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자금은 어떻게 가져갈까
영국 온지 세달 남짓, 첫 학기가 끝났다.
이 시점에 영국 오기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한 글을 쓰니까 좀 쌩뚱맞지만 ㅎㅎ
요즘 파운드 환율이 떨어지고 있어서 겸사겸사 써본다.
일단 유학자금은 기업이나 재단에서 장학금을 지원받거나 쉐브닝 장학금 대상자로 선정되면
본인 생활비와 비상금 정도만 가져오면 될 것 같다.
쉐브닝은 올해 이미 내년(9월)에 공부할 사람들을 선정했을테니까 내년에 지원하려면 2020년 입학 대상자여야 한다. 내가 공부할 대학에 지원해서 합격한 것도 아닌데 쉐브닝 먼저 신청을 해야 하는 좀 이상한 구조라 나처럼 연초에 학업을 결심하고 그해에 진학하는 사람에겐 기회가 없다ㅠ 쉐브닝 장학금을 받고 카디프대 저널리즘 석사과정을 마친 기자 선배랑 출국 전에 만나서 식사했었는데 영국에서 자국에 도움이 될 만한 인재에게 투자하는 개념이라 언론계 종사자에게 꽤 유리하다고 했는데 지원도 못 해본 게 못내 아쉬웠다.
장학금 없이 자비로 유학오는 사람의 경우엔 환전이 고민거리일거다. 인터내셔널 학생 기준으로 영국 석사과정은 학비가 보통 3000만원 안팎인데 우리 학교의 경우엔 1000만원 정도씩 세 번에 걸쳐 나눠 낼 수 있게 해준다. 학교 계좌로 파운드를 이체하은 방식으로 온라인 납부도 가능하다. 학비를 한번에 다 낸다고 학생회관에서 쓸 수 있는 바우처를 준다든가 하는 혜택도 따로 없어서 나도 그냥 나눠 내고 있다.
집을 기숙사 외에 따로 구하면 신분증명과정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소 6개월치 이상의 렌트비를 한번에 내야 하고, 보증금도 한달치 월세를 조금 넘게 내야 하기 때문에 목돈이 좀 필요하다. 매달 생활비를 인출해서 쓸 것도 고려하면 파운드가 쌀 때 꾸준히 환전을 해두는 게 좋은 것 같다.
내 경우엔 한국에서 하나은행 외화예금계좌를 미리 개설해 파운드가 싸다 싶을 때마다 꾸준히 온라인 뱅킹으로 한화를 파운드로 바꿔 예치해뒀다. 1440~1450원대 안팎에 주로 매입했는데 한번에 천만원 정도씩 사다보니 출국을 목전에 두고는 거의 7000만원 가까운 파운드화가 쌓였다. 이 돈을 해외계좌로 보내서 쓰려면 은행에서 유학생 등록은 필수다.
여기서 주의할 건 환리스크. 최근 수년간 파운드화는 브렉시트로 변동성이 꽤 높아진 상태다. 브렉시트 직후엔 파운드가 1300원대까지 빠졌다가 다시 슬금슬금 올랐고 올 상반기엔 1440~1460원대 박스권에서 움직이다 근래에 또 1430원대까지 빠졌다.
환율은 사실상 예측하기 거의 불가능하다. 한국은행 출입하면서 환율 기사를 꽤 오래 썼는데, 외환전문가나 딜러들도 예측 잘 못한다. 파운드화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브렉시트만 있는 것도 아니다. 원화나 파운드화가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는 결과론적으로 해석할 순 있어도 전망하는 건 크게 의미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나처럼 파운드화를 미리 꾸준히 매입하는 게 나을지, 아니면 그냥 와서 원화 계좌에서 그때 그때 환전해서 찾는 게 나을지 추천해주기가 참 어렵다.
단, 파운드화 예금을 가지고 있으면 영국에 와서 바클레이즈 같은 현지계좌를 만든 다음 몇천만원씩 이체해놓고 편하게 꺼내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하나은행 파운드화 예금 계좌에서 내 바클레이즈 계좌로 이체하는 데 몇천원 수수료가 나오지만, 바클레이즈 계좌에 있는 파운드를 찾는 데는 수수료가 들지 않는다.
매달 환율을 체크하고 한국계좌에서 영국계좌로 돈을 보내 찾아써야지 하면 굉장히 귀찮다. 한국계좌에서 영국계좌로 돈을 송금하려면 처음엔 송금등록번호란 걸 받아야 하고, 이체를 해도 실시간으로 현지 계좌에 돈이 찍히는 게 아니라 최대 2~3일까지도 걸릴 수 있다.
2019년이나 2020년도 입학생으로 영국에 오실 분들은 브렉시트라는 큰 변수가 있으니 본인이 예상한 유학자금의 절반은 미리 환전을, 절반은 원화로 가지고 있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다.
환율 변동성이 커져서 고민은 되겠지만 브렉시트가 인터내셔널 학생에게 나쁜것만은 아닌 것 같다. 일단 파운드화와 유로화가 약세를 이어가면서 유학비용이 상당히 줄었다. 파운드화는 1800원대에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으니. 영국 내 일자리를 구할 때도 유럽 출신들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을지 모른다.
영국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북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가 브렉시트를 반대했고, 웨일즈와 잉글랜드는 찬성했다. 잉글랜드에서도 런던은 브렉시트를 반대했지만 소도시들은 찬성률이 높았다. 세계 금융의 중심지로 기능하는 런던이 브렉시트 여파로 큰 타격을 입게 될지도 모른다. 원화로 700조 가까운 금융자산이 런던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관측이 언론에 나오기도 하고 그렇다. 이게 실제로 일어날지, 일자리 감소와 경기 위축, 파운드화 약세로 이어질지는 아직 모른다. 알면 거기에 베팅해서 큰 돈을 벌 수 있겠지 ㅎㅎㅎ
영국 경제와 파운드화 동향은 현재 불확실성이 꽤 높다는 것만이 팩트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