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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캠핑은 가지 마라!

아재요!기 - 청도자연휴양림

by sheak

엄마의 생신은 뭘 할까?

엄마는 여름에 태어나셨다. 아직도 음력으로 생일을 챙기셔서 여름이라도 생일은 매년 조금씩 변한다. 올 해는 휴가의 극 성수기인 8월 초에 생일이 안착했다. 형은 생일전날 일요일에 근교로 나가서 점심 먹고 한 바퀴 돌고 생일을 보내자고 제안했지만, 나는 좀 더 시간을 갖는 것을 엄마가 좋아할 거라 생각해서 대구경북권 휴양림에 유일하게 사이트가 남아있는 청도자연휴양림으로 캠핑을 가자고 주장하였고, 형이 받아들여 1박 2일의 여름 캠핑의 서막이 올랐다. 여름이라 캠핑보다는 숙소를 원했지만, 숙소는 이미 만원이었고, 캠핑 사이트도 몇 개 남지 않아 힘들게 예약을 했고, 이런 상황이 캠핑에 대한 기대를 더 갖게 했는지도 모른다.

캠핑 전날 캠핑과 관련된 짐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와이프의 코로나 소식이 들려왔다. 이로써 아들 둘을 데리고 혼자 떠나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조카들도 군대를 가고, 고3이라 전체인원은 6명으로 2개의 사이트가 남을 만큼 적절한 인원이었다.


캠핑 첫째 날

캠핑 첫날, 토요일이 되었다. 아이들은 일찍 학원에 갔다가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엄마를 모시고 아이들을 태워 점심을 먹으러 갔다. 엄마가 좋아할 만한 메뉴로 정식을 먹으러 갔고, 둘 째는 자기가 좋아하는 스팸정식으르 시켜달라고 해서 스팸정식 1인분과 오징어두루치기 대자를 시켜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밖은 더웠지만, 식당은 에어컨으로 시원하게 기온이 낮춰져 있어 맛있는 점심으로 생신 첫째 날을 부드럽게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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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용 오징어 두루치기(좌), 전체 상차림(중), 스팸 정식의 스팸 절반(우)

입실시간이 15:00부터라서 시간이 좀 남았고, 형도 15:00가 넘어 집에서 출발한다고 해서 청도천 보에서 다슬기나 좀 잡고 가기로 하고 예전에 찾아두었던 보로 향했다. 비가 내린 지 좀 되서인지 물은 최상의 깨끗함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물놀이를 하기에는 문제가 없어 아이들을 풀어놓고 엄마와 함께 다슬기를 잡았다. 족대로 물고기도 잡으려고 했지만, 큰 물고기가 보이지 않아 물고기는 몇 마리 잡아 아이들이 관찰하게 하고 다슬기를 잡으며 2시간여를 보내고 짐을 정리했다. 구름 낀 날씨에 가로수가 그늘을 드리워 덥지는 않았다. 여기 까지도 무난하게 캠핑이 잘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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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천 상류 보에서 물놀이(좌), 천렵한 다슬기를 챙기는 중(중), 천렵한 다슬기(우)

형의 도착시간에 맞게 캠핑장으로 이동하여 형과 만나 캠핑을 시작했다. 물속에 있다가 에어컨이 틀려져 있는 자동차를 타니 몸이 금방 식는 것을 넘어 약간 춥기까지 했다. 물놀이 장소와 휴양림 캠핑장은 거리로 10분 정도 떨어져 있어 금방 도착했다. 도착해서 텐트 치는 것을 뒤로하고 먼저 휴식의 차원으로 간식을 포함하여 간단하게 술잔을 기울였다. 더운 날씨에 텐트 치면서 땀을 흘릴 듯하여 저녁에 텐트를 치기로 하고 형이 가져온 선풍기로 더위를 식히며 저녁으로 먹을 고기를 구웠다. 요즘 소고기 값이 많이 싸져서 저렴한 가격에 한우를 맛보며 저녁을 먹었다. 시간은 점점 흘러 어둠이 내려오고 있었지만, 어찌 된 일인지 해발고도도 높고 숲으로 둘러싸인 캠핑장의 기온은 떨어질 줄 몰랐다. 10시 즈음되어 텐트를 치고 주변을 정리하고 11시 즈음 잠을 자기 위해 텐트로 들어갔다. 형은 바람이 통하지 않아 내 작은 텐트를 빌려 잠을 잤고 가져온 선풍기로 편안하게 잤다는 소식을 아침에 들었다. 반면에 엄마와 나, 두 아들은 밤새 더위에 시달려야 했다. 텐트 방충망조차도 바람을 막는 듯하여 앞 뒤 방충망을 모두 열고 잠을 청해도 잠이 오지 않았다. 다행히도 두 아들은 잠이 들었으나, 엄마와 나는 밤새 잠을 설치며 아침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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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휴양림의 단점이 불피우기 제한으로 전을 부치는 대형 전기 구이 팬(좌), 맛있게 냠냠(중), 고품질 한우(우)

