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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은 Jun 06. 2019

남의 시선에서 자유롭기,

내가 원하는 대로 살려면

@ 카디프 캐슬의 아름다운 풍경

내가 원하는 삶을 살려면

나에겐 좀 더 섬세하고 민감해지고

남에겐 좀 더 무심해져야 한다.


영국에 와서 살면서 한국에서 맺은 인간관계와는 내가 원하든, 원치 않든 어느 정도 거리가 생긴다.

그 거리만큼 외롭기도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굉장히 편하고 자유롭기도 하다.


한국에서 서른 중반, 직장도 있고 가족도 생기고 하면서 내 욕구와 욕망에 충실한 삶을 사는 게 점점 더 어려워졌다. 회사에선 회사대로, 집안에선 집안대로 점점 기대하는 바가 커지고 거기에 나를 맞추다보면 이건 도대체 누굴 위한 건가 싶을 때가 많았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봐도 참 난감한 상황들.  

유학을 결심하고 가족들에게 처음 알릴 때, 첫 반응은 대부분 "애를 낳아야지 난데없이 왠 유학?" 이었다.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가고, 대학가면 좋은 직장을 얻어야 하듯이, 결혼하면 아이를 낳는 것은 당연한 수순인데 왜 정해진 길 놔두고 굳이 샛길로 가느냐는 반응이었다.


가족들에게 손벌리지 않고 이미 준비를 마치고 합격을 한 상태에서 알린 것이었기 때문에 돌이키기 어렵다는 걸 안 후에는 "돌아올 땐 셋이 되어 돌아오라"는 특명 같은 주문을 끊임없이 받기도 했다.


지인들이나 회사에선 "무슨 좋은 소식이라도?" 하는 반응이었다가 "니가 유학가는 데 따라가주는 남편이 대단하다"는 리액션으로 자연스레 귀결됐다. 남편이 유학가는 데 따라가는 아내는 당연한 거지만, 아내가 공부하러 가는데 따라가는 남편은 '대단한' 분이 된다. 남편이 유학을 가면 경쟁력을 위해 가는거지만 아내가 가면 '여유 있다', '쉬러 간다', '놀러 간다'는 개념으로 이해하는 분들이 많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왔다. 내가, 우리가 원했던 거니까. 와서 살면서 하고 싶었던 것들을 마음껏 하는 삶이지만 또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기에 문득문득 고민을 하게 된다. 돌아가서도 이전처럼 내가 원치 않았지만 내게 주어진 의무를 다하고 살아야 하나 하는 부분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건 어려울 것 같다. 아니 어렵다. 남의 시선과 평가에 지나치게 신경쓰고 그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주는 삶에 충실해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 나는 마음이 내키지 않는 일을 티내지 않고 억지로는 못하는 사람이다.


돌이켜보면 한국에서 살면서 무례한 상황을 참 많이도 겪었다. 직장 선배라는 이유로 일이 아닌 외모로 나를 평가하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거나 사생활을 지나치게 간섭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였다.


가족이나 직장 동료들이나 내 가장 가까운 사람들인데 나는 이 인간관계를 매끄럽게 유지하기 위해 내색하지 않고 참고, 거슬리지만 웃어 넘긴 말들이 정말 많았다. 그런 모든 것들이 결국엔 스트레스가 돼서 밤에 잠을 못 이루기도 하고, 상처로 남기도 했다.


유학을 결심한 이유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건, 내 모습 그대로의 나를 되찾고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였다. 와서도 다른 인간관계에 크게 의식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대로, 내 욕구에 충실한 삶을 살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나를 잘 알고 나에게 좀 더 민감해지는 걸 의미한다. 내 기분과 감정, 의식의 흐름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선택하고 행동할 줄 알게 되는 걸 뜻한다. 이것도 연습이 필요한 일이고 동시에 남의 시선에 더 둔감해져야 가능한 일이다.


내가 달라져도 어차피 주변 가족이나 동료들, 친구들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들은 여전히 좋은 사람들이고 또 자주 나를 그들의 방식대로 평가하고 재단하려고 들테니.


하지만 나는 앞으로는 내 삶의 중요한 영역에 그들이 침범하려 들때마다 때론 더 둔감해질거고, 때론 내 의사를 있는 그대로 표현할거다. 내가 영국이든, 한국이든 내가 행복한 방식대로 살기 위해 '이기적인 사람'이 되는 일, 순간 '얼굴을 붉힐 수도 있는 일'도 필요하면 하겠다는 뜻이다.


인생은 정말 짧다. 그리고 젊은 나날은 더 짧다.

내 주변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삶을 살다가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보지도 못한 채 좋은 나날을 다 흘려보낼 수 있다. 굳이 꼭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면, 하지 않는 길을 택하는 게 낫다.


넘치는 사랑과 관심을 사양하는 동시에, 무관심에도 서운해하지 않는 ㅎㅎ

자유로운 영혼이 되기 위해 수양을 게을리 하지 않겠닷.!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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