. 말이 통하고, 모든 것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만나 용기있는 사랑을 한 둘의 인생이 부럽기도 하고.. 존이 'imagine'을 작곡하는 데 많은 영감을 준 게 오노이기도 하다.


리버풀을 여행하면서 제일 좋았던 건 비틀즈가 살았던 도시답게 이곳 사람들이 음악을 너무 사랑하고 즐겨 듣는다는 거다. 나이 좀 들었다고 주변을 의식하거나 하지 않고, 그저 즐겁게 노래를 따라부르고 몸을 흔드는 모습에서 지금 현재를 최대한 즐기는 게 행복이구나 하는 걸 느끼게 된다.


대부분의 펍에서 저녁마다 라이브 공연을 하고 있었고, 영국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금요일, 토요일엔 '아침 6시까지' 문을 여는 곳들도 많다(열정!ㅋ). 한껏 멋부릴 수 있는 드레스나 정장 한벌쯤 챙겨가서 차려입고 새벽 늦도록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

KakaoTalk_Photo_2018-11-12-15-09-57.jpeg @Pubs and clubs open until 6am!!

해안과 가깝고 배타고 아일랜드 더블린까지도 갈 수 있는 지리적 위치 때문에 아기자기하고 정감있는 아이리시 펍이 많다는 점도 좋다! 리버풀에선 다른 거 특별히 하지 말고 그저 걷고 음악듣고 술마시면서 즐기는 여행을 하라고 권하고 싶다.


2박3일간 감성 풀충전하고 돌아왔다!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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