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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은 May 14. 2019

애타게 기다린 봄햇살,

만끽하게 도와준 자전거를 떠나보내며 ㅋㅋ

@ 아쉽게 작별한 우리 자전거ㅠ

어제 서울에서 비행기에 실어온 우리의 자전거를 팔았다.

길고 긴 영국의 겨울 내내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서 있다가 봄햇살이 비치고 반가워서 

오랜만에 자전거 타고 공원, 해안가를 이틀간 신나게 달렸는데ㅠ 


자전거를 여기서 중고로 사도 되고, 굳이 없어도 빌려 탈 수 있는데 

아무 자전거나 잘 타지 못하는 나에겐

비행기에 실어온 TERN D8 자전거가 엄청엄청 유용했다.


화창하고 따뜻한 날 자전거 타고 드넓은 뷰트 파크를 달리면 

그 행복감이 말로 설명할 수 없다. 

다리가 아픈 것도 꾹 참고 공원 저 끝까지 갔다가 돌아올 정도로 

자전거는 카디프 생활에서 잊을 수 없는 힐링 포인트가 돼줬다ㅎㅎ.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간 시간이...ㅠ 어느새 우리가 카디프를 떠날 때가 다가오고 있다.

정규수업이 6월이면 끝나기 때문에 6월 중순에 카디프 아파트를 비워줘야 한다.

애초에 인턴이든, 논문이든 카디프에서 말고 다른 도시에서 하자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파트 계약도 더 연장하지 않았다.


다른 도시로 옮겨가야 하기에 가지고 있는 것들 중에 필요 없는 짐들은 

한국으로 보내거나 팔아야 했다. 

자전거는, 2013년에 거금주고 사서 정말 깨끗하게 잘 관리해가며 탔기 때문에 

다시 가져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여러 여건상 여기서 처분하기로 했다.


영국도 한국처럼 중고 직거래가 활성화돼 있다. 

자전거는 검트리와 페이스북 카디프 지역 페이지에 올렸는데 

페이스북에 매물로 등록되자마자 세 건의 메시지를 받았고, 

올린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며 당장 실으러 오겠다는 사람이 있어서 그러라 했다.


TERN D8 2013년식이면 꽤 오래된 거지만 워낙 깨끗하고 블랙 앤 화이트로 이쁜 데다가,

BROMPTON이 워낙 인기인 영국에서 좀 더 저렴하게 비슷한 디자인으로 대체할 수 있는 모델로 TERN이 인기가 있어서 금새 팔린 것 같다. 같은 디자인, 다른 색상으로 두 대를 동시에 파니까 사는 분 입장에선 '득템' 아닐까 ㅎㅎ


아침 일찍 만난 분의 차에 자전거를 실어 보내고, TV와 헤드폰, 남은 생활용품도 얼릉 처분해야지 생각하니, 정말 이제 곧 떠난다는 게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영국 석사 정규학기는 정말 짧디 짧구나ㅠ 


@ 카디프 베이를 돌아 자전거 끌고 언덕을 오르면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세간을 처분하고, 한국에 보낼 걸 보내고 나면 우리는 배낭 하나씩, 트렁크 하나씩 끌고 떠나게 된다.

당장 영국을 떠나는 건 아니고 논문에 본격 돌입하기 전에 워밍업 차원으로 ㅎㅎ

짐을 잠시 맡기고 영국 국립공원 세 곳을 가로지르는 Coast to Coast Walk 14일 트레킹을 한다.


그리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예약해 둔 에어비앤비로 한달살이를 떠난다.

독일 남부 마을과 동유럽 도시 못 가본 곳들을 마저 둘러보고, 논문도 쓰고, 운동도 하고 살 생각이다.


다음 머물 곳은 아직 예약하지 못했는데 아마도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한달을 보낼 것 같다. 

어차피 논문 때문에 영국으로 다시 돌아오겠지만 잠시 유럽 다른 나라에서도 살아보고 싶었다.


이제 정말 심플라이프의 시작이다 ㅎㅎ 짐을 최대한 줄여야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으니까.

유학와서 단조롭고 심플하게 살았는데 앞으론 더 그렇게 될 것 같다.

머릿속도 좀 더 심플하고 단조로워졌으면 좋겠다.


시간은 이렇게 빨리 흐르고,

나도 점점 나이가 들고,

내 인생에서 다시 오지 않을 시간들이, 이렇게 또 하루하루 흘러가고 있구나 생각하면,

조금 덜 생각하고, 고민하고, 이 순간을 더 즐겨야지 하는 결론에 이른다.


옆에서 TV가 너무 빨리 팔려서

이제 자전거도 없는데 TV도 못 보는거 아니냐며 걱정하는 짝꿍을 보면ㅎㅎ

머릿속이 복잡한 와중에 웃음이 나온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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