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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eak Jul 01. 2024

공부만 하는 바보를 잘 대해라...

30년 후 한국 버전

'공부만 하는 바보를 잘 대해라... 나중에 그 바보 밑에서 일하게 될 가능성이 높으니까'


 빌 게이츠가 말했다고 잘못 알려진 '인생의 11가지 법칙'은 본래, "Dumbling Down Our Kids"의 저자인 찰스 J. 사이크스(Charles J. Sykes)가 신문에 투고한 14가지 법칙이 잘 못 전해진 것이라고 한다. 이 책은 미국에서 1995년 발행된 책으로 그 당시의 법칙들은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도 그 기본적인 가르침에는 변화가 없다. 다만, 그 사례들이 많이 달라졌을 뿐이다. 이를 2024년 현재에 대비하여 수정하면 다음과 같다. 원문의 내용은 굵은 제목으로 한 문장으로 요약하고 하위 내용은 현실에 맞게 변경해 보았다. 


1. 공평하지 않은 게 인생이다.

  살아보면 우리가 가정을 제외하고 가장 공평하게 대우받는 공간은 학교다. 1995년의 학교는 촌지가 난무하고 학생들을 성적으로 줄 세우며, 학생들의 인권이 잘 지켜지지 않았지만, 사회는 그 보다 더 심했다. 30년이 흐른 지금은 학교가 그 이전 시대보다 훨씬 공평하게 학생을 대하고 있다. 문제는 학교의 변화를 사회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그나마 가장 공평한 조직인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학교보다 공평하지 않은 조직에서 아르바이트와 취업을 해서 생활해야 한다. 사회를 본인의 생각에 맞게 공평하게 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공평하지 않은 사회에 대해 미리 깨닫고 이를 반영하여 행동해야 한다. 이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방법 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군입대라고 생각한다. 남자아이를 둔 부모들은 군대 빼려고 수작 부리다 애 인생 망치니 잘 판단하기 바란다. 전 세계 어디에도 모두에게 공평한 세상은 없다. 

 

2. 현실은 학교처럼 너희들의 자부심을 키워주지 않는다.

 학교에서는 항상 뒤처진 아이들을 끌고 가기 위해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성적이 뒤처지면 이를 위해 다양한 보충학습이 마련되어 있고, 2022년 개정교육과정에서도 미이수 학생을 위한 보충지도 프로그램이 있다. 학습적인 문제뿐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깔아주고 참여만 하면 되는 다양한 자율/진로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배려하며, 친구들과의 갈등도 교사와 학교가 나서 해결해 준다. 하지만, 학교를 벗어나는 순간 현실은 가혹하리만큼 여러분들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다. 따라서, 학교와 사회의 차이를 잘 인식하고 초-중-고로 성장할수록 학생 스스로도 문제해결 능력과 홀로서기의 능력을 키워야 한다. 사회가 학교와 같다고 준비를 게을리하는 순간 학교를 떠나면 홀로 남겨질 것이다.


3. 미안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연봉 5,600만 원을 받지 못한다.

 학업 능력의 중요성을 말한다. 2023년 현재 대한민국의 대학입학률은 76%를 넘었다. 과거 실업계로 불리던 전문계 고등학교 재학생의 대학입학 비중이 낮은 것을 감안하면 일반계 고등학교에서는 90%가 대학입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대학생이라면 지식인으로 진입하는 단계로 보고 대학을 졸업하면 괜찮은 직장에 취업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4년제 대학 신입생이 34만 명, 전문대학이 13만 명으로 발에 차이는 게 대학생이다. 이러한 학력 인플레 시기에 고등학교 졸업자는 물론 대부분의 대학 졸업자가 연봉 3,000만 원 정도며, 외국계나 금융업계 정도 돼야 5,000만 원을 넘을 수 있는 정도라 볼 수 있다. 이 글을 쓰면서 미국은 역시 잘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30년 전 대졸자에게 넘지 못할 연봉으로 5,600만 원을 제시하는 나라였으니...

     

4. 너의 선생이 까다롭다고 생각되면, 직장 상사를 만나봐라.

