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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은 Feb 27. 2019

영국석사, 좋은 성적 받는 법?!

성적보다 중요한 건 실력…

@ 영국엔 봄꽃이 벌써 폈네요

2학기 시작한지 5주차에 접어들면서 첫 학기 성적이 대부분 나왔다. 지난 학기 들은 4과목 중에 3과목은 모두 성적을 받았고 학생 수가 많았던 한 과목만 대기 중이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ㅎㅎ (물론 나머지 한 과목이 꽤 걱정되긴 하지만ㅠ)

두 과목에서 Distinction을 받았고, 한 과목은 Merit을 받았다. 대부분 과목당 과제가 두 개씩 있었고 에세이, 데이터 분석 과제, 프레젠테이션, 시험 등 테스트 유형도 다양해서 첫 학기엔 이 모든 걸 하나씩 제대로 해내는 것만 해도 내겐 도전이었다.


교수들이 성적을 발표할 때 학생마다 짧은 코멘트를 달아줬고 채점 영역마다 어떤 점수를 받아서 최종합계가 몇 점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내가 부족한 부분은 뭔지, 다음에 더 좋은 성과를 내려면 어떻게 하면 될지 감을 잡을 수 있어서 유용하다.


가장 뿌듯한 것은 ‘제로베이스’로 시작한 파이썬 데이터 분석 수업에서 Distinction을 받은 것이다! 이 수업 과제물을 처음 받았을 땐 어디서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결과를 도출해야 할지 감도 못 잡았는데, 교수와 미팅도 세 번이나 갖고 온갖 튜토리얼 영상을 찾아 공부한 끝에 얻은 성적이다(ㅠ). 역시 모르면 물어보고 적극적으로 방법을 찾는 게 답이다.

 

처음엔 이런 코드를 작성하라는 요구가 있으면 도대체 그런 코드를 어떻게 생각해내나 싶었는데, 이젠 차근히 필요한 요건을 생각하고 코드로 구현하는 데 재미를 느끼기도 한다. 이제 베이직을 배웠을 뿐이지만, 어떻게 공부하는지를 알았으니 앞으로도 꾸준히 실력을 키워나가고 싶다.

 

에세이 과제는 일반적인 에세이와 저널리즘 기사 쓰기로 나뉘는데, 둘 다 기대 이상의 성적을 받았다. 처음엔 어떻게 하면 아카데믹 에세이를 잘 쓰는지 모르겠어서 학교에서 진행하는 인터내셔널 학생들을 위한 라이팅 수업도 들었지만, 크게 도움이 안된다고 느꼈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주장과 논리가 분명한 글을 쓰고, 이를 뒷받침할 근거를 충실히 제시하는 것’이다. 특히 미디어나 저널리즘 전공의 경우 교수들은 너무 아카데믹한 스타일보다는 프로페셔널 저널리스트들이 쓰는 간결하고 쉽고 명료한 문장을 더 선호한다. 내 에세이를 평가한 교수들도 ‘문장이 클리어하고 주장이 명료하며 근거가 잘 뒷받침되고 있다’는 코멘트를 빠짐 없이 남겨줬다.

  

유학와서 에세이를 처음 쓰거나 쓰기가 막막할 땐, 본인 학과 관련 논문을 많이 읽어보는 게 최고다. 논문을 읽다보면 글의 구조나 논리 전개, 근거를 뒷받침하는 방법 등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다. 이렇게 쓰는구나 하는 걸 어느 정도 익히면 이제 과제 주제를 꼼꼼히 분석해야 한다. 교수가 낸 과제의 의도와 목적, 요구사항, 채점기준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그 다음 주제에 맞는 리딩 리스트를 추려서 쭉 읽는다. 좋은 논리를 전개하고 좋은 성적을 받으려면 교수가 제시한 핵심 리딩 리스트 외에 추가로 내가 찾은 괜찮은 책들도 추가하는 게 좋다. 나는 1500~2000자 에세이 과제 하나당 10개 안팎의 책을 인용했다.

