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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맛있는독서 Sep 26. 2023

5. 위화, 조국의 고통을 이야기하다.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위화, 김태성 옮김

   

타인의 고통이 나의 고통이 되었을 때, 나는 진정으로 인생이 무엇인지,
글쓰기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이 세상에 고통만큼 사람들로 하여금 서로 쉽게 소통하도록 해주는 것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고통이 소통을 향해 나아가는 길은 사람들의 마음속 아주 깊은 곳에서 뻗어 나오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나는 중국의 고통을 쓰는 동시에 나 자신의 고통을 함께 썼다. 중국의 고통은 나 개인의 고통이기도 하기 때문이다.(p.354)     



 <사람의 목소리가 빛보다 멀리 간다>(문학동네, 2013)의 작가 위화는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서 1960년에 태어나, 마오쩌둥의 문화 대혁명과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으로 중국이 격변하던 시대를 겪으며 성장하였습니다. “문화가 없는”(p.165) 문화 대혁명 시대 대자보를 쓰며 글쓰기를 시작합니다. 루쉰과 마오쩌둥을 세계 유일한 작가로 믿으며 성장한 그는, 개혁개방 정책으로 쏟아져 나오는 문학작품을 읽게 되면서 “사회생활의 불균형은 필연적으로 꿈의 불균형을 가져온다.”(p.216)는 생각을 합니다. 그의 대표작은 <인생>, <허삼관 매혈기>, <형제>, <원청> 등 장편소설이 있으며 <내게는 이름이 없다>, <세상사는 연기와 같다>, <무더운 여름> 등의 중단편과 <우리는 거대한 차이 속에 살고 있다>,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 등 여러 편의 수필도 썼습니다. 장편 <허삼관 매혈기>는 2015년 국내 배우인 하정우가 감독 데뷔하며 <허삼관>이란 제목으로 영화화하였습니다.     

 작가 위화는 <사람의 목소리가 빛보다 멀리 간다>에서 총 10개 단어로 중국을 이야기합니다. 전반부는‘인민’, ‘영수’, ‘독서’, ‘글쓰기’, ‘루쉰’ 순서로 진행되며 마오쩌둥의 문화 대혁명 시기를 배경으로 합니다. 작가 위화는 이 시기에 유년기를 거쳐 10대로 성장합니다. ‘차이’, ‘혁명’, ‘풀뿌리’, ‘산채’, ‘홀유’라는 단어로 이루어진 후반부는 개혁개방 정책으로 중국의 발전이 급속히 이루어진 현재까지가 배경입니다. “한 사람이 성장해 온 과정이 그의 일생을 결정한다”(p.148)는 작가의 말처럼 국민 개개인의 의식이나 정서는, 그 국가가 지나온 시대 흐름 속에 어떤 관점을 가졌었는가의 결과라고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작가는 중국에 만연한 ‘산채’, ‘홀유’ 그리고 ‘차이’에 대하여 비판만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는 사회 지식인으로서 그들이 거쳐온 역사에 의한 고통을 인식하고 공감하지 못했던 점을 통찰하며, “타인의 고통이 나의 고통이 되었을  때, 나는 진정으로 인생이 무엇인지, 글쓰기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p.354)라고 고백합니다. “모든 사람이 정치 상황의 파도에 따라 흔들렸고 자기 앞길에 행운이 기다리고 있는지 불행이 기다리고 있는지 아무도 알 수가 없었”(p124)던 시대를 지나 “중국의 풀뿌리들은 과감하게 생각하고 그것을 과감하게 행동에 옮겼다. 그들은 경제발전의 조류 속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p270) 되었고, 현재 ‘산채’와 ‘홀유’를 용인하는 사회가 되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작가는 ‘산채’란, 오늘날 중국의 무정부주의 정신을 가장 잘 반영하는 단어(p.292)이며 “홀유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진지하지 못한 사회, 또는 원칙이 중시되지 않는 사회에 살고 있음을 의미”(p344)한다고 말합니다.  

         

 역자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전통적인 농경사회인 중국이 짧은 시간에 산업사회로 옮겨 가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가치관 혼란과 노동인구의 대규모 이동, 새로운 하층 사회 형성, 상대적 박탈감 등 적지 않은 부작용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짐작”(p.356)할 수 있으며 “이 책이 독자들에게 중국에 대한 새로운 지식이나 시각을 제공하기보다는 왜곡된 편견과 과장된 인식을 걷어내는 역할을 해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p.358)고 말합니다. 현재 중국의 모습이 과거 역사의 결과에 의한 것임을 이해한다면,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에 대하여 객관적인 관점을 갖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현재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극단적 인식의 차이와 원인에 관심을 갖고 비교해보고 싶거나, 현재의 중국 사회가 보여주고 있는 가치관에 의구심을 가지고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접근하고 싶은 독자라면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를 추천합니다. 하지만 좀 더 근원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분석적인 탐구가 목적인 독자라면 이 책이 작가 위화의 개인적인 생각을 수필 형식으로 기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선택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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