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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은 May 09. 2019

동유럽 여행의 '꽃'

폴란드 자코파네, 슬로바키아 비소케타트리, 독일 쾨니히

@ 폴란드 자코파네 타트라 네셔널 파크

미뤄뒀던 여행기를 까먹기 전에 써야겠다.

이번 이스터 동유럽 여행은, 그동안의 여행과는 또 다른, 정말 감동적인 여행이었다.

@ 폴란드 자코파네 타트라 네셔널 파크, 4월에도 꽁꽁 얼어있는 호수
@ 호수 파노라마 ㅎㅎ

여행은 4월 12일부터 29일까지 17박 18일.

카디프에서 독일 뮌헨으로 날아가서 프라하(체코), 크라코프/아우슈비츠(폴란드), 자코파네(폴란드), 비소케타트리(슬로바키아), 빈(오스트리아), 짤츠부르크(오스트리아), 할슈타트(오스트리아), 쾨니히(독일)을 거쳐 다시 뮌헨에서 카디프로 돌아오는 루트였다.


짝꿍과 배낭 하나씩 메고 청바지와 맨투맨, 등산복, 등산화 챙겨서 여행길에 올랐다.


후기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동유럽 여행의 '꽃'은 자코파네, 비소케타트리, 쾨니히에 있었다.

너무나 아름답고 청정한 자연을 바라보며 종일 걷고, 쉬고, 마시면서 제대로 힐링했다.

와, 이건 정말, 사진에 결코 담기지 않는 절경이고, 아쉬워서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풍경이다.


@ 슬로바키아 비소케타트리 마을 전경
@ 타트리의 아름다운 산길. 6~8월에만 눈 없는 길을 걸을 수 있다고 한다.
@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올라 스키 슬로프로 갈아타고 정상에서 스키를 타고 내려올 수 있다.

솔직히 유럽 여행을 좀 하다보면 뻔한 풍경에 조금 질릴 때도 있다.

화려한 대성당, 수백년된 구시가지,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는 명화들, 맛있는 맥주와 음식들, 다 여행을 즐겁게 해주는 요소이긴 하지만, 반복하다보면 살짝 식상해진다.


물가는 동유럽이 좀 더 싸지만 규모나 화려함으로 따지자면 동유럽은 서유럽의 로마나, 파리, 런던에 못 미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프라하나 크라코프 같은 곳에서 큰 감흥을 느끼지는 못했다. 하지만 '자연'은 알프스에 결코 뒤처지지 않는 것 같다.


자코파네와 비소케 타트리는 산을 사이에 두고 폴란드와 슬로바키아가 국경을 접하고 있는 휴양지다. 일년 내내 등산, 트레킹, 캠핑, 스키를 위해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성수기는 6~8월 단 세 달인데 이 때가 유일하게 눈이 없는 산에서 여러가지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어서 그렇다고 한다. 9월부터 눈이 내리고 5월까진 중턱 이상이 설산이다.


전혀 예상치 못했는데, 우린 4월에 갔으니 방한복과 스틱, 체인이 필수였다. 입구에선 화창한 봄날씨로 시작해 중턱에 다다르면 설산을 볼 수 있는 어마어마한 산행이었다. 아직도 꽁꽁 얼어있는 호수를 걸어서 건너기도 하고, 눈길을 걷기도 하고, 중간 중간에 만나는 대피소에서 따뜻한 커피를 즐기기도 하고. 비수기지만 사람들도 적당히 있어서 산에서 길을 잃을 염려도 없었다.


@ 독일 쾨니히 호수가 바라다보이는 숙소 테라스에서 현지에서 만든 와인 한잔ㅎ

다이어트하고 운동도 좀 해뒀더니 하루 6-7시간쯤은 걸어다닐만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전엔 너무 저질 체력이었기 때문에 ㅎㅎ 이 정도도 감지덕지다. 긴 여정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오면 숙소 테라스에서 호수가 보이고, 설산이 보여서 맥주 한잔 하면서 바라보는 풍경도 너무너무 황홀했다.


자코파네, 비소케 타트리 모두 산을 오를 수 있는 루트가 정말 다양하고 난이도와 소요 시간에 따라 자유자재로 선택할 수 있다. 인포메이션에 가면 루트 난이도와 눈길에 대한 정보와 옷차림 등에 대해 다 알려주고 필요한 장비를 살 수 있는 매장들도 곳곳에 있다. 하루, 이틀 머무는 걸로는 정말 부족한 곳이다. 다시 기회가 된다면 자코파네, 비소케타트리, 쾨니히 세 곳 모두 일주일씩 가서 쉬며 걸으며 시간을 보내다 오고 싶다.


한국분들도 프라하, 부다페스트, 빈, 짤츠부르크 같은 곳은 정말 많이들 오는 것 같은데, 거기보다 여기가 훨씬 더 좋다고 강추하고 싶다. 특히 가족여행으론 최고다.


독일 쾨니히는 호수 앞 호텔에 묵었는데, 배를 타고 쾨니히 호수를 둘러볼 수 있다. 여기도 배에서 앉아 둘러보는 풍경보다 내려서 걸으면서 볼 수 있는 풍경이 훨씬 멋지다. 출발점에서 총 두 군데 서는데 내리는 곳마다 적게는 30분에서 길게는 3~5시간까지 산행 코스가 있다(코스 정보를 찾기가 힘든데 조만간 정리해서 올려둬야겠다).


코스를 따라 걸어 들어가면 눈길 두는 곳마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곳들을 수도 없이 만난다. 걷는 사람들 모두 곳곳에 쪼그리고 앉아서 멍하게 풍경을 바라보게 된다. 배에 오를 때 미리 등산복장을 챙겨입고, 샴페인 한병과 플라스틱 잔, 치즈를 조금 준비해서 산길을 걷다 경치 좋은 곳에 앉아 한잔 즐기면 천국이 따로 없다(취할 정도로 마시면 안된다ㅎ).


아름다운 자연 속을 걸으면 행복해진다.

복잡했던 머릿속도 단순해진다.

이번 여행 덕분에 걷는 걸 좀 더 좋아하게 됐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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