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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은 May 13. 2019

좋은 습관이란,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기분으로..

@ Investigative Journalism Class

이번 학기 새로 시작한 수업은 탐사보도(Investigative Journalism)다. 

이미 굵직한 수업들은 모두 과제 제출까지 끝났거나 끝나가고, 이 수업 하나가 남았다.


ITV 뉴스에서 오랫동안 탐사보도 기자로 일했던 분이 가르치는 수업이고, 하루는 강의, 하루는 탐사보도 전문기자들의 경험담을 듣는 강의로 이뤄지는 실무적인 수업이라 관심이 생겨 신청했다.


수업 자체에 대해선 아주 큰 기대가 있는 건 아니었는데, 두 번 수업에 참여한 지금 생각보다 많은 깨달음을 얻고 있다.


신뢰할 만한 제보를 받고 좋은 기사를 써서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는 기자들은 어떤 습관을 가지고 있을까. 이건 사실 회사에서도, 선배들도 가르쳐 주지 않는(그들도 잘 모르는 것 같은) 것들이다.


교수는 취재 테크닉이나 기법도 중요하지만 결국엔 취재원이 너를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인지 어떻게 판단할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서로 잘 모르는 상태에서, 이 기자에게 소스를 넘길 경우 어떤 결과가 빚어질지, 믿을 수 있는 사람인지, 제대로 된 기사를 써서 보도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보통 현업 기자들은, 회사 네임밸류나 진보/보수 성향이 취재원의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탐사보도 영역에서 잔뼈가 굵은 여기 기자들은 취재원이 주변 사람들 몇몇에게 물어봤을 때 얻게 되는 "평판"이 신뢰 여부를 결정한다고 말한다. 그 평판이란, 한마디로 기자가 그동안 만난 취재원들에게 어떤 인상을 남겼고, 이슈가 될 만한 기사를 보도하는 과정에서 어떤 태도를 취했냐는 것에 대한 '인상 비평'이다.


좋은 reputation을 쌓아가는 게 좋은 보도를 할 수 있는 자산이라는 얘기다. 그럼 좋은 reputation은 어떻게 쌓을 수 있을까. 그 방법으로 노트 테이킹을 알려줬는데 참 인상깊었다. 


항상 본인이 작성하는 노트가 있고, 매일 정확한 날짜와 시간, 취재원 정보와 함께 어떤 대화를 나눴고, 체크해야 할 것들을 했는지에 대한 세세한 노트 테이킹이 동반돼야 한다고 했다.


노트 테이킹을 잘해야 취재원의 의도를 왜곡하지 않고 정확한 기사를 쓸 수 있고 냐중에 혹시 소송 같은 분쟁이 생기더라도 증거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취재원을 보호하는 동시에 기자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노트 테이킹이다. 물론 통화나 인터뷰를 녹취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노트 테이킹은 꼭 본인만의 체계를 정해서 꾸준히 해보라고 권했다. 


노트 테이킹이 좋은 reputation을 쌓는 것과 어떤 관계가 있겠냐 싶지만, 생각해보면 기록하는 것 자체가 자기 생각과 행동을 컨트롤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유학 준비하면서 할일이 많아서 쓰기 시작한 노트 한권을 지금까지 쓰고 있는 게 있는 데, 써보니 좋은 점은 내가 해야 할 일을 단기, 중기, 장기로 나눠서 놓치지 않고 해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내 의식의 흐름도 적고, 하고 싶은 일도 적고, 잡생각들도 적다보면 그냥 사는대로 사는 게 아니라, 살고 싶은 대로 살게 되는 것 같은 느낌도 생긴다. 적는다는 것은 그 과정을 통해 내가 상황을 파악하고 컨트롤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는 과정인 것 같다. 


고맙게도 이날 초청강연자로 왔던 BBC 탐사보도 전문기자는 자신의 노트 테이킹 예시를 직접 학생들에게 복사해 보여줘가며 오랜 시간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이렇게 정리하니까 제일 좋더라, 하는 본보기를 보여줬다.


양식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매일 잊지않고 꾸준히 노트 테이킹을 하고, 막히는 사안은 포기하지 않고 기회가 될 때마다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하면서 좋은 기사를 썼다는 점이 보고 배울만하다고 느꼈다.


적는다는 건 정말 엄청난 힘이다. 생각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걸 글로 옮기면 그때부터가 '의지'가 되고, 무언가를 시작하게 되는 첫걸음이 된다. 


컴퓨터 두드리지 말고 노트를 적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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