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보단 낫고, 한국보단 못한 영국 의료시스템(?)
나는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환절기만 되면 여지없이 감기에 걸린다.
한국에서도 초겨울부터 감기를 달고 살았는데 영국와서도 11월초에 감기몸살을 앓았다.
선천적으로 기관지가 약한 편이어서 감기 한번 걸리면 쉽게 인후염으로 가고, 그게 또 한달을 넘게 간다.
영국 날씨에 적응도 하기 전에 감기라니.. 할일도 많은데 괴롭다.
한국에서 사온 감기약도 듣지 않고, Boots에서 산 Lemsip이란 약도 효과가 없어서 GP를 찾았다.
영국은 비자를 발급할때 1인당 400파운드를 NHS 분담금으로 받는다. 분담금을 내면 영국 체류 기간동안 NHS(National Health Service) 혜택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예전엔 정말 무료였는데 분담금이 생기더니 어느새 400파운드까지 올랐다.
GP(General Practitioner)는 도착하자마자 집에서 가까운 곳을 인터넷으로 검색해 예약을 하고 여권과 필요한 서류를 안내받은 후 찾아가 등록하면 된다. 언제 아플지 모르니까 미리 등록해 두는게 좋다. 등록은 매우 간단한 편이고, 가정의학과 수준의 동네 1차 병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감기 걸리고 1주일이 지났을 때 쉽게 안 낫겠다 싶어서 등록한 GP에 전화해 예약을 잡아달라고 했더니 일주일 여유를 두고 약속을 잡아줬다. 물론 긴급상황이거나 응급실 갈 정도의 상황이면 한밤에도 전화할 수 있는 번호가 있고 별도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는 있다.
감기 걸린지 3주차가 돼서야 찾은 병원, 시간맞춰 찾아가 접수하고 기다리면 된다. 외국인 환자는 아픈것도 서러운데 내 증상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도 여간 고역이 아니다. 감기까진 괜찮은데 기관지, 인후염, 이런건 어찌 말한단 말인가 ㅋㅋ
그래도 크게 걱정할 건 없는 것이, GP는 공공의료시스템이기 때문에 수익을 위해 환자를 잠깐잠깐 보는 한국과는 다른 여유로운 뭔가가 있다. 의사들이 외국인 환자를 많이 만나봤을 뿐만 아니라, 이들의 이야기를 천천히 자세히 듣고 필요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려고 노력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예전에도 두어번 GP에서 오지 여행간다고 혈액검사도 받고, 아파서 약도 타고 했었는데 매번 느끼는 거지만 당일 방문이 어려워서 불편은 해도 참 친절하고 여유롭다는 거다. 대기시간은 한국도 짧다곤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냥 그때그때 다른 것 같다.
이번에도 평소 감기에 걸리면 오래가고 목이 붓고 기침이 심하다가 인후염으로 발달하는 경향에 대해서 설명하고, 진찰받고, 약 복용과 건강관리에 대해서도 설명을 충분히 듣고 나왔다. 또 독감 예방접종 예약도 따로 잡아줬다. 처방전을 들고 약국으로 가면 필요한 약도 바로 준비해준다.
가벼운 감기에서부터 각종 필요한 검사나 큰 병까지, NHS는 무료다. 치과치료는 예외지만. 내가 받은 약도 약국에서 총 10-15파운드 정도에 살 수 있는 약인데 처방전이 있으면 무료다. NHS에 대한 여러가지 불만과 불편이 있겠지만, 이 나라 취약계층을 위해선 정말 괜찮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가끔 뉴스에 암환자가 검사를 받기 위해 몇 달을 기다려야 하거나 하는 사례도 있다고 나오긴 한다. 개인보험을 가지고 의료보험을 충분히 지불할 능력이 되는 사람들에겐 다소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을 위한 민간 의료기관도 함께 있으니 선택의 폭은 넓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의료시스템은 한국이 최고다. 한국은 GDP나 GNI 수준에 비해 의료보험 시스템이 굉장히 잘 갖춰진 나라 같다. 의료기술도 왠만한 선진국을 압도한다. 나이들수록 한국에서 살아야 한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