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생활하면 영어가 금방 늘까.
경험해보면 알겠지만 읽기와 듣기는 꽤 빠른 속도로 는다.
말하기와 쓰기는 내가 따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는다고 말하긴 어려운 것 같다.
부끄럽지만 나는 원어민 수준의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진 못한다.
그래도 생활하는 데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영어를 한다. 수업을 따라가고 질문하고, 친구들과 대화에 참여하면서 학교 생활을 즐겁게 할 정도의 영어를 한다. 그래도 아직 불편할 때가 많아서 갈길이 멀다고 느낀다.
그런데 따지고보면 부끄러울 것도 없는 것이, 영어는 내 모국어가 아니고 제 2외국어인데 이 정도 하는 것도 대견한 일이다. 체계가 완전히 다른 언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익힌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정말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언어보단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컨텐츠가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에 내 의견을 표현하는 데 있어 항상 자신감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영국 정착 초기엔 영어 때문에 당황스러운 경험도 많이 했다. 오자마자 영국 악센트에 적응도 하기 전에 영어로 전화하고, 메일쓰고, 대화할 일이 정말 많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언어에 유창하지 않은 사람에게 상대방이 하는 말은 정말 빠르게 들린다는 점이다. "Pardon?" "Sorry?" 라고 말하고 몇 번을 다시 들어도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를 땐 정말 난감하다.
특히 상대방이 잉글랜드가 아닌 웨일즈나 스코틀랜드 출신이라면 이게 영어가 맞나 싶은 순간도 있다(ㅋㅋ). 전화통화 중에 이런 일이 생기면, 정중하게 내가 당신의 말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것 같으니 메일로 상세한 내용을 보내주면 살펴보고 피드백을 하겠다고 상황을 조율하는 게 좋다. 집을 계약하거나 디테일한 조건을 따져 등록할 무건가가 있을 땐 이런 게 큰 도움이 된다.
상황에 따라 적확한 영어를 쓰는 연습도 필요하다. 수업시간에 내가 이해가지 않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물어봐야 할 때나, 아파서 병원에 가서 증상을 설명해야 할 때, 원하는 커피를 디테일하게 주문할 때, 친구들과 일상적인 대화를 하면서 내 감정을 표현할 때 등 살면서 부딪히는 여러 상황에 맞는 적확한 영어를 그때 그때 찾아보고 익혀두고 활용하면서 실력을 조금씩 늘려가는 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서 현지 뉴스를 챙겨보고, 브렉시트 같은 현지 관심 이슈에 대한 기사도 읽어보고, 이동할 땐 팟케스트도 듣고 하면서 영어를 듣고 쓰는 환경에 최대한 노출되는 것도 효과적이다.
그런데. 이렇게 해도 단기간에 원어민처럼 영어를 구사하고 편안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아니니 너무 스트레스 받진 않는 게 좋다.
어차피 영어만 원어민 수준으로 할 줄 아는 사람은 널렸다. 내가 그동안 일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기르고 실력을 쌓은 위에 영어가 원활하면 그때야 경쟁력이 생기는 것이지 영어만 잘한다고 능사는 아니라는 거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ㅎㅎ 늘 당당하고 적극적으로 말하면 되는 거라고 믿고 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