 학생들이 가장 빨리 느껴야 할 가르침이라 생각한다. 선생이 까다롭다고 생각되는 학생들은 학교생활에 불만이 많은 학생이다. 선생이 얘기하는 말들에 반항하고 자신의 판단이 맞다고 생각하는 학생이 많다. 학교는 학생을 배려하니 이런 학생들이 더 많아진다. 문제는 이러한 잘못된 판단을 하는 학생이 고등학교 졸업, 혹은 대학교 졸업 이후까지 잘 못된 판단으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며 사회에 발을 딛는다는 것이다. 사회는, 디테일하게 직장에서는 이런 판단이 아집과 고집으로 여겨지며, 선생이 아닌 직장 상사는 바로 고칠 것을 얘기할 것이며, 잘못된 판단을 가지고 직장에 들어선 당신은 아무 말하지 못하고 따라야 한다. 까다롭거나 학급을 방치하거나, 성격이 이상하거나, 학생을 편애하는 다양한 선생들 밑에서 작은 사회를 파악하고 자신을 성장시킬 방법을 찾는 것이 학교이므로 학교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에 관심을 가지기 바란다. 학교란 까다로운 세상에서 잘 적응하는 인간을 만들기 위한 배움의 장이다. 그것이 학업성취든, 인간관계든, 예체능 능력이든 학교에서는 원하면 배울 수 있다. 


5. 햄버거 가게에서 일한다고 너의 품위가 떨어지지 않는다. 

 품위는 본인이 느끼는 것이 아니다. 주로 남들의 판단이나 시선에 따라 품위가 결정된다. 미국에서는 햄버거 가게가 일반적이라 햄버거 가게를 예로 들었겠지만, 우리나라로 치면 편의점 알바정도가 적당하다 볼 수 있다. 만약, 내가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는데 친구들이 편의점 알바를 놀리거나 무시한다면 그런 친구는 사귈 필요가 없다. 개인의 노력을 폄훼하거나 비꼬는 사람은 멀리하고 본인의 노력과 성실함을 알아주는 사람을 가까이해야 한다. 다양한 삶은 나중에 취업을 하고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많은 도움이 된다. 나도 대학시절 다양한 아르바이트(산불 감시 요원, 새시 설치, 공장 알바, 공사장 막노동, 도서관 알바, 시험 부감독 알바, 민속주점 알바, 야간 순찰 알바, 편의점 새벽 알바 등)를 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보게 되고 많은 것을 느꼈다. 지금은 교사로 다양한 삶을 얘기할 때 그 시절의 아르바이트가 많은 밑거름이 되고 있다. 품위는 본인의 행동이 부끄럽다고 여기는 순간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다. 나 자신에게 당당할 때, 없던 품위도 만들어진다. 


6. 너의 인생이 엉망진창이 되었다면 그것은 네 책임이지, 부모의 잘못이 아니다.

 30년 전 미국의 사례로 이것은 진실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2024년 대한민국에서 이 말은 100% 맞는 말이라고 할 수 없다. 물론 중심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맞는 말이 될 수도, 틀린 말이 될 수도 있다. 이 주제의 핵심은 부모의 행동이다. 요즘은 과잉보호에 따라 자녀의 인생이 엉망진창이 되기도 한다. 1980년대 중국의 '한 자녀 정책'으로 중국의 부모들은 자녀들을 황제 떠 받들 듯이 키우며 소황제로 키우는 것이 사회 문제가 되었다. 그들이 자라서 성인이 된 후 많은 사회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를 과연 자녀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 있는가? 하지만, 인생은 본인의 것이고 성인이 되면 책임은 부모 보다 성인이 된 자신에게 더 큰 책임을 묻는다.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에게 의지하고 부모의 경제권 안에서 살아가다 보면 자립할 수 있는 시간이 점점 늦어진다. 이렇게 되면 자녀와 부모 모두 인생이 엉망진창이 될 수 있다. 부모는 자녀가 성인이 될 때, 홀로 설 수 있도록 키워야 하며, 자녀 역시 홀로 서는 두려움을 이기고 모든 책임을 본인이 진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자녀를 독립시키지 못하고 자녀로부터 손을 떼지 못하면 어느 순간 결혼하지 않은 독신의 무직자인 40이 넘은 자녀와 함께 살게 될 것이다. 


