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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동남아는 가지 마라!

아재요!기 - 캄보디아 번외 편 2

by sheak

여행의 묘미는 현실을 벗어나는 데 있고, 그 현실 중에 하나로 자주 언급되는 것이 날씨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름에 겨울여행지나 시원한 곳을, 겨울에는 따뜻하거나 뜨겁게 내리쬐는 강렬한 날씨의 여행장소를 선호한다. 나도 나름 동남아 여행 전문가를 자처할 만큼 웬만한 여행장소는 모두 섭렵하였고, 동남아에 속한 나라 중에서 미방문국은 동티모르, 브루나이, 미얀마만 남아있을 정도이다. 이런 나 역시 여름에 동남아시아를 여행한 기억은 한 번도 없다. 주로 방학에 해외답사를 많이 가는 편인데, 봄학기로 학년을 시작하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여름방학이 겨울방학보다 짧다 보니 대부분의 배낭여행이나 장시간의 여행은 겨울에 이루어졌다. 물론 여름과 겨울만 놓고 비교해 보면 여행이 더 적합한 시기는 겨울이다. 해외 배낭여행 시작 후 20년이 지났고 많은 여행을 짧게 다녔지만, 여름에 동남아 여행은 2024년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장소 역시 동남아시아 여행지로 위에 언급한 동티모르, 브루나이, 미얀마를 제외하고는 가장 인기가 떨어지는 캄보디아였다. 그것도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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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캄포트 주 보코산 성당(좌), 알포인트 촬영지(중), 프놈펜-캄포트 이동중 내리는 비(우)


동남아에 여름비가 내리는 이유

동남아에 여름에 가지 말아야 할 가장 큰 이유는 더위가 아니다. 동남아는 적도에 걸쳐있는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을 제외하고는 우기와 건기가 우리나라 여름과 겨울처럼 확연하게 나눠진다. 우리나라의 여름은 동남아 우기, 겨울은 건기로 쉽게 구분이 된다. 중요한 것은 이런 구분은 주로 내륙지역에 국한되고, 해안을 끼고 있는 도시나 섬들은 이런 법칙에서도 벗어나 수시로 비가 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큰 틀에서는 해안이나 섬도 비의 양 차이는 있지만, 건기와 우기의 법칙을 어느 정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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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압과 저기압의 배치(좌), 동남아시아의 풍향과 강수량(우, 금성출판사)

바람은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분다. 상대적으로 따뜻한 공기가 상승하여 저기압이 형성되고, 상태적으로 차가운 지역은 상승한 지역의 공기가 하락하여 고기압이 생긴다. 비는 지표면에 있는 수증기가 상승해야 내리므로 저기압인 곳에서, 주변에 상승할 수증기가 많은 곳(바다, 큰 강, 호수 등)에서 비가 많이 내린다.. 우측의 지도에서도 볼 수 있듯이 비를 피해 여행을 하기에는 겨울(1월)이 가장 적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1월이라고 하더라도 적도 주변은 7월 보다 비가 많이 내리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같은 7월이라고 해도 바닷가가 내륙보다 비가 더 많이 내리는 경향을 보인다. 바다와 내륙의 영향과 함께, 지형에 따라 비가 많이 내리기도 하는데, 복잡하니 생략하고, 결국 평지보다 산지가 비가 더 많이 내린다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의 평균 강수량이 13,00mm인데 동남아에서 비가 많이 내리는 지역은 우기 한 달 동안 400mm가 내린다. 우리나라 여름철 평균 강수량이 430mm 정도이니 우리나라 여름철에 내리는 비가 동남아 우기에는 한 달에 몰아서 내린다고 보면 된다. 동남아시아 중 열대저기압의 영향을 받는 지역은 인도양에서 발생하는 열대저기압인 사이클론을 미얀마나 태국 정도 영향을 받고,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필리핀에서 발생하는 태풍(typhoon)은 동남아시아 지역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간혹 베트남에 영향을 주긴 하지만, 우리나라의 태풍은 대부분 중국남부, 타이완, 일본, 우리나라, 북한에만 영향을 미친다.