술로 절여진 몸을 숙면으로 풀지 못하니 아침부터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요즘 버릇처럼 하는 여행 가서 달리는 루틴을 이어가기 위해 일단 샤워를 먼저 하고 캠핑장 주변을 달렸다. 산속이라 오르막 내리막이 심해 많이 달리진 못하고 2km 정도 캠핑장을 구경하는 차원에서 달렸는데, 아침부터 기온이 28도에 육박하며 마치 10km를 달린 듯 땀이 쏟아졌다. 청도 휴양림 입구에 계곡이 있어 계곡만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차를 주차해 놓아서 아침부터 차들이 줄지어 있었다. 왜 계곡을 포함하여 휴양림을 만들지 않았는지 의문이 드는 순간이었다. 다행히 아침에 흐려 태양이 비치지 않았고 우리는 이틈을 타서 아침식사를 하기로 했다. 문제의 발생의 두 번째는 캠핑장에 전자레인지가 없어 햇반을 물을 끓여 데워 먹어야 하는 것이었다. 냄비 부족으로 힘들게 밥을 데우고, 된장찌개를 끓여 어제 남은 고기를 또 구워 아침을 먹었다. 식사를 마치자 태양이 구름 사이로 강렬함을 뽐냈고, 우리는 텐트를 철거하고 캠핑을 마무리했다.


캠핑 둘째 날

둘째 날 점심을 먹으며 생일 축하를 하기 위해 청도휴양림을 떠나 대구로 향했다. 점심시간까지 시간이 남아 대구로 들어가기 전 연꽃이 만개한 유등지를 방문하고 청도박물관을 거쳐 가창으로 들어왔다. 시간이 아직 충분하여 김충선 장군을 모신 사당과 달성한일우호관을 방문했다. 유등지는 연꽃이 절반 정도 만개하였고, 절반 정도는 벌써 져 열매를 맺고 있었다. 정자에서 더위를 피해 유등지를 바라보며 쉬다가 찾은 달성한일우호관은 임진왜란 당시 조선으로 귀화한 사가야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박물관이었다. 시간이 많았으면 자세히 보고 오려했지만, 점심시간이 다 되어 스치듯 보고 나왔다. 시간이 되면 다음에 다시 한번 찾아 천천히 그의 삶을 추적하듯 파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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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 러닝 시 풍경(좌), 유등지 정자에서 한 컷(중), 유등지의 연꽃(우)

점심식사 예약을 한 들안길 남도명가에 들르기 전 제과점에서 작은 케이크를 하나 사서 식당에 도착했다. 엄마의 생일을 축하하며 식사를 하고, 케이크에 불을 붙여 생일 축하노래도 부르며 엄마의 생일 1박 2일의 행사는 대미를 장식했다. 엄마는 형이 집으로 가면서 모셔다 드리기로 하고 아이들을 태우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우리 셋은 모두 뻗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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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식사를 하시는 엄마(좌), 달성 한일우호관 입구(중), 남도명가 불고기(우)


PS 1. 청도자연휴양림 리뷰

청도자연휴양림은 처음 방문을 했다. 자전거와 오토바이로 헐티재를 넘어 청도로 들어선 뒤 각북면-이서면을 거쳐 다시 팔조령 옛길로 라이딩을 하며 지나면, 헐티재 넘어 잠시 내리막길을 내려오면 만나는 곳이 청도자연휴양림 입구이다. 전반적으로 좋았지만 부족한 부분을 3가지만 나열해 보고자 한다.

캠핑사이트 바닥이 데크가 아닌 보도블록과 잔디로 되어 있어 바닥이 고르지 못하다.

캠핑장에 전자레인지가 비치되어 있지 않아 모든 음식조리를 본인이 가져온 장비로 해야 한다.

전기를 제외한 어떤 불도 피울 수 없어 불멍도 불가능하고, 숯을 이용한 조리도 불가능하다.

여름엔 엄청 덥기 때문에 선풍기 혹은 창문형 에어컨이라도 가져와야 숙면을 취할 수 있다.


PS 2. 엄마생신 캠핑 리뷰

이번 캠핑으로 엄마는 체력적 한계를 많이 느끼신 듯하다. 왜냐하면, 나도 잠을 못 자 다음날 아침이 마치 온몸을 두들겨 맞은 것처럼 무거운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며칠 후 엄마는 와이프에게 전화를 해서 본인 인생에 캠핑을 끝이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나도 이제 누군가와 가는 캠핑은 끝으로 규정짓고 혼자 캠핑을 떠나는 방향으로 삶을 세팅하고자 다짐하였다. 원래 추석연휴에 성묘를 가기 전후로 해서 캠핑을 하는 것이 우리 집의 불문율이었는데, 이번 캠핑으로 그것도 깨지고 당일로 갔다 오자고 하는 의견이 많았다. 여러모로 다양한 경험과 삶의 방식에 변화를 준 캠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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