7. 네가 태어나기 전, 너의 부모들은 지금처럼 지루한 삶을 살지 않았다.

 부모는 어느 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랑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어 결혼을 했다. 집에서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포도주를 기울이기도 하고, 주말이 되면 영화를 보고 야외에 나가 지친 심신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했다. 매일매일은 아니지만, 하루하루 즐거운 날들이 많았고 새로운 도전으로 다양한 취미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아이가 태어나고, 많은 부모들은 본인에게 투자하던 시간과 돈을 아이에게 투자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부모가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당연히 해야 할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많은 부모들이 자녀 때문에 많은 것을 포기하며 산다고 얘기한다. 이런 말은 들은 자녀는 어떤 생각을 할까? 미안함에 부모의 말을 잘 듣고 따르는 자녀도 있겠지만, 스트레스로 받아들이는 자녀들도 있을 것이다. 자녀에게 많은 것을 투자하더라도 부모의 삶도 함께 살아야 한다. 가장 좋은 가정교육은 부모가 멋지게 바르게 살아가는 것을 아이들이 보고 배우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올인하지 말고, 부모의 삶도 멋지게 살기를 바란다. 더불어, 자녀들은 부모들이 포기한 많은 것들이 있음을 잊지 말기 바란다. 이 항목에서 대한민국의 부부는 부부싸움의 씨앗이 자라고 결국 싸움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내가 포기한 것과 배우자가 포기한 것이 비교되면서 싸움이 시작된다. 내 얘기다. 


8. 학교에서는 너를 패자와 승자로 나누지 않지만, 세상은 그렇지 않다. 

 2,3,4번과 일맥 상통하는 내용이다. 학교는 승자도 패자도 결정하지 않는다. 나름의 의미와 발전 가능성을 보고 모두를 대하는 것이 기본값이다. 성적이 좋다고 승자가 되는 것도, 성적이 나쁘다고 패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렴풋이 학교에서도 승자와 패자가 나누어진다. 특히, 입시를 앞둔 고등학교의 경우 입시의 결과가 곧 승자와 패자처럼 판단되기도 한다. '세상은 그렇지 않다.'라는 말도 마찬가지로 학교보다 더 결과로 사람을 판단한다는 얘기이다. 결론적으로 학교는 실패를 기다려 주고 위로해주기도 하지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9. 인생은 여러 학기로 나눠지지도, 여름방학도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이다. 세상에 나가면 방학이란 없어진다. 특히, 휴가가 상당히 짧고 쓰기 힘든 대한민국의 경우 이 얘기를 더욱 절실하게 느낄 것이다. 학생 때는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이 있어 1년에 60일 이상 휴가가 주어진다. 하지만 학교를 떠나면 그 어느 나라도 60일 이상의 휴가를 주지 않는다. 대한민국에서는 많아봐야 20일 정도의 휴가가 주어진다. 학창 시절 방학은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시간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많은 시간을 학생들은 학교의 연장인 학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만다. 방학 때는 학교 등교하듯이 무작정 집을 나와 하교시간까지 집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뭐라도 해봐라. 친구나 친척집을 방문하든지, 아니면 무작정 본인이 살고 있는 지역을 걸으면서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현실을 직접 체험해 보는 시간이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10. TV는 현실이 아니다. 너의 삶은 시트콤이 아니다. 

 2024년, 요즘 학생들은 TV보다는 SNS가 학생들의 삶을 더욱 망가뜨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 빠져 시간을 보내는 경향이 강하다.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삶보다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소비자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콘텐츠 소비를 통해 또 다른 무언가를 생산하거나 배우는 것이 아니라 그저 시간을 보내기에 급급하다. 야간자율학습 시간 태블릿을 들고 있는 학생들 중 절반이상은 그저 SNS에서 시간을 때우고 있다. 영상을 보고 웃고 미소를 짓지만, 현실의 경쟁력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태블릿에 나오는 뽐내기 위한 삶의 모습, 다양한 콘텐츠는 그저 킬링타임용일 뿐이다. 킬링 된 시간은 또한 돌아오지 않는다. 