  

책을 읽을 때 시간이 부족하면 주제 관련 부분만 발췌해서 읽어도 된다. 중요한 건 내가 글에 인용해야지, 생각하는 부분은 따로 워드파일이나 노트에 메모해 나중에 한 눈에 볼 수 있게 모아두는 것. 글을 쓰기 전 논리 전개와 구조를 잡을 때 각각 어느 부분에 어떤 근거를 갖다 써야지 생각하고 시작하면 훨씬 수월하다.

 

예를 들어 2000자 에세이를 쓴다고 가정하면, 우선 글을 Intro, Body, Conclusion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고 Body는 크게 몇 문단으로 나눠 쓸 건지를 정한다. 그 다음 각각의 문단마다 몇 자를 쓸건지 대략 정해놓고 내 주장과 활용할 근거를 대략 메모해 둔 다음 쓰기 시작한다. 그러면 글이 옆길로 새지 않고, 마지막까지 써내려가는 데 막힘이 없어 시간도 절약된다.

 

여기서 특히 주의할 건 표절에 관한 부분이다. 책에 인용할 부분을 미리 메모하라고 하는 건 나중에 이 부분을 에세이에 옮길 때 절대 그대로 옮겨선 안되기 때문이다. 대부분 Paraphrasing을 하라고 권하지만 나는 이것도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다 읽고 소화한 다음 내가 이해한 나의 언어로 내용을 설명하고 인용 표기를 다는 게 내가 선택한 방법이다. 표절 위험도 없을 뿐더러 공부에도 훨씬 도움이 된다.

  

에세이를 다 쓰고 난 후에는 스스로 문법과 문장을 점검한 다음, 반드시 원어민의 프루프리딩이나 에디팅을 받아야 한다. 영미권 친구에게 프루프리딩을 부탁해도 되지만 나는 전문가에게 비용을 주고 에디팅을 맡기는 편을 택했다. 문법 오류뿐 아니라 문장 자체를 손봐주기 때문에 내 라이팅이 어떤 부분이 부족하고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라이팅이 어느 정도 실력이 되기 전까진 이런 서비스를 받는 게 좋은 것 같다. 단점은 교정받는 시간이 좀 걸리기 때문에 (특히 영국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과제 마감보다 일찍 써서 맡기고 다시 받아서 손보고 해야 한다.

  

구글링해 보면 프루프리딩, 에디팅부터 문법 교정, 표절 체크까지 사이트들이 넘쳐난다. 나는 2-3군데 사이트를 모두 링크해 놓고 에세이를 한번씩 다 돌려보고 잘못된 부분을 고쳤다. 에디팅 서비스는 영국에 유학왔다 스타트업을 창업한 한국인이 운영하는 ‘브릿센트’라는 곳을 이용하고 있는데, 교정 받는 시간과 내용, 비용 면에서 꽤 만족스러워서 즐겨 이용하는 편이다. 아주 디테일한 문의나 요구사항은 한국어로 대화도 가능하니 매우 편하다ㅎ.

  

수업에서 Distinction을 받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내 경우엔 자기만족이다. 나중에 박사를 생각하는 학생은 석사성적이 매우 중요하긴 하다. 더 나은 직장으로 이직을 원하거나 할 경우라면… 성적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 직장은 어디까지나 성적보단 실력이다.

 

성적보다 더 중요한 건 석사유학을 통해 내가 배운 지식과 기술을 실제 일터에서 어떻게 적용해 성과를 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수업을 선택할 때도, 과제 주제를 고를 때도, 논문까지도 다 일에 조금이라도 연관되고 도움이 될 만한 프로젝트를 고른다.

  

첫 학기가 지나고 성적이 나오면서 좋은 점이 있다면, Fail하지나 않을까 하는 공포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지를 알았다는 점이다. 유학을 고민하지만 어려울까 걱정하는 분들이 있다면, 즐겁게 공부하고 여유도 가지면서 충분히 좋은 성적도 받을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두 번째 학기는 과제에 더해 프레젠테이션과 팀 프로젝트가 많다. 팀 활동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데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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