우기에 할 수 있는 여행

그러면 우기에는 왜 여행이 힘든가? 일단 비가 내리는 시간 동안에는 여행이 힘들어진다. 비가 너무 많이 내릴 경우 교통편이 취소되기도 하고 산사태나 홍수처럼 자연재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 장마처럼 비가 내려버리면 실제적으로 여행을 할 시간적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 반면, 소나기처럼 한 번 내리고 맑아지면 상대적으로 여행을 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 이 둘의 차이는 해안에 위치하느냐, 내륙에 위치하느냐로 판가름할 수 있다. 아래는 베트남의 연중 강수량을 나타내는 지도인데, 같은 해안이라도 비가 많이 내리는 지역이 이는 지형적 요소로 해안이면서 산지지형이 많은 곳이 비가 많이 내린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비가 가장 많이 내리는 지경은 우기의 동남아 중, 산지가 발달한 해안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러면 거기서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곳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카페나 식당에 앉아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음악을 듣거나 할 수 있다. 또는 특이하게 아무도 하지 않는 비 오는 날 투어를 조용히 관광객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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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연평균 강수량(좌), 베트남의 지형도(우)


우기에 준비해야 할 것들

우기라 비가 많이 내려 기온은 우리나라 보다 상대적으로 낮다. 동남아에서 기온이 가장 높은 시기는 우기가 오기 직전이다.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듯이 우기가 시작되기 전인 5-6월이 가장 더운 시기라 생각하면 된다. 우기가 되면 매일 비가 내리기 때문에 여행 시 준비해야 할 품목들이 있다.

슬리퍼 - 해안 지역은 비가 소나기처럼 여러 차례 내리고 내륙은 그보다 적게 내린다. 편안한 슬리퍼를 준비해서 물이 고인곳도 잘 다닐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산 - 작은 비에는 우산이 효과적이다. 비옷은 얼굴을 가릴 수 없고 더위로 인해 땀이 날 수 있어 작은 비에 효과적인 우산을 준비하자.

비옷 - 짐을 넣을 공간이 많으면 비옷을 한국에서 가져가 본인의 체형에 맞게 준비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을 경우 500원 내외를 주고 1회용 비닐 우의를 사서 활용하면 된다.

모기약 - 우기는 모기가 더 많다. 모기기피제, 취침 시 활용할 모기약, 벌레 물린데 바르는 약 등 다양하게 준비하는 것이 좋다. 열대지역은 말라리아, 뎅기열 등 모기를 매개로 옮기는 질병이 많다.

여분의 옷 - 많이 준비하면 좋지만, 공간이 부족할 경우 세탁서비스를 맡기거나, 에어비엔비를 활용할 경우 저녁에 세탁해서 널어놓으면 잘 마른다. 항상 마른 옷을 입고 다녀야 피부 관련 질환이 생기지 않는다.

캄포트에서 야시장 음식 사러 갔다가 소나기에 갇힘, 양쪽 가게에서 하나씩 주문하고 비 피하기


여름 동남아 여행은 가야 하나?

여름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대부분이 우기로 하루에 기본적으로 두세 번의 비는 내린다. 프놈펜은 내륙이라 하루 두세 번이 내렸지만, 해안지역에 산악지형이 많은 캄포트의 경우 우리나라의 소나기와 같은 비가 하루에 열두 번도 더 내린다. 비는 여행에서 장점보다는 단점으로 많이 작용한다. 장기간의 여행이라 우기를 포함해서 가야 하는 경우가 아니면 피해서 가는 것이 기본값이다. 우기의 장점을 굳이 꼽자면, 여행객들이 건기보다 적어 좀 더 한산하게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과 수요가 적으니 건기보다 물가가 조금 저렴해진다는 것을 빼면 장점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호캉스나 워터파크 위주의 여행이라면 우기도 갈 만하다. 비가 올 땐 호캉스나 워터파크에서 놀다가 비가 그치면 인근 지역을 여행하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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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놈펜 에어비엔비 숙소 인피니티 수영장(좌), 캄포트 리조트 수영장(우)

휴가가 여름 밖에 없어서 꼭 여름에 가야 한다면 여름강수량이 적은 남반구로 가면 된다. 대표적인 곳이 인도네시아의 발리이다. 발리는 남반구에 위치해서 우리나라가 여름일 때, 겨울이라 우리나라 여름이 건기이다. 동티모르도 발리와 같이 우리나라 여름이 건기이지만, 관광요소가 지극히 적고 교통편이 불편해서 일반인들은 갈 일이 없을 듯한다.

결론적으로, 여름 동남아는 휴가를 여름에만 쓸 수밖에 없거나, 아이들이 동반해서 호텔에서 주로 머무는 여정이라고나, 누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 여행을 한다거나, 장기간 여행으로 우기를 포함할 수밖에 없거나, 사람이 적은 아무도 하지 않는 형태의 여행을 추구하거나를 제외하고는 추천하지 않는다. 사람마다 여행의 패턴이 다르고, 추구하는 바가 다르므로 참고용으로만 활용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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