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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맛있는독서 Feb 06. 2024

20. '각자도생'을 타파할 연대와 공존의 가치

<거대한 사기극>_이원석


  

자기계발은 자가 동기부여를 전제한다. 그 누구보다 내 자신부터 나를 위한 동기부여자가 되어야 한다.

 (p.15)       



   

 '자기계발'이라는 말은 강한 마력을 가진 단어입니다. 누군가가 이루어 놓은 업적을 따라 배우는 것이 아닌, 나 자신의 재능을 일깨운다는 뜻이니까요. 비슷하게 사용하는 단어 중에는 '자기개발'도 있습니다. 자기개발은 자신의 재능이나 지식을 발달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국어사전에 나와 있습니다. 짐작건대 아마 현대인들은 자기개발 보다는 자기계발이 더 의미 있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치열하게 공부하고 정신없이 일상을 살아온 자신이 어떤 재능이 있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나 역시도 그냥 그렇게 살아왔다는 생각으로 허무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자기 자신도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 마치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방증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자기계발이라는 말이 인생의 전환점이 되어주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자신의 삶을 이렇게 치열하게 살아야만 할까요?     


 <거대한 사기극>(북바이북, 2013)에서 저자 이원석은 우리 사회구성원들이 왜 자기계발에 열광하는가에 의문을 갖고 그 근원을 찾아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저자는 신자유주의가 국가 기능을 축소하고, 국가 행정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기업 운영의 효율성이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사회적 불평등의 배경이 된다고 말합니다.  자기계발을 지향하는 것은 목표와 자기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이며 개인에게 무한 책임을 지우는 “자기 세뇌”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불안’이란 정서에 기반을 두고 있는 자기계발은 부정적인 현실을 부정하고 이상 혹은 기대하는 미래를 현실인 것처럼 믿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즉, 자기계발은 현실의 자기를 부정하고 이상적 자기를 상정하여 재구성하는 것에 바탕을 둔다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을 믿고 실행에 옮긴다면 자신이 기대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극단적인 자기 긍정과 확신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모든 책임을 자기 자신에게 돌리게 됩니다. <당신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의 저자 김누리 교수는 강연에서 자기계발이란 자기 안에 감독관을 심는 것과 같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거대한 사기극>의 저자 이원석은 개인이 스스로 모든 것에 책임져야 하는 이유가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시장 경제 속에서 국가와 사회가 개인의 안전망이 되어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계발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필수인 것처럼 되는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현대인들이 직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보편적 복지, 차별의 최소화 그리고 개인의 자유가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어 자기계발이 필요 없는 사회를 꿈꿉니다. 저자는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세계가 되기 위해서 사회안전망 강화와 깨어있는 시민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저자 이원석은 <거대한 사기극>으로 2013년 한국출판평론상을 받았습니다. 저서로는 <인문학 페티시즘>, <공부란 무엇인가>, <서평 쓰는 법> 등이 있습니다. 이원석의 <거대한 사기극>이 출간되었던 2013년 이후, 현재까지도 대한민국 도서 분야에서 자기계발에 대한 관심은 뜨겁습니다. 매년 다양한 종류의 자기계발서가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려놓고 많은 사람에게 회자하고 있습니다. 저자 이원석은 대한민국에서 자기계발서가 주류가 되는 이유에 대해 냉철하게 이야기합니다. “믿을 것은 나밖에 없으니까”라고. 저자가 말한 선택적 복지와 다양하게 존재하는 차별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불안한 사회구조를 개인이 짊어지고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회구성원인 시민의 연대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 저도 동의합니다. 자기계발서에 매혹되는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각자도생’을 타파할 ‘공존’에 대한 인식이라고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지금 이 사회가 하루아침에 안전망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거대한 사기극>이 나온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그때와 별반 달라지지 않았으니까요. 당장 내일의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없는 독자에게는 이원석의 글이 더부룩함만 더할 수도 있습니다. <거대한 사기극> 에필로그에 나온 것처럼 자기계발서는 필수라기보다는 선택의 영역에 있는 도서 분야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지금 읽어야 할 분야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자기계발서가 생존 지침서가 되지 않도록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여야 할지 함께 고민하고 참여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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