11. 공붓벌레들에게 잘해라. 너는 결국 그들 밑에서 일하게 될 수 있다. 

 가장 유명한 문장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학교에서는 찐따라고 무시되기도 하는 공붓벌레들이 사회에서는 성공을 하게 되고, 기업을 만들면 찐따라고 비웃던 친구들은 그의 밑에서 일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말도 30년 전이나 통하던 얘기이다. 요즘은 공붓벌레들이 학교에서 교우관계도 좋고 선생들과도 잘 지내고 외모도 준수하다. 요즘 공붓벌레들은 모든 것을 다 갖췄다. 요즘은 공붓벌레는 찐따라는 공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30년이 지난 지금 요즘 학생들은 공붓벌레들에게 다 잘하고 있다. 


12. 흡연이 너를 멋지게 보이도록 하지 않는다. 그것은 너를 바보처럼 보이게 만든다.

 흡연으로 멋을 부리던 시기는 좀 지난 듯하다. 흡연이라고 한정 짓기보다는 학생으로서 일탈이라고 정의하는 것이 나을 듯하다. 학생일 때는 일탈이 왠지 멋있어 보이고 친구들 사이에서 자랑할 수 있는 행위로 인정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 시기를 지나 본 어른들의 눈에는 다 부질없는 행위임을 모두가 얘기한다. 이 문장은 11번과 일맥상통한다. 흡연하며 일탈을 즐기는 무리들이 무시하는 공붓벌레들이 훗날 일탈을 즐기던 학생들의 상급자 혹은 사장이 되어 그들의 과거를 비웃는 것을 상상하면 11번과 12번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3. 너는 불멸의 존재가 아니다. 방탕한 생활을 하지 마라.

 누구나 죽는다.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문제는 평균수명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방탕한 생활이 길어지면, 그로 인해 나타나는 비참한 생활동 길어진다. 100년 전에는 20대를 방탕하게 살다가 40대가 되면 죽었겠지만, 지금은 성장을 해야 할 시기에 방탕한 생활로 성장을 멈추고 뒤쳐지면 50-60년을 비참하게 삶아야 될 수 있다. 나의 경우 고등학교 때 열심히 살고, 대학생활을 방탕하게 하고, ROTC로 4년 4개월 군생활을 하면서 설렁설렁 살았지만, 취업을 하고 수년을 열심히 생활했다. 요즘은 설렁설렁해도 그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는 실력을 갖춰 매일매일이 어렵지 않다. 방탕함은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유가 넘치면 방종이 되듯이, 즐기는 삶이 넘치면 방탕함이 된다. 적절한 수위를 지켜 100세 인생을 준비해야 한다. 


14. 즐길 수 있을 때 즐겨라. 너에게 부모는 고통이고, 학교는 지루하며, 인생은 우울할 것이다.

 14번 문장은 앞의 내용과 다소 상반되는 문장이라 볼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하게 봐야 할 부분은 '즐길 수 있을 때'라는 글의 의미이다. 나는 이 문장에서 즐길 수 있을 때를 크게 세대별로 크게 나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인생에서 즐기기만 한다면 매일을 즐기면서 생활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생활은 13번에서 말했듯이 방탕에 가깝다. 즐기는 것이 방탕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나를 위해 시간을 투자하고 발전을 도모하는 삶을 살면서 그 사이사이, 그 나이에 맞게 삶을 즐기라는 말로 이해할 수 있다. 인생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다. 부모님도 내가 성인이 되면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지내야 하고, 학교는 그 시기를 치열하게 보내면 잊어야 한다. 시냇물이 바위를 흘러 바다로 가듯이, 학교는 바위일 뿐이다. 바다(목표)로 간 내가 물을 거슬러 올라올 필요는 없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라는 말이 있다. 인생 전체는 아름다운 희극이니, 디테일에 빠져 비극적인 일상을 보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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