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물품 팔고 중요한 건 항공택배로 슝~
영국에서 작년 9월 중순부터 올해 6월 중순까지 플랏 계약이 끝나가서 짐 정리를 하고 있다.
6월이면 수업은 마감이 되니 카디프에 굳이 남아있을 이유가 없어서
계약을 굳이 더 연장하지 않았다.
논문은 한국에 관한 걸 쓰기로 했기 때문에
사실 어디에 있어도 상관은 없고 담당 튜터와 미팅하고 상의하는 것도
가끔 영국에 오거나 스카이프, 전화 등으로 대체할 수 있어서 큰 무리 없을 것 같다.
친구들 보면 장학금을 받고 기숙사 계약이 1년 풀로 돼 있는 경우엔 카디프에 남지만,
아닌 경우엔 유럽 각 도시를 여행하면서 논문을 연구하고 쓰는 경우가 많다.
또 인턴쉽이나 프로젝트에 참여할 경우엔 해당 도시에 가서 몇달 살아야 하기 때문에
이래저래 처음 계약할 때 계획을 잘 세워서 6월까지 해놓고
이후에 연장을 상의하는 식으로 하는 것도 추천할 만 한 것 같다.
내 경우엔 오스트리아 비엔나,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7, 8월 각 한달씩을 보내고
영국으로 돌아와 런던에 머물 예정이어서
큰 트렁크 두개 분량과 배낭 하나씩을 제외한 중요한 짐은
여기서 팔거나 한국으로 보내기로 했다.
우선, 영국 석사의 경우 1년으로 짧고 논문과 프로젝트, 인턴쉽 등 다 포함해도 1년6개월이면 끝나기 때문에
(1-2년 짜리 인턴쉽이나 프로젝트도 있긴 하다) 현지에 와서 필요한 가전이나 생활용품 살 때 좀 고민이 된다.
겪어보니 가장 좋은 건 나의 '삶의 질 유지'와 '환금성'을 고려해 좋은 걸 사서 깨끗하게 쓰는 거다.
예를 들면, TV 청소기 토스트기 전기포트 밥솥 쓰레기통 빨래대 러그 뭐 이런 류들을 일일이 다 사야 한다.
한국에서 가져오는 건 무게를 고려하면 비추천..
살때 이왕이면 현재 나와있는 제품 중에서 가장 최신의, 어느 정도 값어치가 나가는 제품을 사면 좋다.
사는 곳도 코스트코나 백화점, 대형마트 같이 보증기간 동안 쉽게 수리받거나 할 수 있는 곳들을 택할 것을 권한다. 사서 포장용 박스와 영수증, 보증서를 버리지 말고 한 곳에 잘 보관해둘 것.
왜냐하면 1년 가까이 깨끗하게 잘 쓴 물품은 페이스북에 있는 해당 도시 중고물품 거래방에 올리면
내가 생각하는 괜찮은 가격에(1년간 사용비 정도만 제외하고 올리면 된다)
단시일 내에 물품을 다 팔고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다.
특히 영국은 페이스북 중고거래가 활성화돼 있고
상태가 좋고 보증기간이 남아 있는 물품은 꽤 높은 가격에도 거래가 잘 된다.
단, 오래된 버전의 가전이나 관리가 잘 안돼 지저분하고 낡은 물품은 예외다.
단적인 예로 20만원 짜리 저가 청소기 사서 1년 쓰고 버리느니
70-80만원짜리 최신 버전 다이슨 청소기 사서 깨끗하게 쓰고 10-20만원쯤 뺀 가격에 파는 게 낫단 얘기다.
가전은 쓰는 동안 편리하고 팔리기도 잘 팔리는 인기있는 브랜드를 구매하는 게 비법이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는 중고여도 상태만 좋으면 사이트에 올린지 하루 이틀만에 거래가 된다.
지역 사람들과 직거래를 하면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생각보다 재미있다ㅎㅎ
이렇게 팔 건 대략 팔았고, 중요한 물품은 한국에 보내야 한다.
선박으로 보내면 훨씬 싸다는 글도 봤지만, 실제 견적을 여러 곳에 내본 결과 그렇지 않았다.
영국에서 3-4년 이상 생활하면서 온갖 가구, 가전, 생활용품을 아예 다 들고와서 고스란히 보내야 하는
이삿짐 규모가 아니라면 선박은 항공택배와 큰 차이가 없었다.
나는 23-24kg 박스 6개 정도 분량이었기 때문에
이래저래 항공택배가 가장 낫다는 판단이 섰다.
본인이 먼저 귀국해서 짐을 받을 수 있는 경우에는 '귀국짐'으로 보낼 수도 있지만
내 경우엔 나는 6개월쯤 후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관세 없는 귀국짐은 불가능했다.
박스를 싸서 CJ택배를 이용해 고향집에 순차적으로 보내는 중이다.
다만, 총 약 75kg 3박스에 항공배송과 픽업비용이 270파운드 이상 나왔으니 결코 싸지는 않다ㅠ
정말 꼭 보내야 할 것들만 선별해서 보내야 한다.
우리에게 배송비를 감내하고도 보내야 할 가치가 있는 것들만 챙겼다.
한번에 70kg 이상 보내면 관세를 무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는데
내 경우엔 전부 중고물품이어서 그런지 관세를 물지는 않았다.
관세는 내가 정확히 얼마를 낼지 보내보지 않고 미리 알수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복불복이니... 관세가 나오면 낼 수도 있구나, 생각해야 한다. 중고도 명품가방이나 시계 같은 경우엔 엄연히 가치가 나가고 세관에서도 임의 산정한 가치를 매겨서
거기에 세금을 부과한다고 들었다.
짐을 싸서 영국에 와서 생활하다 한국으로 다시 짐을 보내보니,
정말 옷가지와 생활용품을 최소한으로 가져오는 게 정답이다 싶다.
옷이 너무 많아서 많이도 버렸다ㅠ
이제 꼭 필요한 물품만 남았다.
트렁크 두개와 배낭 두개만 가지고 남은 6개월 이상의 기간을 단촐하게 살아야 한다.
한 달씩 도시를 옮겨다니며 살 계획이니 짐을 늘리지도 못한다.
내가 한 때 꿈꿨던 노마드적인 삶이지만ㅎㅎ 어떨지는 모르겠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정말 많은 것들이 필요하지만,
또 줄이고 줄여보면 심플하고 단순한 삶을 사는 것도 가능하다.
소유보다는 경험에 투자하는 삶,
당장 눈앞에 보이는 물질적인 것보다 보이지 않는 중요한 것에 관심을 두는 삶,
그렇게 살아가는 법을 조금씩 배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