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준 작가의 원작 <엄마 마중>(보림출판사, 2013)은 1938년‘조선아동문학집’에 실렸던 것을, 보림출판사
에서 김동성 작가의 서정적인 그림을 더해 재출간한 그림책입니다. 이태준 작가는 1925년 문예지 『조선문단』에 <오몽녀>가 입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고 1930년대 전후에는 아동 잡지 『어린이』에 많은 동화를 발표하였습니다. 대표 단편작으로는 <아무 일도 없소>, <달밤>, <가마귀>, <복덕방,> <돌다리> 등이 있으며 특히 <해방전후>의 경우, 일제강점기 민족의 과거와 현실적 고통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간결하면서도 호소력 있게 묘사한 문장으로 큰 호응을 받았었습니다. 그의 글들은 나라를 잃은 힘없는 민족에 관한 이야기였지만 우리 전통적 삶의 의식과 인간미가 풍기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는 “시에는 정지용, 문장에는 이태준”이라 일컬어질 정도로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문장가였습니다. 1946년 월북을 하자, 국내 문학계에서는 1988년 해금이 될 때까지 그에 대한 언급을 금지하였습니다. 그림을 그린 김동성은 동양화를 공부하였으며 섬세하고 세련된 묘사력으로 정평이 나 있는 작가 입니다. <엄마 마중> 외에도 <오빠 생각> <고향의 봄> <책과 노니는 집> 등을 그렸습니다.
일제강점기였던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엄마 마중>의 주인공은 어린 ‘아가’입니다. 도톰한 겉옷에 모자를 푹 눌러쓴 아가는 아장아장 걸어 전차가 서는 정류장으로 갑니다. “낑”하며 안전지대(정류장)에 올라선 아가는 전차가 도착할 때마다 차장에게 묻습니다. “우리 엄마 안 와요?”(원작에는 “우리 엄마 안 오?”). 정류장에 전차가 도착할 때마다 잠시 머물던 사람들은 어딘가로 떠나거나 돌아오지만, 아가의 엄마는 오지 않습니다. 글을 쓴 이태석 작가는 조실부모하여 친척 집을 전전하며 어렵게 성장하였습니다. 아가가 기다리는 엄마는, 어쩌면 작가가 품고 있던 그리움의 대상이지 않았을까요? 엄마라는 존재는 아이에게 평온함과 안정감의 근원이라고 합니다. 지금 내 옆에 없지만 언제나 나에게 돌아와 항상 내 편이 되어줄, 믿을 수 있는 든든한 존재. 그래서 <엄마 마중>의 아가는 초조하지만 기죽지 않고 기다릴 수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또한 <엄마 마중>이 발표된 시기가 일제강점기였다는 시대적 배경이 엄마와도 같은 조국을 잃어버린 민족을 비유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정류장의 아가가 엄마를 기다리는 모습에 잃어버린 조국을 찾기 위한 민족의 모습이 투영되었다는 또 다른 해석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힘없고 약한 작은 아이와 힘없고 약한 대한의 민족. 엄마를 기다리는 짧은 이야기 속에서 작가의 민족과 조국에 대한 염원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림책은 그림과 글이 함께 함으로 독자의 상상을 자극합니다. 그림작가 김동성은 현실적인 장면과 아가의 상상 장면을 교차 편집하면서 독자가 아가의 기다림에 동화 되고 공감하도록 구성하였습니다. 이러한 편집 방식은 읽는 독자에 따라 아가가 엄마와 다시 만났는지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짐작을 가능하게 합니다. <엄마 마중>은 동화임에도 파격적인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주인공의 소개나 기승전결이 없고 어떠한 반전도 없습니다. 주인공 아가가 엄마를 기다릴 뿐입니다. 그렇지만 아가의 상황이나 이야기의 결말에 대해 독자의 다양한 해석과 상상이 가능하고 복잡 미묘한 감정을 깊은 여운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엄마 마중>은 세세한 묘사와 기승전결의 이야기 흐름, 다채로운 전개를 기대하는 독자에게 다소 생소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면이나 문장의 여백 안에 자기만의 생각과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을 즐기
는 독자라면 <엄마 마중>의 군더더기 없는 글과 그림의 매력에 흠뻑 빠져볼 것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