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쥐나는 잊지 못할 경험 ㅎㅎ
지난 금요일에 다우존스/월스트리트저널 런던이 카디프대에서 해커톤 워크샵을 열었다.
데이터 저널리즘이나 데이터 애널리시스를 전공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행사였다.
금, 토 1박2일로 빠듯하게 진행된 행사에 19명의 학생이 참여했고 다우존스/월스트리트저널에서도 CEO부터 편집장, 기자, 데이터 분석가, 데이터 전략가, 커뮤니케이션 담당자 등 10명 가까운 직원들이 왔다.
주제는 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investment. 세계의 '젊은 부자'들은 이제 나이든 부자들과 다르게 투자할 때 얼마나 많이 벌 수 있는지에만 관심을 가지는 게 아니라 내 돈이 어떤 가치를 창출하고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는 중요시한다고 한다. 소유 자체보단 경험과 가치를 중시하는 우리 세대의 단면을 보여주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투자자들을 위해 회사가 보유한 기업의 각종 데이터를 활용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겠느냐 하는 게 해커톤의 주제였다. 데이터 분석과 머신러닝을 통해 기업의 매출과 영업이익 같은 단편적인 성과뿐 아니라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도 측정할 수 있다. 한국에도 이미 이런 걸로 수익을 올리는 스타트업이 있다고 들었다. 다우존스(DJSI)나 블룸버그. 톰슨로이터도 ESG 관련 인덱스를 만들어 투자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학생들과 다우존스/월스트리트저널 직원들이 조를 나눠 하나의 서비스를 금요일 내내 개발하고 토요일 오전에 프리젠테이션했다. 상황을 설정하고, 문제를 파악해 정의한 다음, 해결책을 찾고,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구체화하는 과정을 처음 경험해봤는데 굉장히 압축적이고 재미있었다.
특히 문제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표면적인 문제 자체보다 그 안에 내포된 진짜 문제를 찾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이 굉장히 인상깊었다. 현존하는 데이터를 활용해 의미 있는 정보를 만들어내고, 이 정보를 필요한 사람에게 연결하는 네트워킹 과정도 다른 곳에서 배울 수 없는 값진 경험이었다.
다만... 이 모든 게 영어로 진행되다보니 열띤 토론을 이해하고 의견을 내고 하는 게 정말 많은 에너지를 요하는 일이었다. 내 생각을 명확하게 표현하고 상대방을 설득한다는 게 한국어로도 쉽지 않은데... 이게 언어의 문제인지, 아이디어의 문제인지 명확하지 않은 상태로 그저 최선을 다해 참여했다.
금요일 일과를 마치고 다 같이 펍에 모여 맥주를 마시는데 술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에너지가 소진됐다ㅠ 펍에서 세 시간 동안 맥주 딱 한 잔만 한건 정말 이날이 처음이다.
얼떨결에 하게 된 토요일 프리젠테이션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정말 내가 가진 실력보다 항상 높은 수준의 뭔가에 도전하고 힘겹게 해내면서 하나씩 배워가는 느낌이다. 어느 순간 일에 익숙해져서 더 이상 어려운 게 없고, 배울 것도 없다고 느꼈는데 역시 뭔가를 새로 배운다는 건 전혀 다른 느낌이다.
가끔 너무 고생스럽고 힘들지만, 이 느낌이 좋아서 즐겁게 하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