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 샤피로는 <계속 쓰기: 나만의 단어로>(도서 출판 마티, 2022)로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지만, 미국 내에서는 소설 6편과 회고록 5편을 낸 유명작가입니다. 유대인 가정에서 나고 자랐으며 1990년 첫 소설을 데뷔한 후, 발간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된 <가족사>(Family History) <흑백>(Black&White)과 최근작 <봉화>(Signal Fires) 등의 소설을 집필하였고 <슬로모션>(Slow Motion) <헌신>(Devotion) <모래시계>(Hourglass) 등의 회고록이 있습니다. 2019년 아버지에 대한 회고록 <상속>(Inheritance)을 발표한 후, 가족들의 비밀을 발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팟캐스트 ‘Family Secret’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9·11 테러 이후 현재는 코네티컷주로 이사하여 소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루에 세 쪽, 일주일에 닷새. 작가로 살아오는 동안 책을 쓸 때 이 패턴을 지켜왔다.(p.144)
대니 샤피로는 글쓰기를 방해하는 이런저런 이유를 윌리엄 스타이런의 말을 인용하여 “인생의 벼룩들”이라고 표현합니다. 글쓰기를 계속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자기만의 공간을 확보해야 하고 “중요한 건 작업 틀을 설정하는 것, 즉 리듬을 만드는 것”(p.145)이라고 말합니다. 글을 쓰는 삶을 선택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짐작됩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실천’하는 것, 즉 글을 계속 쓰는 태도라고 말합니다. 글쓰기는 “고통에게, 고통과 함께, 고통으로부터 외치는 것이다. 고통을 냉정하게 아는 것.”으로 “자신의 고통과 지속적으로 대화하는 것”(p.189)이라고 정의합니다. 하고 싶은 기분이 들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몇 년째 해온 일을 그냥 계속할 뿐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다른 일들처럼 실천”(p.76)하고있다고 말합니다. 대니 샤피로는 ‘지속성’,‘꾸준함’과 같은 태도가, 재능보다 중요한 글쓰기의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필자의 경우 글을 시작할 때 처음 첫 문장이나 단어를 어떻게 시작할지, 앞으로의 전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은 시간 고민하는 편입니다. 작가는 이런 고민에 대해 경계합니다. “아직 쓰지 않은 것에 대한 과한 생각이나 말들이 늘 유용하지 않다”(중략)라고 말하며 “시작하면 속삭여라, 나는 모른다고.”(p.79)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상상력은 자체적으로 일관성”이 있어 “초고가 우리를 이끌어줄 것”을믿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원고에서 이전까지 숨겨져 있던 무언가가 분출하도록 한 다음에도, 생각하고, 다듬고, 구조를 다시 짤 시간이 얼마든지 있다.”(p.99)라며 초고는 상상력을 이끌어주는 원동력이 되지만 진짜 이야기는 퇴고의 과정을 통해 완성되어 감을 강조합니다.
대니 샤피로는 <계속 쓰기:나만의 단어로>에서 글을 잘 쓰는 기법이 아니라 글을 쓰는 삶을 지속하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지나친 자기 확신에 사로잡힌 우리를 때려눕히는 것이 삶”(p.15)이므로 자기 안의 검열관에게 지배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실패하되 잘 실패하라고 응원합니다.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심을 품고, 거의 다 되어간다는 희망으로 작업”(p.96)하는 고독한 글쓰기, 어떻게 될지 자신도 모르는 상태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 당연한 글쓰기의 과정이며 하루를 빚는 작가의 숙명임을 이야기합니다.
<계속 쓰기:나의 단어로>는크게 3개 주제로 나뉘어 있습니다. 글을 쓰는 단계에 따라 시작할 때 ‘Beginnings’, 글을 쓰던 중간 ‘Middles’에 필요한 조언과 글을, 완성했다고 느끼는 ‘Ends’에서는 글을 쓰는 이가 가져야 할 마음이 무엇인지 풀어놓았습니다. 독자가 원한다면, 순서와 상관없이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을 먼저 읽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다만, 처음 글을 쓰고자 하는 독자라면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나만의 단어’로 글을 계속 쓰는 삶과 태도에 대한 이야기이므로 순서대로 읽는 것이 이해와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꾸준히 글 쓰는 삶을 꿈꾸는 예비작가라면 글을 쓰는 태도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짐작됩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멋진 문장을 쓸 수 있는 기술적인 방법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이 책은 원하는 정보를 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참고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